[Opinion] 셀프고문 [도서]

완벽함을 벗어나기
글 입력 2020.02.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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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괴롭게 하는 방법에는 가지각색이 있지만, 내 최고의 고문 효과는 나 스스로의 괴롭힘이다. 나는 수시로 나를 괴롭히고, 이쯤 되면 즐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변태같은 소리 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매번 나 자신에게 실망해왔다.

 



너가 어떤 사람이길래 그래?



나는 완벽주의자다. 변화무쌍한 삶을 정형화된 틀에 넣고 싶은 바보라고 나를 소개하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은근 내가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사실에 뿌듯해했다. 완벽주의자라는 방패로 수 많은 기회들을 놓치기 전까지 말이다.

 

 

완벽주의1.jpg

 

 

죽도록 노력하고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로, 나는 더욱 더 숨어버렸다. 절대 채울 수 없는 스스로의 완벽한 리스트에 나는 한 없이 부족했고, 아예 도전하지 않았다. 매 순간 처한 상황과 환경은 아이러니하게 ‘완벽한’ 변명거리가 됐다. 포기하면 마음이라도 가볍게 먹던가, 아쉬움과 후회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나를 자책하게 만들었다.


 

책 표지.jpg

 


셀프고문의 실력이 정점을 찍었을 때, 내가 숨통이 트인 이유는 바로 이 책 덕분이었다. 초반부터 완벽주의는 장점이 아닌 단점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며 책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 단점은 아이러니하게 내가 그 분야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창피를 당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계속해서 도전하며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자신을 드러내면서 체면을 잃는 것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겪는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같은 완벽주의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방어를 하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완벽주의자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이른바 ‘자기불구화’라는 방법을 이용한다.”



경주에서 레이스를 하는 상황을 예시로 든다면, 달리는 도중 1위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가 먼저 한 발을 양보하며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너무나도 쿨한 방법처럼 보인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방패막 아래에 상처도 받지 않을 수 있고, 체면도 지킬 수 있다. 그럼에도 속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나의 경우에도, 잘 해내고 싶어 일찌감치 준비했던 레포트를 마감 직전까지 준비기간으로 미뤄놓고 허겁지겁 작성해 제출한 경험이 있다.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100% 내 실력을 발휘하지 않은 것이라는 변명 하에 괜찮은 척 했지만, 나 자신은 진실을 알고 있기에 내면에서 오는 씁쓸함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작가는 이런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우리를 충분히 이해함과 동시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출구를 제시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누리고 있는 비완벽주의자의 길로 인도한다.



비완벽주의자가 되기 위한 노력들

 

1. 결과에 신경쓰기보다는 해야 할 일을 시작하는데 관심을 기울인다.

2.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헤치고 나아가는데 더 많은 신경을 쓴다.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3. 남의 생각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4.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하는데 더 관심을 기울인다. 

5. 실패를 걱정하기보다는 성공을 더 많이 생각한다. 

6. 타이밍보다는 해야 할 일 자체에 관심을 더 쏟는다.


 

한 마디로 응축해서 말하자면,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일단 저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이 곧 동기이고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너는?




"한번도 실수하지 않은 사람은 한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책을 한 권 읽고 내 안의 문제를 깨달았다고 해서 180도 다른 내가 되었다고 속이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완벽하지 않아도 노력하는 나로 변화시켜줬기 때문이다.


은근히 자랑스러워 했던 완벽함은 나를 갉아먹고, 겁쟁이로 만든, 극복해야 할 존재임을 알았다. 또,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예상했던 완벽한 결과를 위해선,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항상 따라야함을 알았다. 그렇기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어떠한 결과도 내지 못한 채 스스로를 고문했다면, 지금의 나는 실패와 성공이 범벅된 채 나 나름의 길을 가고 있다. 이제 고문보다는, 나를 칭찬하고 위로하는 날이 많아졌고 이 또한 추구하고자 했던 완벽함과는 또 다른 기분이기에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박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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