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렇게 에디터가 되었다, 직업으로서의 에디터 [사람]

글 입력 2020.02.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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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되다.


 

내 생에 처음으로 직업이라는 것이 생겼다. 학생증이 아니라 사원증을 내밀게 되다니. 에디터라는 직책으로 취업이 된 것이다. 2월 졸업을 앞두고 아직은 학생의 신분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26살, 나는 이제 사회인이다. 이곳에서 글을 쓰며 나의 업이 에디터가 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고 탐색하고 방황을 하며 지내왔다. 그리고 그 고민에 보란 듯 내 인생의 큰 결실을 맺었다. 참으로 묘하고 신기한 날들이다.

 

나는 신문방송학과도, 사진학과도, 디자인학과도, 언어 전공도 아니었다. 나는 식품과 공학을 전공한 누가 보아도 에디터와는 상관없는 공부를 했다. 내가 선택한 전공이었다. 하지만 선택에 많은 후회와 고민을 했었고, 전공이 맞지 않아서 동기와 주변 사람들보다 긴 방황을 했다. 내가 휴학을 하는 동안 졸업을 하는 친구도, 자격증을 따는 친구도 많았다. 그 주변에서 나는 전공에 대해서 말할 것이 없었다. 비참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가? 20대는 한 번뿐인데 시간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종의 자기 검열과 표현의 행위였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 나를 보살피는 일이었다. 점점 나아가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소재가 되었다. 그저 글을 쓰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만의 시선을 담아 표현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내 인생에서 하나의 의미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에디터를 꿈꾸게 되었다.

 

 

 

에디터만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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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로 했다고 해서 굳이 에디터가 될 필요는 없다. 작가도, 신문 기자도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왜 에디터가 되고 싶었을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주체적으로 글을 쓰고 싶었고, 하나의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싶었다. 또한 일상과 밀접한 글을 쓰고 싶은 이유가 컸다. 꿈과 몽상의 세계가 아니라 내 주변,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영감을 받아 풀어내고 싶었다. 에디터의 일은 팩트를 그대로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주제를 선별하고, 관련된 자료를 모은다. 그중 중요도를 선별하고 매체와 어울리는 ‘결’로 표현하여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다. 무척 다양하고 확연히 감각적이다. 내가 다루는 범위는 이 세상 그 자체가 된다.

 

하루치의 마감을 하며 세상의 악들 역시 주저 없이 마주해야 하는 신문 기자나, 자신의 작품 세계 안에서 깊이 파고들어 고민해야 하는 작가보다는 인간의 삶과 일상을 품을 수 있는 친근한 ‘텔러’가 되고 싶었다. 지혜롭고 안목 있는 ‘텔러’, 영감을 불어넣는 사람이고 싶었다.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세상을 경험하고, 그것에서 얻은 영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달하고 싶은 내가 가장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에디터를 꿈꿨다. 나는 그 순간부터 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에디터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 에디터를 하고 싶어. 그런데, 어떻게 돼? 고등학생 때 문과를 나왔음에도 공학을 전공하게 된 나는 이 고민 앞에서 수없이 무너지곤 했었다. 세상에는 글을 전문적으로 전공한 사람도, 사진을 전공한 사람도, 감각적인 사람도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냥 문과로 진학할걸, 그러면 말할 거리라도 있었을 텐데…' 막연히 되고 싶다는 희망과 현실의 스펙 앞에서 그 격차가 너무나 커 보였다. 현실은 냉랭할 것이라 생각하며 가장 먼저 두렵기만 했다. 또한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칭찬이 대중의 시선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둘씩 쌓았다. 그땐 이미 졸업하고도 남을 나이였다. 24살에 에디터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주변에는 졸업을 하고 취업 준비를 하거나, 대학원을 진학하여 전공을 심화시키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에디터… 공채도 없고 어떤 매체에서 공고가 날지도 모르는 이 직업을 위해서 내가 시작한다고? 너무나 두려웠다. 부모님께 죄송했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없이 망설여졌다. ‘지금이라도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뭐 그런 것을 준비해야 하나?’

 

그렇지만 확신이 있었다. 이것은 가장 하고 싶은 일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며, 가장 꾸준히 할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이 그대로 승화된 직업’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홀로 나를 마주하며 내가 무엇에 자극을 느끼고, 쾌감을 느끼고,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알아냈기 때문이다. 잡지사에서 진행하는 에디터 수업,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기자단, 각종 매체 강연과 도서, 그리고 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까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식을 습득하고 지원서를 고심하여 쓰고 도전하면서 나만의 이력을 쌓아갔다. 나만의 SNS를 가꾸며, 스스로가 하나의 매체라고 생각하며 글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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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서적이 아닌 전문 분야를 담아낸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무엇이든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개척 정신이 나의 가능성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꿈과 접점을 만들며 내가 갇혀있던 세상에서 벗어나 서울로, 잡지사로, 언론사로, 에디터라는 역할로 뛰어들었다. 집에서 앉아 잡지만 보고 있었으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의 한 마디는 나에게 에디터라는 직업의 지식 원천이 되었으며, 글로써 먹고사는 사람들을 만나 들었던 일화는 목표를 향한 나의 자세를 검열할 수 있었다.

 

또한 이곳,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쓰는 행위는 에디터라는 명칭을 내게 부여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일깨워 주었다. 글의 무게와 글쓴이의 책임감, 소재를 향한 고뇌, 영감이 될 수 있는 글이 되기 위해 거친 자기 검열. 이 모든 것에 대한 나만의 감상을 차곡차곡 쌓아갔고 미미하지만 나만의 철학과 스스로에 대한 깨우침을 발견한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좁은 시야를 던져버리고 과감히 뛰어든 세상에서 마침내 에디터라는 직함을 얻었고 나 자체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아날로그로, 디지털로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나는 지혜롭고 안목이 있는 전달자가 되고 싶다.


 

 

나에게 에디터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누군가의 반짝이는 생각과 영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제작자의 깊은 생각이 담긴 결과물에 시선이 머무른다. 이 도시도, 작은 카페 하나도, 작은 독립 출판 하나도 누가 만들었는지에 따라 결과물은 확연히 달라진다. 지구에는 몇 십억의 사람이 있고, 그 인구 수만큼이나 일상은 다채롭다. 내가 직업으로서 다루는 대상은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늘 염원했다. 나 역시도 업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세상을 마음껏 주무르며 느끼고 싶었다.

 

한때 업에 대한 철학을 가지는 것이 몽상가적인 기질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세상의 많은 구루들에게 철학적인 업의 소명을 들어도, 목표를 이룬 대가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강연에서 말해도 말이다. 취업을 준비하며 20대를 관통하고 있는 나에게는 허황되고 부질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목소리를 듣고 너무나도 원하는 곳에서 에디터 생활을 시작하게 된 나는, 이제 이 말을 믿기로 했다.

 

이렇게 에디터가 되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휴학과 방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도전해온 지난날의 나를 토닥여주고 싶다. ‘그때의 방황과 선택이 틀리지 않았어.’ 이제부터 시작이다. 에디터 다운 에디터가 되어보자. 나의 목표는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문화리뷰단 장경림.jpg

 


 



[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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