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손히 읽게 되는 책,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도서]

팩트로 후려맞으니, 어느새 내 지난날들을 되새겨 보면서 공손히 계속 읽게 됐다.
글 입력 2020.02.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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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사회를 지배한다고? 어림없는 소리. 반발심이 일었다. '감정'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말이 억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나는 감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꽤 도전적인 마음가짐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첫 챕터에서부터 무너졌다. '행동하는 코끼리, 정당화하는 기수' 챕터였다. 코끼리와 기수가 있을 때, 우리 대부분은 코끼리의 행동을 통제하고 명령을 내리는 기수 쪽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먼저 판단을 내리고 근거를 뒤늦게 생각한다는 게 충격이었다.

 

뼈 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다. 누군가 내 행동에 대해 질문한다면, 생각을 정리하는 척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답변했던 경우가  많다. 질문을 받으면, 곤란할 상황이 아닌데도 난처했다. 나 자신이 괜히 변명하는 것, 그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 단순히 내게 질문하는 것임에도 그렇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책은 속시원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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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는 코끼리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고 행동했는지 수습한다. 코끼리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내 코끼리도 그냥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날 그때 기분에 따라서 감정적으로 내린 행동처럼 말이다. 제멋대로 날뛰던 코끼리를 어렵게 수습하는 모습이 내가 애써 가며 천천히 덧붙이고 설명하던 모습과 오버랩된다.

 

저자는 기수가 정당화하는데, 지적 능력과 타인을 잘 설득하는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사실 내가 그렇게 지적이지 않으며 진짜 타인을 설득시키지 못하는구나. 설득당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정말이지 책 초반부터 도전적인 마음은 싹 가셨다. 팩트로 후려맞으니, 어느새 내 지난날들을 되새겨 보면서 공손히 계속 읽게 됐다.

 

16가지 통찰 모두 편하고 공감하면서 읽었다. 이 사람이 내게 카메라를 붙여 날 관찰하나 싶을 정도로 공감했다. 인간은 생각보다 더 많이 감정에 휩싸여있었다. 당장 책 제목을 읽었을 때, 왠지 모를 도전정신이 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자 왜 그렇게 불쾌한 감정이 들었는지 궁금했다.

 

'감정'이라는 어휘가 다소 부정적인 어휘인 '지배'와 결합하면서 부정적인 인상이 들었을 수도 있다. 게다가 감정적이라는 말은 내게 이성적이라는 말보다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감정적인 사람은, 합리적인 판단과 근거 없이 일을 진행하는 것 같달까? 지나치게 감정을 앞세워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나름대로 생각한 결과, 인간 자체가 감정적일 수밖에 없어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일례로 우리는 하루에 수백 가지의 고민을 하는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세상에는 더 감정적인 사람과 덜 감정적인 사람으로만 나뉠 수 있어도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반대로 감정이 있기에 다양한 가치판단을 둘 수 있고, 다양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인 이상 감정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괜히 감정적이라는 말에 발끈 한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이라는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부정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감정적이라는 걸 어떻게든 인정한 셈이다.

 

감정적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책은 더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사실 감정에 눈이 멀어 비합리적인 판단을 종종, 아니 매우 많이 내리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사실 책에서 16가지 유형을 케이스와 연구 자료를 집약해서 설명할 정도로, 우리는 매우 감정적으로 살고 있다. 더 감정적이거나 덜 감정적일 수는 있어도 감정에서 벗어난, 이성적인 인간이 되긴 요원한 일이다.

 

우리는 감정을 거세한 로봇이 아니니까, 16가지 모두를 꼼꼼히 체크해가면서 살아간다고 해도 감정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적이기에 다양한 가치 판단을 둘 수 있다. 책은 그 감정으로 자신이 중요하게 생기는 몇 가지를 주섬주섬 챙겨서 더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 합리적 개인이 되기 위한 16가지 통찰 -

 

 

지은이

세바스티안 헤르만


옮긴이 : 김현정


출판사 : 새로운현재


분야

인문/교양일반


규격

140*205(mm)


쪽 수 : 292쪽


발행일

2020년 1월 2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297-0578-5 (03300)

 

 


 


저역자 소개


 

세바스티안 헤르만

 

1974년에 태어나 뮌헨과 에든버러에서 정치, 역사, 심리학을 전공한 뒤,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편집자로 활동 중이다. 2016년에는 독일 심리 학회로부터 과학 출판 부문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완고한 상사 설득시키기>, <질병의 환상> 등 다수의 도서를 집필했으며 뮌헨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김현정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예나 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발상: 스치는 생각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 『복종에 반대한다: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온전한 삶을 위해』,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거짓말하는 사회』,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 등 다수가 있다.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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