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뉴필로소퍼 (New Philosopher) Vol.9 : 삶을 죽음에게 묻다 [도서]

글 입력 2020.02.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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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이나 16살 무렵이지 싶다. 내가 죽는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나이 말이다.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지금은 너무 덜 자랐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나는 죽음이 무섭다. ‘죽음만큼 반드시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아무개가 알려 줬음에도 이 두려움은 사라지질 않는다.

 


 

죽음. 모호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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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일이 너무나도 막연하게 다가오던 시절에는 무섭지 않았다. 아니 무서울 수가 없었다. 지나치게 막연해서 인식조차 할 수 없었기에 무서워할 대상이 없었다. 그러다 이 죽음이라는 녀석이 점차 뚜렷하게 형체를 잡아갈수록 나는 더욱 무서워졌다.


내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윤회처럼 다시 살아나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그대로 끝인 걸까. 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라면 지금의 나는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게 되는 걸까. 정말 우리가 윤회라는 굴레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면 모든 것은 영원히 반복되고 있을 뿐이고 나는 그 반복에 갇혀만 있는 것일까.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그 끝도 없이 깊어지는 죽음이라는 녀석의 깊이에 나는 겁에 질려버렸고 그게 두려워 잠도 자지 못 하는 날들이 이어지던 시절도 있었다.

 


영생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는 종교인들이나 과학자들을 믿지 않을 생각이라면, 당신이 할 일은 삶의 유한함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다. 마르틴 하이데거를 통해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는 철학적 사유의 한 갈래에 따르면, 삶의 유한함을 부정하는 것은 삶을 무의미하고 거짓되게 만든다. 영생이 썩 달갑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어차피 이 세상에 영원히 머물러야 한다면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선택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가치 있지만 힘든 일보다 가치 없이 재미있기만 한 일을 자꾸만 반복하게 되고, 무엇을 하든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 인생은 너무 짧다 _ 올리버 버크먼 87쪽


 

영원히 사는 것과 영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은가에 대해서 혼자 탐구했었다. 결론은 아직도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모르겠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끝이 없는 그 시간 속에서 내 주변의 모두가 끝을 맞이하고 사라져 가는 모습을 영원히 지켜봐야 한다. 그 모든 고통과 슬픔을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나만이 영원히 살고 있고 다른 모두는 언제가 끝을 맞이한다는 사실 속에서 그 외로움과 고독을 버틸 자신이 없다.


반대로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면 언제 다가올지 모를 그 끝과, 영원히 알 수 없는 그 끝 뒤의 시간으로 인한 두려움을 견딜 자신이 없다. 유한함을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하는 나는 결국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헤매면서 그 두려움을 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어차피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여기저기로 흘러가는, 때로는 서로 충돌하거나 때로는 난파당하면서 늘 두려움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하며 매번 돌풍이 불 때마다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항구는 죽음뿐입니다. 그러니 동생이 휴식을 얻었다고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는 마침내 자유롭고, 마침내 안전하며, 마침내 영원해졌습니다.


…… 그는 지금 끝도 없는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비참하고 낮은 땅을 떠나 육신의 구속에서 벗어난 영혼들을 행복한 품 안에 맞아주는 높은 곳으로 훨훨 날아 올라갔습니다. 그는 지금 거기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며, 자연의 모든 축복을 누리는 최상의 행복에 젖어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동생은 대낮의 빛을 잃은 게 아니라 더 영속적인 빛을 얻었습니다. 동생이 간 길은 결국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입니다.


- 고전 읽기 _ 죽음 속에 큰 행복이 있다 _ 세네카 134~135쪽


 

죽은 자들에게 편히 잠드셨습니다, 영원한 안식, 편안한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따위의 말을 붙인다. 아마도 죽음으로 슬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이 담겼으리라 본다. 그런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나는 언제나 의문스러웠다. 그 누구도 죽음에서 돌아와 죽음이 어떤지에 대해 설명조차 한 적이 없음에도 왜 사람들은 죽음이 편하다고 하는 것일까. 죽음으로 인해서 편해질 수 있는 점은 단 한 가지뿐이다. 더 이상 죽음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

 

당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보다 먼저 죽은 자의 뒤를 따라 우리들도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것. 냉정히 말해 죽음은 끝이다. 아직 죽지 않은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헌데도 사람들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말하며 죽음을 부정한다. 두려워서거나 혹은 누군가를 잃어버린, 내가 사랑하던 누군가가 끝을 맞이했음을 인정했을 때 찾아 올 슬픔이 싫어서일 것이다. 내가 세상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바라볼 때의 감상은 그렇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표현들이 무척이나 불편하다. 왜 솔직하게 죽음은 끝이라 말하지 못하고 죽음은 그저 죽음을 뿐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다들 거짓으로 진실을 덮어서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부질없는 노력으로만 보인다.

 


 

New Philosopher. Yet It’s Been A Long Time, 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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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부터 철학을 꽤 좋아했다. 너무 어려워서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때도 많았지만 그 어려움을 이해했을 때 ‘아, 결국 이 사람도 내가 했던 고민을 했구나’하고 생각할 때면 결국 사람은 다 똑같다고 느껴지는 게 재밌었다.

 

주변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매일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지쳐가는 나 스스로가 너무 유별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고, 너무 깊게 쓸데없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부터 사람들은 피라미드, 미라, 고인돌, 제사 의식 등등 여러 가지 형태로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죽음을 피하기도 했음을 내가 잊어버렸을 뿐이었다. 죽음에 관한 사색이 예전부터 이어져 왔음을 내가 몰랐을 뿐이었다.

 

새로운 철학자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내용을 읽어 가다 보면 결국 내 주변 아무개 씨와 기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 당신, 또는 주변의 누군가는 한 번쯤 해 봤을 죽음에 관한 고민과 한 번쯤은 느껴봤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보다 색다른 방식으로 탐구하고, 받아들이고, 이어가는 사람들이 담겨 있는 책일 뿐이었다.

 

시체를 집 안에 두고 살아있을 때와 다름없이 대하는 모습이 꽤나 색달랐다. 세계 곳곳의 죽음을 찾아다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역설적인 문장이 참인 명제가 될 수 있는 게 신기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죽음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음이 반가웠다. 나 이외의 사람들이 어떻게 죽음을 처음으로 인식하고, 처음으로 두려워했고, 처음으로 받아들이게 됐고,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지를 알아가는 모든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렇게 죽음과 보다 멀어지면서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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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Vol 9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56쪽

발행일
2020년 01월 05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01

*
《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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