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를 파고드는 소리가 있다
발걸음을 진득하게 늘어뜨리는 소리가 있다. 하루 동안 긴장을 머금었던 어깨는 비로소 리듬 위에 타고, 눈의 감각은 오로지 소리에 시선을 둔다. 소리꾼 오단해가 마음을 잡아당기는 줄을 무대 위에 걸어 두면, 관객들은 그 줄 위에서 조심스럽게 뛰어 보고, 있는 힘껏 눌러보기도 한다. 그렇게 흔들거리는 리듬은 서로의 눈물을 쓸어주고, 웃음을 자아내며, 손을 잡아준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 위의 화려한 조명과 관객들의 큰 박수 소리.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헛헛한 기분이 든다. 소리꾼에서 다시 보통의 청년으로 돌아오는 시간.
A call to Arm Wow 라는 게임을 하다가 지금의 음악 동료들을 만났다. 게임에 푹 빠져있던 그때 그 시절.. 게임으로 성취감을 채우려 했고, 무서울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서운 것이 많아졌다. 지킬게 많아져서...
택배 어제까지는 분명히 무대 위에서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과 2인 1조 까대기를 하고 있다. 그래도 이제 아내 볼 면이 서는 것 같다.
탐하다-꽹과리 동묘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며 원하는 탐탐거리는 꽹과리를 찾아 나선, 설레는 마음. 누군가는 버리고 간 낡은 소리, 그것들이 탐이 난다. 욕심이 난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돌아가신 선생님에 대한 그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녹아있다. 여전히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오가며 넘어지고 또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그곳에서 꼭 지켜봐 주시라고
길치 너무나 간절했던 공연, 그렇기에 더 열심히 준비했던 공연, 갑자기 취소되었다. 어찌할 길 없는 허탈한 마음. 혼자 내버려진 길 위에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대리운전 공연이 없는 한 겨울, 또 다른 방식으로 그는 또 나아간다.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 꿈을 절대 놓지 않기 위해서.
<오단해의 탐하다>는 결혼, 서른, 가장, 소리꾼으로서의 개인 서사를 담으면서도 소리를 향한 끝없는 탐耽과 탐探을 노래한다. 예술인으로 밥벌이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예술만큼 불확실한 것이 또 없다. 하지만 예술은 물론, 그 불확실성이 가장 사람 마음을 잡아 끄는 매력이다. 그래서 소리꾼 오단해와 청년 오단해는 택배 상하차 일을 하고, 동묘시장 골목골목 꽹과리 소리에 귀 기울인다.

"누군가는 오래되고 낡은 소리라고 버리고 간 자리 내가 찾아간다. 난 그것들이 탐이 난다. 욕심이 난다."
"나 혼자만 과거에 머무는 기분, 가끔은 든다. 그래도 난 빠른 소리들 속에 난 내 소리를 찾아 헤매는 것도 즐거워."
이 공연이 즐거운 이유는 단연 ‘소리’다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다는 수식어로 판소리를 떠올리지 말라. <오단해의 탐하다>에서 보여주었듯이, 나도 모르게 몸속 곳곳 타고 흐르는 소리는 어떤 것보다 흥 나는 것이고, 무엇보다 맛깔나는 것이었다. 목소리 뒤 쪽에 바이올린, 기타 등의 악기가 함께 합을 맞췄고 뮤지컬과 판소리 그 사이의 리듬은 귀를 배부르게 한다. 한국인은 장단 DNA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소리가 찐득하게 나를 잡아끄는 것은 몸속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무대를 활용하는 방식과 조명 연출이 탁월했다. 작은 상자가 이곳저곳 배치된 무대는 따로 떨어진 이야기들을 한 데 어우르는 데 효과적이었다. 조명은 소리만큼이나 감탄하며 눈에 담았다. 암전이 거의 없었기에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시작함에 있어서 그림자의 크기, 색 등의 연출도 소리의 느낌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