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이 공연이 즐거운 이유는 단연 '소리'다 "오단해의 탐探하다" [공연]

모놀로그 소리극 "오단해의 탐探하다"
글 입력 2020.01.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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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파고드는 소리가 있다


 

발걸음을 진득하게 늘어뜨리는 소리가 있다. 하루 동안 긴장을 머금었던 어깨는 비로소 리듬 위에 타고, 눈의 감각은 오로지 소리에 시선을 둔다. 소리꾼 오단해가 마음을 잡아당기는 줄을 무대 위에 걸어 두면, 관객들은 그 줄 위에서 조심스럽게 뛰어 보고, 있는 힘껏 눌러보기도 한다. 그렇게 흔들거리는 리듬은 서로의 눈물을 쓸어주고, 웃음을 자아내며, 손을 잡아준다.


“여러분, 어느덧 이번 콘서트의 마지막 곡입니다” 마지막 무대는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다시 시작한 무대는 이제 우리 삶을 조명한다. 소리꾼은 박수 소리를 벗고 적막함과 마주한다. 고요함 속에서 보이는 것은 청년이 가진 고민과 헛헛함이다. 하지만 조명 아래 서 있는 고민과 헛헛한 마음은 곧 소리로 승화되어 어느 무엇보다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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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면 무대 위의 화려한 조명과 관객들의 큰 박수 소리.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헛헛한 기분이 든다. 소리꾼에서 다시 보통의 청년으로 돌아오는 시간.

 

A call to Arm Wow 라는 게임을 하다가 지금의 음악 동료들을 만났다. 게임에 푹 빠져있던 그때 그 시절.. 게임으로 성취감을 채우려 했고, 무서울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서운 것이 많아졌다. 지킬게 많아져서...

 

택배 어제까지는 분명히 무대 위에서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과 2인 1조 까대기를 하고 있다. 그래도 이제 아내 볼 면이 서는 것 같다.

 

탐하다-꽹과리 동묘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며 원하는 탐탐거리는 꽹과리를 찾아 나선, 설레는 마음. 누군가는 버리고 간 낡은 소리, 그것들이 탐이 난다. 욕심이 난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돌아가신 선생님에 대한 그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녹아있다. 여전히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오가며 넘어지고 또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그곳에서 꼭 지켜봐 주시라고

 

길치 너무나 간절했던 공연, 그렇기에 더 열심히 준비했던 공연, 갑자기 취소되었다. 어찌할 길 없는 허탈한 마음.  혼자 내버려진 길 위에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대리운전 공연이 없는 한 겨울, 또 다른 방식으로 그는 또 나아간다.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 꿈을 절대 놓지 않기 위해서.


 

<오단해의 탐하다>는 결혼, 서른, 가장, 소리꾼으로서의 개인 서사를 담으면서도 소리를 향한 끝없는 탐耽과 탐探을 노래한다. 예술인으로 밥벌이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예술만큼 불확실한 것이 또 없다. 하지만 예술은 물론, 그 불확실성이 가장 사람 마음을 잡아 끄는 매력이다. 그래서 소리꾼 오단해와 청년 오단해는 택배 상하차 일을 하고, 동묘시장 골목골목 꽹과리 소리에 귀 기울인다.


7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진 공연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맥으로 들어찬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볼 수 있고, 리얼리티 토크쇼로 볼 수도 있겠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예술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꽤 슬픈 일이다. 갑자기 취소된 공연에 허탈한 마음을 달래고, 궂은일도 꿋꿋이 해낸다. ‘비’를 ‘희’로 바꿔주는 것은 ‘소리’다.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소리는 ‘오르막길 내리막길’이다. 존경하는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에 추억을 꺼내보는 것은 가장 즐거우면서 슬프고, 가장 슬프면서 즐거운 일이다. 다 아는 것처럼 오만하게 구는 나를 기다려주시는 것도 선생님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것도 선생님이다. 그 깊음을 이해했음에도 더 이상 찾아뵐 수 없을 때, 부를 수 있는 것은 선생님의 성함과 ‘소리’ 뿐이다.

제일 빠르고 경쾌한 리듬으로 불러보는 소리지만 그럼에도 가장 눈물짓게 한다. 선생님의 똥강아지가 5살짜리 동생에게 똥강아지 타이틀을 빼앗겼을 때, 구 똥강아지는 다시 그 타이틀을 되찾는 날을 손꼽았다. 비탈길을 마주쳤을 때, 자신 있게 선생님을 등에 업었지만 그만 넘어지고 만다. 그를 만회하고자 가파른 언덕 길을 다시금 마주쳤을 때, 자신 있게 선생님께 등을 보여드렸으나 결국에도 넘어지고 만다. 귀여운 똥강아지는 다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다. 어느새 성인이 된 소리꾼이지만 선생님에게는 여전히 귀여운 똥강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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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오래되고 낡은 소리라고 버리고 간 자리 내가 찾아간다. 난 그것들이 탐이 난다. 욕심이 난다."


"나 혼자만 과거에 머무는 기분, 가끔은 든다. 그래도 난 빠른 소리들 속에 난 내 소리를 찾아 헤매는 것도 즐거워."

 

 

 

이 공연이 즐거운 이유는 단연 ‘소리’다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다는 수식어로 판소리를 떠올리지 말라. <오단해의 탐하다>에서 보여주었듯이, 나도 모르게 몸속 곳곳 타고 흐르는 소리는 어떤 것보다 흥 나는 것이고, 무엇보다 맛깔나는 것이었다. 목소리 뒤 쪽에 바이올린, 기타 등의 악기가 함께 합을 맞췄고 뮤지컬과 판소리 그 사이의 리듬은 귀를 배부르게 한다. 한국인은 장단 DNA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소리가 찐득하게 나를 잡아끄는 것은 몸속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때문일 것이다.


판소리야말로 그 어떤 장르보다 진솔하며, 웅장하고, 전율 돋게 한다. 말소리는 귀에 정확히 박히고, 조금 갈라지는 끝 음은 가려운 곳을 긁으며 묘한 쾌감을 준다. 판소리는 가공된 인위적인 소리를 좋지 않은 소리로 여긴다. 그리하여 목소리의 가공 단계를 최소화하며 성대에서 얻은 음을 최대한 부각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거듭한다. 그렇게 오랜 훈련은 거칠고 투박하게 느껴지는 소리의 매력을 알려준다.

“전장에 참여하라!” 특히 동료들과 즐겨 했던 게임을 판소리로 풀어내는 부분에서는 그 웅장함이 배가 되었다. 뮤지컬인 듯하면서도 판소리의 매력이 다분한 이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뛰게 하는 무언가 있었다. 돌아가신 선생님을 떠올리는 부분에서는 판소리가 가진 말소리의 매력을 일깨워준다. 이야기를 전하는 소리는 분명 단어를 가진 말 형태를 띠지만, 그 속에는 몸을 절로 들썩이게 하는 장단이 가득했다.

무대 위에는 소리와 더불어, 공연의 음악감독이자 작곡가인 최덕렬, 멀티악기 연주자 최힘찬이 함께 했다. 북이 아닌 다양한 관현악과 함께 버무려지는 소리는 그의 새로운 지점을 끄집어냈다. 묘하게 어울리며, 판소리의 독특한 창법을 두드러지게 한다. 중간에 등장하는 꽹과리는 그 소리가 독보적이다. 탐탐거리는 목소리는 모든 것을 시원하게 꿰뚫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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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무대를 활용하는 방식과 조명 연출이 탁월했다. 작은 상자가 이곳저곳 배치된 무대는 따로 떨어진 이야기들을 한 데 어우르는 데 효과적이었다. 조명은 소리만큼이나 감탄하며 눈에 담았다. 암전이 거의 없었기에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시작함에 있어서 그림자의 크기, 색 등의 연출도 소리의 느낌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했다.


삶과 소리 사이의 괴리는 그를, 우리를 괴롭힌다. 절대 좁혀질 수 없을 것 같은 그 거리감에도 소리가 가진, 알 수 없는 무언가는 우리가 계속해서 그 사이를 걸어가도록 만든다. <오단해의 탐하다>에서 소리를 탐색(探索)하는 짧은 이 순간 속에서는 모두 잊고 소리에만 탐닉(耽溺)하는 시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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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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