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냐옹은 페이크다’의 페이크 [TV/드라마]

글 입력 2020.01.2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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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동물 특히, 반려동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TV 프로그램에서도 반려동물을 다루는 방송이 많아졌다. 강아지는 전부터 많이 방송됐고, 고양이의 경우 반려동물로 인기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강아지보단 고양이에 초점이 맞춰졌다. 강아지도 마찬가지지만, TV에 특정 종의 고양이가 나오면 그 해당 품종 고양이는 갑자기 수요가 많아진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버려지겠지... (전부 버려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예로, 재작년과 작년에 ‘시바견’ 품종의 강아지가 한창 인기였다. 그리고 작년 말, 보호소 사람들이 ‘시바견’이 유독 많이 들어온다고 얘기했다.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다. 시바견의 인기가 많아서 사람들이 그 귀여움만 보고 샀다가, 막상 키우려니 ‘시바견’ 성격을 감당하지 못해서 혹은 다른 이유로 버리는 건데, 그래, 여기까진 동물에 관심이 많은 내가 하는 걱정이라고 치자. 올해로 9살, 6살 된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는 한 집사로서, 방송의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라고.


 

 

#01 제작진의 의도


 

근데 ‘냐옹은 페이크다’란 프로그램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고, 정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난 드라마 외의 프로그램은 거의 보지 않아서 이 이야기를 기사로 먼저 접했다. 그리고 해당 방송을 봤다. 내가 알게 됐을 땐, 2화까지 나온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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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든 생각은,



??? 이런 방송이 어떻게 방영된 거지? 밑에서부터 위에까지 보고하고, 검토해서 최종 승인까지 받아내야 방영이 가능한데 이게 승인이 됐다고? 말도 안 돼. 아무리 우리나라가 동물법, 동물 복지 등 동물과 관련된 사안에 관심이 없거나 무지한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이 방송을 내보내도 괜찮을 거라 판단한 ‘알고리즘’이 뭐지? 이건 그냥 상식의 문제 아닌가?


 

동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소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곤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단계다. 근데 동물 관련, 특히 강아지나 고양이가 방송에 나오면 시청률이 높아지거나 화제성이 커진다. 그래서 ‘돈벌이’가 될 것이다. 이런 논리였을까? 난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왜 제작됐는지 그 의도가 궁금했다. 찾아봤더니, 집사도 모르는 고양이들의 속마음을 낱낱이 파헤치는 신개념 고양이 예능이란다.

 

우리가 모르는 고양이들의 속마음을 알려주고, 겸사겸사 귀여운 고양이도 보고. 딱 이 정도로만 생각했나보다, 이 제작진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는 아니겠지? 소름 끼친다.


 

 

#02 고양이 상품화


 

이 방송은 유명하지 않은 어떤 2명의 연예인이 ‘임시’ 주거공간에서 고양이를 3개월가량 키워보고, 계속 키우고 싶으면 키우고, 못 키울 것 같으면 다시 ‘반환’ 혹은 ‘반품’ 혹은 ‘파양’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실제 방송 중에도 분양받은 업체와의 계약서도 나왔다. 해당 업체는 ‘나비야 사랑해’란 사단법인으로, 나도 알고 있는 곳 중 하나다. 규모도 크고, 봉사자들도 많다.


방송이 나가고, 해당 업체는 자신들과 계약했을 때와 말이 다르다며 다시 돌려보내 주길 요청했고, 결론은 제작진이 고양이를 돌려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그제야 제작진은 사과문을 올렸고, 해당 프로그램은 조기 종영된다고 한다. 방송을 보면, 고양이를 길러보는 체험에 가까운데, 마음에 안 들면 3개월 이내에 파양할 수 있다니.

 

이 방송을 봤던 어린아이들이나 책임감 없는 몇몇은 방송에 나온 고양이를 보고, 분양받으려 할 거다. 앞에서 언급했던 ‘시바견’ 사건이 되풀이되는 악순환. 근데 이것도 모자라 다시 돌려보낼 수 있다는 것까지 들으면 시청자들은 3개월이란 유예기간이 있으니까 더 마음 놓고 데려올 가능성이 크다. ‘냐옹은 페이크다’란 방송 프로그램은,



개나~고양이나~ 어쨌든 사람을 위해 태어나는 거 아닌가? 키우는 사람만 만족하면 걔네 할 일은 끝난 거지, 뭐. 얘네들은 일종의 장난감이자 노리개. 돈으로 사고파는 상품화가 뭐 어때서?


 

라고 못 박은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그것도 많은 연령이 보는 상황에서 떡하니 그런 장면들을 등장시켰다는 게 증거다. 설령 의도치 않았다던가, 거기까지 생각 못 했다는 말로 넘어가려 한다면, 시청자 기만이다. 그 영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들은 알고도 진행한 거니까. 최소한 방송을 보고 해당 품종묘에 관한 관심이 커질 거란 건 너무나 자명하니까. 이들이 의도치 않았다면 무지한 거고,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면 무식한 거다.


 

 

#03 방송의 파급력


 

무엇보다 고양이의 속내를 내레이션으로 알려주겠단 제작 의도가 말이 안 된다. 전문가를 데려와서 일일이 물어보고, 확인받고, 공부하면서 내레이션을 녹음한 걸까? 제작진이 방송이 나가기 전, 질문에 대한 답으로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작가가 있다’라고 말한 게 설마 끝인 건 아니겠지?


그리고 제작진이 분양받은 고양이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중간에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이런 것도 감수해야 한다’란 의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장면이 나왔었다. 근데 내 개인적인 의견으론, 해당 장면을 보고 생명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낀 사람보단 해당 품종묘의 귀여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 예상한다.


또한, 고양이의 속마음을 알려줄 때, 파양과 입양의 반복에서 발생하는 아이들의 심리적 부분도 내레이션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신중히 생각한 후 입양을 결정하라는 메시지는 띄워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솔직히,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제작진 의도대로 내레이션 부분을 다 믿을까? 고양이는 저럴 때 저런 마음이구나-라며 관심 있게 봤을까? 아니, 그냥 고양이에 대한 극히 기초상식만 알지, 시청자들은 고양이가 귀여워서 본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유추는 가능하지만, 실제 고양이가 내레이션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거라곤 100% 믿진 않는다. 그저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힐링하듯 봤겠지.

 

고양이의 속마음을 알려주는 내레이션을 하고 싶었으면, 최소한 개패 들고 뻥카를 치는 게 아닌 진짜 그 아이들의 특성을 담아서 말해야 했다. 우선, 해당 연예인도 살지 않는 임시주거인 곳에 온 순간부터 아이들은 낯설고 무서워한다. 그래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 스트레스 때문에 죽거나 잠복해있던 허피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내 막내 고양이는 6년 전, 동대구와 천안이라는 먼 거리를 버티지 못하고 우리 집에 오자마자 허피스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허피스 바이러스는 일종의 감기이고, 고양이들의 반 정도가 유전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어떻게 치료하는지와 아이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잘 치료된다. 수의사들은 당장에라도 죽을 것처럼 심각하게 말하긴 하지만. 아무튼, 아이들은 방송 초반 내내 불안, 걱정, 무서움 등등의 심리였을 거다. 근데 이걸 정확히 짚어주기보단 귀여운 말투와 목소리로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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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전국에서 일어나는 마음 아픈 동물 학대와 펫샵에서의 분양 구매를 지양해달란 캠페인과 목소리가 이제야 출발선을 넘었다. 이런 와중에 프로그램에서 ‘반려동물? 펫샵에서 사거나 이렇게 사서 키워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때 가서 보내면 돼~ 괜찮아, 괜찮아. 키워!’라고 조장함과 동시에 정의를 내린 느낌이다.


펫샵에서의 잘못된 분양과 상식을 이제야 조~금 퍼트렸는데 해당 방송이 몇 분 만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참, 올라가긴 어려운데 내려오는 건 정말 쉽구나. 그나마 시청률이 낮은 거로 위안 삼아야 하는 걸까. 동물 복지에 대한 수준을 보면 해당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명언이 있는데 오늘따라 너무 씁쓸하다.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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