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캐릭터 - 배우 연결하기 [TV/드라마]

<놀면 뭐하니?>가 도전을 그려내는 새로운 방식
글 입력 2020.01.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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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피디의 <놀면 뭐하니?>는 이전 작품 <무한도전>의 가슴 아픈 실패를 극복하고자 나온 하나의 프로젝트다. <놀면 뭐하니?>는 ‘직업 되기’의 모티프를 통해 출연자 유재석을 전설적인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영역에 올려놓으려는 시도를 해나간다. 이 글은 <놀면 뭐하니?>가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활발한 오고감을 통해 최근 예능계에 어떠한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 글이 될 것이다.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새로운 도전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네티즌들이 재미삼아 붙인 ‘유재석 부캐’라는 말이 이를 가장 잘 표현한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트로트 가수 ‘유산슬’부터 드러머 ‘유고 스타’까지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에서 국민 MC 유재석이 아니라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과 아마추어 드러머 유고 스타로 불린다.


유고 스타가 실제의 링고 스타가 아니듯, 이 트로트 가수와 드러머의 형상에는 유재석이라는 배우의 실제 모습, 혹은 다른 예능에서 비춰졌던 모습들이 대입되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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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은 영화에서 다양한 직업의 캐릭터로 연기해왔지만 그는 언제나 ‘찰리 채플린’이라고 불렸다. <모던 타임즈>에서는 공장 노동자를, <위대한 독재자>에서는 독재자 힌켈이자 이발사를 연기했으나 그는 극중에서 언제나 ‘찰리’였다.


이것은 희극 영화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특성인데 영화 속 캐릭터와 배우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영화 속 삶이 실제의 삶의 한 부분을 강력하게 부각시키고, 한편으로 스타의 실제 삶이 오히려 영화 속 삶과 같아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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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역시 찰리 채플린과 같아 보인다. <무한도전>역시 이러한 시도를 안한 것은 아니다. <무한도전> 역시 ‘도전’을 테마로 삼으면서 에어로빅, 극한직업, 가요제 등의 특집들을 통해 배우들에게 또다른 직업 혹은 형상의 무언가를 덧씌우려 했었다.


하지만 기존의 캐릭터, 즉 배우 자체의 속성이 지나치게 강력해지면서 그러한 도전은 배우 개인의 도전으로 환원되어 버렸다. <놀면 뭐하니?>는 <무한도전>에서 MC역할을 맡으며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캐릭터를 유지했던 유재석을 필두로 하여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영화 평론가 유운성의 ‘인물-배우 복합체’ 아이디어를 차용하였다.)

 

동시에 원맨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재석에게 또 다른 형상을 부여해줄 다종다양한 게스트를 출연시키고 있다. 이 게스트는 오로지 유재석에게 알맞은 형상을 부여해주기 위해 도입된 조력자로, 기존 예능에서 게스트를 출연시키며 갖게 되었던 단점을 극복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예능에서 게스트가 중심이 되면서 점차 ‘게스트 바꿔 채우기’ 식의 프로그램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유재석에게 부여된 다양한 이름들이 흥미로워 보인다. ‘유산슬’과 ‘유고 스타’는 일정 부분 유재석의 모습을 담보하고 있지만 동시에 신인 트로트가수의 모습과 아마추어 드러머의 모습을 갖고 있다.


이들의 도전이 진지해질 수록 사람들은 그가 유재석이라는 것을 잊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재석이 그러한 도전을 한다는 것에 있어서 새로운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김태호 피디의 <놀면 뭐하니?>가 새로운 형태의 예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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