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성과 담론, 담론과 성 - 야한 영화의 정치학

<야한 영화의 정치학>의 연결작업
글 입력 2020.01.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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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을 억압하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겠지만 그 중 가장 교묘하고 은밀한 방법이 성을 다종 다양한 우리의 삶과 분리시켜 놓는 방법일 것이다.


삶, 혹은 철학, 사회에는 다양한 결의 담론들이 존재한다. 성은 억압되어 있기에 그 이외의 것과 연결되지 못한다. 혹은 성이 억압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담론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효정의 책, <야한 영화의 정치학>이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은 191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까지 성을 다뤄왔던 영화, 혹은 에로티시즘을 내비쳤던 영화들이 정치학과 사회학의 담론들과 어떠한 연관을 맺고 있었는지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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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영화의 정치학>은 국내외 에로영화를 대상으로 삼아 그것의 서사와 표현적인 부분 모두를 포함하여 분석 작업을 해나간다. 이장호 감독의 <어둠의 자식들>을 분석할 때에는 원작인 소설과 영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한다.


“<어둠의 자식들>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지만 원작에서 동철이라는 남자주인공이 바라보는 하류층의 묘사가 중심이었던 것을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고 에로티시즘을 강화했다.”


또한 영화의 결말에 대해 그간 멜로드라마에서 문제시되었던 ‘처벌’의 결말을 지적하기도 한다.


“영화는 결혼과 가정이라는 제도권에서 벗어난 ‘영애’에게 모성신화를 덧입혀 가부장식 (상징적) 순교를 강요하는 결말로 끝을 낸다. 영화의 말미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처연한 눈으로 영애가 장애인 손님을 갓난아기를 안듯 품고 방으로 향하는 장면은 분명 여성의 모성과 기독교적 메타포가 혼합된 다소 혼란스러운 엔딩이다. 궁극적으로 뒷골목의 삶을 배경으로 하는 ‘현실드라마’가 기존의 여성 희생 담론을 되풀이 하는 모성 판타지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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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멜로드라마뿐 아니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로프>, <프렌지> 등의 스릴러 영화, 혹은 소노 시온 감독의 <안티 포르노> 등 실험적인 영화 전반에 걸쳐있는 주제의식이다. 성이 그 자체로 어떠한 담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야한 영화의 정치학>에서 현대의 정치학과 가장 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분은 소노 시온 감독의 <안티 포르노>에 대한 분석이다. ‘<안티 포르노>가 그리는 초현실주의적 페미니즘’에서는 영화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설정을 성과 연결하면서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언급한다.


“넓게 보면 <안티 포르노>는 페미니스트적 시선을 가진 여성 아티스트와 이의 대칭점에 있는 여성 혹은 전통적 여성상의 병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 생각하는 자유와 종속이 그녀들의 독백을 채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작가 쿄코와 배우 쿄코의 관계다. 독립적이고 성공한 작가 쿄코는 이번 로망 포르노에서 그려내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 즉 현대적 혹은 이상적 여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이미지로서, 그리고 그 마주에는 전통적인 여성, 속박당하고 억압받는 배우 쿄코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이 각각의 시대에서 요구하는 혹은 동시대에서 그려낸 여성상을 관념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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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석작업은 일본 영화사의 어둡고 찬란한 시대인 로망 포르노 시대의 리부트를 페미니즘 담론과 병치시키며 새로운 시각의 영화보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에로티시즘의 영화를 단순히 에로티시즘이라는 정동에 가두지 않고 담론과 연결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 소개>
 
 
이 책은 1910년대부터 2010년대 이후까지 영화사에서 에로티시즘이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지 시기별로 분석했다. 영화에서 여성의 (벗은) 몸은 정상적인 인간적 관계에서의 자리가 아닌, 카메라 앞의 (남성) 감독의 시선, 그리고 그의 배후에 수많은 남성적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도식화되었다. 지난 한 세기 넘게 스크린에서 그녀들의 몸·성은 소비되고, 풍자되고, 전시되었으며 때로는 조롱과 욕망의 대상으로, 때로는 혁명과 진보의 전신(全身)으로 변이를 멈추지 않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야한 영화' 혹은 에로틱 하위 장르들은 당대의 지배 담론과의 충돌 혹은 대항으로 잉태된 문화적 산물임과 동시에 억압이 생산의 근거로 기능했음을 예시하는 사료이기도 하다. 영화 속 섹스는 때로는 저항과 혁명의 기제로, 자유의 암시로, 그리고 삶과 죽음의 메타포로 쓰이며 성적 엑스타시의 재현 수단을 초월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영화는 일종의 성 현대사의 흐름을 조명하는 지표로 읽을 수 있는 작품들 혹은 영화적 경향을 설명한다.
 

 

*


야한 영화의 정치학
영화사에서 에로티시즘은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가?


지은이
김효정

출판사 : 카모마일북스

분야
페미니즘
영화평론

규격
152mm * 225mm

쪽 수 : 248쪽

발행일
2019년 12월 18일

정가 : 22,000원

ISBN
978-89-98204-70-9 (93680)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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