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헬싱키에서 만난 현대미술 [시각예술]

글 입력 2020.01.18 07:1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A7719375-F3A2-4F72-BC83-07214E40DFFA.jpeg

 


8개의 스크린에 7명의 아이슬란드 뮤지션이 한명 씩 있고, 1개의 스크린에는 집 밖에 있는 여러 사람이 있다. 7명의 뮤지션이 각자 자리를 잡으면서 스크린은 하나씩 켜진다. 그러고보니 다 한 집에 있다. 하지만 욕조, 거실, 각 방 등등 서로 분리된 공간에 위치한다.


뮤지션들은 헤드폰을 끼고 다른 뮤지션의 소리를 들으며 합주한다. 그렇게 혼자 연주하는 7개의 스크린(1개의 스크린 속 사람들 역시 함께 노래한다.)의 소리는 어느새 하나가 된다. 처음 그들의 노래소리와 연주를 들었을때 소름이 돋았다. 상상 이상의 소리가 합쳐지면서 스피커 백대가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디를 봐야할지 몰랐다. 한발 거리로 스크린을 갈 수 없고 한눈에 8개의 스크린을 볼 수 없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스크린에 가깝게 다가가면 한 뮤지션의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나중에는 그냥 가운데에 앉았다.


재밌는 발상이면서도 그게 미술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비디오 아트나 영상을 활용한 미술이 아니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그대로, 한시간 가량 녹화한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지고 있는것이었다. 그렇다고 공연도 아니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으니깐. 결국! 정말 새로웠다는 것이다.


미술이라고 본다면 각 스크린 속 구도와 소품, 뮤지션의 의상이나 행동들이 미술처럼, 공연이라 본다면 내가 뮤지션들이 둘러싸고 있는 공연장 한 가운데 있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게 현대미술이라고 하는 것인가!’ 라는걸 느꼈다. 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말이다. 한시간동안 보면서, 또 들으면서 너무 감동이었고 행복했고 울컥한 감정이 들었다.

 

각자가 쏟을 수 있는 모든걸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모습,  뭔가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것보다 그들 자체를 솔직히 드러내면서 내가 받는 수 많은 감정들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감정이 섞였고 그게 내가 사랑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통해서였다는게 더 좋았다.


끝나갈때 쯤 스크린 속 뮤지션들은 한 방으로 모였다. 샴페인을 터뜨리면서도 노래는 계속된다. 그렇게 모여 다같이 1개의 스크린으로 간다. 그곳은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집 밖이다. 드디어 집 안 사람들과 집 밖 사람들이 모였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도 그 마지막 스크린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그때 뭔지 모를 희열을 느꼈다.


관객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동시에 뮤지션들도 그랬다. 전시관이라는 한 공간에서, 집이라는 한 공간에 같이 있었지만 서로 마주치거나 만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마지막 스크린으로 만난 것이다. 관객들도, 뮤지션들도. 나는 어깨동무라도 하고싶었는데 그만큼의 감정을 느꼈나보다.

 

그렇게 마지막 스크린 속 모든 사람들은 저 넓은 벌판으로 함께 걸어간다. 갈때까지, 그들이 사라질때까지 노래는 멈추지 않고 그들이 사라지자 스크린이 꺼진다.


나에게 가장 인상깊게 남을 전시다. 현대미술이란게 무엇인지, 미술을 즐기지만 잘 몰랐는데 이것으로 내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이유를, 그 매력을 찾을 수 있었고 앞으로 더욱 좋아하고 기대할 이유가 생겼다.


전시의 기획 의도와 계기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아티스트의 열정이었다. 음악이 합해져서, 보는것에 듣는것이 더해져서 더 격하게 느꼈을 지 모르지만 어쨌든 예술이라는게 그냥 본인의 모습을 끌어내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장황한 설명이 없어도 관객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난 오늘 그랬다. 그들이 내뿜은 모든것을 느꼈다.



작품명은 “The Visitors”이다.



2020년 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Kiasma_Finnish National Gallery

Ragnar Kjartansson “The Visitors”

11 Oct 2019-2 Feb 2020



[나정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