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후속작의 한계에 갇혔지만 노래로 극복한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

너무 삼총사와 달타냥의 우정만 보여준 것은 아닌가.
글 입력 2020.01.1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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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첫 공연으로 <아이언 마스크>를 보게 되었다. <아이언 마스크>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삼총사>를 제대로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삼총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않아도 1부에서 주인공들 소개를 해서 부담 없이 보러 가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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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마스크> 뮤지컬은 삼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삼총사와 달타냥의 총사 은퇴 후의 삶을 보여주는 1부, 15분의 인터미션, 그리고 폭군 루이를 없애려는 음모를 꾸미는 2부로 150분간 진행된다. 2시간 30분이라는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지만, 뮤지컬의 노래가 끊이지 않고 진행되며 사람들의 열렬한 박수 소리 덕분에 집중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내가 <아이언 마스크>를 봤던 날의 루이/필립은 산들, 달타냥은 김준현, 아토스는 서범석, 포르토스는 장대웅, 아라미스는 박상돈 배우가 맡았다. 이 글에서는 <아이언 마스크>의 스포일러가 있을 예정이니, 내용 및 결말을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뒤로 넘기기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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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초반부에 굶주린 시민들의 반란과 총사들의 훈련과 같이 등장인물들이 관객과 친해질 시간을 계속 가졌다. 파란 옷을 입은 총사들과 낡은 옷을 입은 시민들이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대비되어 보여 세력 싸움이 뚜렷해 보였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인원이 노래를 부르는 탓에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 부분에서 동시에 노래가 끝이 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이해하기 힘든 구절도 있긴 했다.

 

사실 외국에서 만든 뮤지컬이나 창작물을 보면 언어를 이해하는 게 조금 힘들 수가 있는데, 자막과 무대를 번갈아 보다 보면 정신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 말로 번역해서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워 좋았지만, 남자친구는 “우리는 모두 달라” 같은 단어가 듣기 거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을 할 때 사용하는 언어유희, 리듬감 같은 것들이 다 사라지고, 노래 구절에 맞는 어휘로 바뀌다 보면 너무 동요처럼 변하기 때문인 것 같다. 흑백만화로 봤던 어린 시절의 만화를 몇 년이 지나서 조금 나이가 들었을 때 TV에서 색채만화로, 내가 수년간 상상해온 목소리와 말투와 전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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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이언 마스크>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장면은 시골에서 아토스의 아들 라울의 총사즉위식을 축하해주는 동안 도착한 달타냥과 삼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우정을 다지는 장면이었다. 네 명이 어깨동무를 하며, 발을 맞추고 달리는 시늉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밑에 오케스트라 피트에 떨어지면 어쩌지 동시에 걱정하기도 했다.

 

또, 사랑하는 아내에게 늘 구박을 받는 포르토스의 연기가 특히 과하지 않아 어색하지 않았고 진짜 십 년은 같이 살았던 부부인 것 같았다. 함께 루이를 죽이자고 설득하는 아토스와 아라미스의 권유를 받고도 아내를 걱정해 포르토스는 거절하지만, 아내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야”라고 말하며 죽을지도 모를 그곳으로 보낸다. 그것을 보며 진짜 사랑은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를 봐주기보다 원래의 그 사람 그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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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도 약간 엿보였지만, 삼총사와 달타냥의 노래 실력이 돋보이는 것은 2부부터가 시작이었다. 루이의 횡포로 각성한 삼총사가 아이언 마스크를 쓴 필립을 바스티유 감옥에서 구출한 뒤부터 관객석에서는 환호와 비명이 들려온다.


팬클럽이라는 소리가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는데, 2부부터 루이, 필립 1인 2역을 맡은 산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연예인이라고는 많아 봤자 백 명도 모르는 나라서 복면가왕에서 보던 산들이 그렇게 팬이 많은 사람인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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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평화로운 분위기보다는 긴장감 넘치고 살벌한 느낌이 강한데, 총사들과 삼총사의 칼싸움에서 대표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칼싸움에서 등장하는 펜싱 칼이 의문이었다. 그 시대는 싸움을 하는데 적을 죽이려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 펜싱 칼을 쓴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갔던 사람이라면 배우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펜싱 칼을 썼다는 점을 알 수 있었겠지만, 전혀 모르고 갔던 사람에겐 펜싱 칼로 승부를 다루는 모습이 정말 이상해보였다.
 
게다가 칼싸움은 위험한 동작들이라 배우들의 동작이 지나치게 느려서 관객석에서는 계속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삼총사 각각이 총사 여러명을 상대하는데, 어떻게 다들 그렇게 기다렸다가 한 명씩 천천히 공격하는지, 그리고 세 명이 하나의 칼에 동시에 공격하고 밀어내는 동작이 어떻게 그렇게 귀엽게 보이는지. 영화에서는 편집을 통해 아슬아슬할 장면들이 긴장감은 전혀 없이 그저 귀여워 보일 뿐이어서 많이 아쉬웠다.
 
잔인한 장면이 한번 등장하기도 해서, 혹시 아이들을 데려갈 생각을 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말은 무조건 아이들을 안전한 집 안에서만 기르라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에겐 괜찮지만, 아이들에겐 괜찮지 않다는 말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어른들도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은 아니고, 살면서 하나하나 겪으면서 익숙해지도록 자란 것인데 아이들을 위한다는 말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삶을 알아갈 기회를 빼앗아 상처 없는 인형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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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결말이 조금 어이없었던 건, 너무 해피엔딩으로 이끌어가려고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총에 맞은 삼총사는 조금 다치지만 살아남고, 루이가 직접 칼을 찌른 달타냥은 결국 죽는다. 사실 이야기 전개에 더 맞는 건 왕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삼총사와 달타냥이 비극을 맞이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 외에도 태후와 달타냥의 사랑은 너무 뜬금없었다. 삼총사보다 비중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커플 노래를 하나 넣은 것 같은데, 1부도 아닌 2부에 넣기엔 너무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루이, 필립의 아빠가 죽은 왕이 아니라 달타냥이었던건가 하는 생각도 들 만큼 이해하기 힘든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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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루이에겐 수많은 잠자리 상대가 있었음에도 굳이 라울의 애인인 크리스틴을 빼앗아 사랑에 빠진 설정도 억지스러운 면으로 보였다. <아이언 마스크> 자체가 <삼총사>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에 너무 치우쳐서 필립 그 자체보다는 필립을 이용해 삼총사와 달타냥이 다 함께 이룬 복수극에 가까워서, 어떻게 보면 스토리 자체는 시즌 2, 후속작이 갖는 한계에 갇힌 것 같다.
 
그러나 전개가 돋보이는 연극과는 달리 뮤지컬은 시청각적인 자극이 강조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때로는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조금 실망스러울지라도 꽤 괜찮았다고 평가하게 되는 면이 있다. 묵직한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한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달타냥의 노래는 굉장했고, 그와는 또 대비되는 산들의 연약한 목소리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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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은 1인 2역이었기 때문에 루이를 연기할 때는 정말 ‘신들린 미친 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난폭한 모습을 보여줬고, 필립을 연기할 때는 후줄근한 흰색 셔츠를 입고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 사람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소심한 연기를 했다.

뮤지컬의 후반부에 들어서서는 좌절하는 필립과 그와 동시에 광분한 루이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수차례 노래했는데, 일반인인 나의 귀에는 딱히 흠잡을 데 없는 1인 2역으로 보였다. 그것에 만족하지 않을 사람들의 몰입을 위해서, 필립의 장면에서는 창백한 조명을 쏘고, 루이에게는 붉은 핏빛을 쏘아서 연출을 도와줬다.
 
아쉬운 점은 몇 가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연출과 배우들의 공연 덕분에 정말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아이언 마스크>를 추천한다.

<아이언 마스크>는 2020년 1월 26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진행된다. 날마다 역할을 맡은 배우가 바뀌니 잘 알아보고 가시길 바란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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