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전시였다. 아니 처음 경험하는 전시였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좋아하던 캐릭터였기에 망설임 없이 전시를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이외의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부가적인 것들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여러 종류의 전시 중에 가장 어쩌면 최초로 숨이 찼던 전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전시 주인공인 캐릭터에 대한 알찬 콘텐츠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인터랙티브'를 구현해놓은 전시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살아 숨 쉬는 느낌을 받았다.

우선 들어서자마자 귀여운 미니언즈의 영화 속 서사를 간단히 편집해놓은 영상을 보여준다. 노랑이들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 귀여운 세계관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해놓은 장치이다.

영상을 시작으로 아기자기한 미니언즈 드로잉이 쭉 전시되어 있는데 영화 밖에서 미니언즈의 탄생 과정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먼저 우리를 차분히 이 세계로 인도한 후에 벅찰 만큼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벽에 붙어 있는 작품을 가만히 서서 이리저리 구경하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그저 쳐다보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였던 이전의 전시와는 다르게 상하좌우 360도 방향 모든 곳에 구경할 거리들이 넘쳐 오히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신이 난다.

가끔은 몸보다 머리를 더 많이 써야 하는 정적인 전시보다 이렇게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피부로 느끼는 전시에서 더 깨닫는 게 많을 때도 있다. 복잡한 삶에서 벗어나 단순 명쾌하게 삶을 다시 그려보는 일, 작은 일에도 심하게 들쑥날쑥했던 감정 기복을 다리미로 쫙 편 듯이 깔끔하고 시원하게 정리하는 일,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잠시나마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는 일, 이 모든 것이 허락되는 유일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초대형 바나나와 노란색, 하얀색 볼로 가득 찬 커다란 볼 풀장에서 잠시 들어가기를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내 쉽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 누울 수 있었던 것도 앞선 전시를 통해 나의 동심을 무장해제시킨 탓이다.

다녀온 후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가득한 곳에 어른이 들어가 놀았던 게 맞았나 싶기도 하지만 눈치 보지 않고 놀았던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그 어린이들이 커서 나중에 나 같은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치 친구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어린이, 어른 모두가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전시야말로 진정한 문화콘텐츠로서의 융화가 아닐까. 내 옆에 줄 서서 함께 체험을 기다리던 수많은 아이와 어른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문화로써 우리들을 더 꽁꽁 묶어줄 어떤 콘텐츠가 나올지 기대된다.

봄의 시작까지 계속되는 이 특별한 전시는 인사동 한가운데서 아직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