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시작한 사랑에 관한 일지 [사람]

글 입력 2020.01.1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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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 안 좋았다, 행복했다, 화났다, 답답했다. 또 찾아왔다. 감정의 엄청난 기복.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내가 어떻게 될지 얼마나 아파할지 뻔히 알면서 다시 시작된, 어쩌면 스스로 다시 시작한 헷갈리는 사랑.

 

이 사랑은 감정을 수도 없이 휘저어 놓아서 헷갈린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을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 버려 사랑이 된 경우이기에 더욱 혼란스러운게 아닌가싶다. 이전엔 이런 내 마음조차도 믿지 못하고 뒤늦게 알아차려 혼자 아파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하는 이사랑은 더 이상 내가 그것을 모른 체 할 수는 없을 만큼 내 마음을 꽉 틀어잡고 있었고, 이미 사랑이라고 정의하며 글을 써내려가는 것은 내가 적어도 사랑의 존재를 질문하는 마음의 혼동 속에 사로잡혀있지는 않다는 증거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에 대한 답을 찾고 있던 와중 둘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좋아함의 문턱을 조금 넘어서면 바로 사랑으로 이어지는 얇은 문 하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이렇게만 정의하기에 어려운 이유는 감정은 절대 단순함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 어떤 것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둘에 관한 차이를 이처럼 정도의 차이로 매듭지어버리기엔 미안할 정도로 사랑은 훨씬 복잡하고 고귀한 감정이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존재하고 이 각각의 범주 안에서 또 사랑은 수만 가지의 꽃을 피운다. 나는 늘 사랑하는 사람이 참 많다고 여겨왔는데 그보다 더 귀하고 값진 사랑을 받을 수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계속 사랑의 가치를 쫒는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이 없는 삶이 이제껏 없었던 내게 이미 이것은 삶을 살아가는 아주 중요한 원동력이자 그 원동력을 가동시켜 행복을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 그 때문에 사랑을 하면 행복이 넘쳐흘러 절대 마음이 아픈 날이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과정이 탄탄한 행복대로만은 아닌 것과 이별할 경우 감당해야 할 뼈를 깎는듯한 아픔이 있다는 것을 들어왔지만, 내게 그런 아픔이 찾아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고귀한 사랑이지만 거기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은 반드시 아픈 가시가 따른다는 것을 전제로 한 대가이기도 했다. 앞에서 말했듯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모호한 경계면에 서서 질문을 던지곤 했던 나는 이제야 그 차이에 대한 답을 찾은건지도 모른다. 답을 찾았다고 하기에 민망한, 너무나도 뻔해 보이는 답이지만 내가 경험했던 아픔이 둘을 가르는 차이였다.

 

내 기대와 달랐던 것에 대해 실망하고, 주고받는 마음의 정도를 저울질하는 게 말도 안 되는 논리인 걸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이 더 무거워 늘 가라앉기만 하는 것이 속상했다. 한 사람에 대해 조금씩 알아나가는 과정에서 일상이 행복으로 물들기도 했지만 어느새 너무 커져버린 그 마음을 혼자 감당하기에 버거워 조금씩 끊어내려 했더니 내 마음에 스스로 못질을 하고 있는 꼴이 돼버렸다.

 

사랑을 상징하는 색은 만장의 일치에 따라 빨간색으로 귀결되곤 한다. 타오르는 불씨와도 같은 마음과 그 불장난에 가끔은 데이기도 해 남겨진 상처를 떠올리면 빨강은 사랑을 묘사하는 색으로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다 문득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왜 빨강만 사랑을 상징하는 영광을 누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랑은 빨강에 밀려나야 하는걸까? 파랑색도 사랑을 묘사하기에 충분히 멋진 컬러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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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을 머릿속에 그리면 제일 먼저 구름 한 점 없는 매끈한 하늘, 또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파스텔 컬러의 하늘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은 햇빛의 따사로움과 함께 일렁이는 별빛같은 푸른 바다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히아신스나 물망초 같은 꽃이 노래하는 맑은 푸른빛을 상상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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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만 참고해도 파랑은 정말 다양한 색을 가졌다. Smoke blue는 사랑의 과정이 내 마음에 남긴 완전히 아물지 않은 푸른 멍자국 같았고, Midnight blue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찾아오는 평온함을 생각나게 했다. Baby blue에선 어떤 얼룩도 없는 순수한 맑음이 느껴졌는데 이는 사랑을 하면 자신의 모든 마음을 다 바치게 되어 오직 한 사람만을 담고자하는 깨끗한 영혼을 떠올리게 하기도, 또는 사랑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신뢰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녹색빛을 조금 머금은 블루에서 느껴졌던 Peacock blue의 청아함은 마치 사랑할 때 찾아오는 매일의 행복과 시도 때도 없이 피어오르는 배시시한 웃음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가미된 점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빨강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해석되는 파랑도 사랑을 정의하기에 꽤 괜찮은 색 아닌가?

 

이전까지만 해도 사랑에 관한 내 가치관 중의 하나는 나는 무조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관계에 있어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아주 아껴주고 사랑해 줄수 있는 공평한 사랑을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이런 공평함을 썩 좋아하지 않는지 꼭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마음의 무게를 무겁게 만든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사이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면 내 마음은 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압도적인 지지를 바치곤 했다. 사랑을 하는 주체인 내가 행복하려면 당연히 내가 늘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이어야 했다. 또한, 내 마음이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사랑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 상처는 사랑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에 의해 상쇄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혼자 하는 사랑은 참 힘들다. 인생의 무게를 감당해내기에도 때론 숨이 턱 막히는데, 아름다우면 좋을 사랑을 무거운 짐처럼 홀로 이고 가야 하는 것은 내 마음에 너무 과부하가 걸리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건네는 예쁜 그 마음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순수함으로 때론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는 그 마음을 나도 함께 사랑해나갈 수 있으면 더욱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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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읽혀지기를 바랬고, 그렇게 침묵의 대화 속에서 마음을 읽고난 후에도 이전의 한결같은 마음을 또다시 건네줬으면 했다. 무심코 읽었던 마음이 예상치 못해 주르륵 맞게 될 소나기 같거나 맥없이 축 처진 나뭇잎 같아도, 조금의 놀람을 뒤로 감추고 기대와 현실의 온도 차이를 따뜻한 담요로 덮어줄 수 있었으면 하고 또 바랬다.

 

괜찮다, 잘될거야, 잘하고 있어, 멋지다, 그럴 수 있는걸 등의 사랑스러움 가득 담긴 말을 내게도 건네주며 표현이 다소 서툴러도 마음을 살포시 꺼내 보이길 좋아하는 사람.

 

나는 늘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내 곁에도 이런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겨울이었다. 춥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추위가 폐의 안쪽까지 찢고 들어오는 것 같은 영하의 기온 속에서 나는 따뜻함과 추움의 경계를 수도 없이 많이 왕래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작은 다짐하나를 마음 깊이 묻어뒀다. 혼자 하는 사랑이 힘들었던 나는 나를 더욱 아끼고 사랑해주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추운 겨울 마음이 따뜻해지는 겨울시 두 편을 소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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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정호승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손으로

그리운 이여

피의 꽃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 이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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