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다 - 체홉, 여자를 읽다 [연극]

글 입력 2020.01.0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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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 여자를 읽다’는 관람을 한참 망설이게 한 연극이었다. 대략 두 시간의 연극이 뭐라고,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던 건 바로 ‘불륜’이라는 민감한 소재 때문이었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 오래이지만, 내게 불륜이란 여전히 위법적인 행동이었다. 혼인신고서에 함께 도장을 찍은 이를 버젓이 놔두고 다른 이와 사랑을 나눈다. 금기의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둘 만의 로맨스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누군가는 분명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큰 상처의 트라우마로 남을지도 모를 불륜을, ‘체홉, 여자를 읽다’에선 매우 중심적으로 다룬다고 한다. 이 연극은 남편이 자고 있는 사이 군인들과 한밤의 외도를 즐기는 ‘약사의 아내’, 동네 한량 ‘사프카’와 비밀스런 만남을 가지는 ‘아가피아’, 남편의 친구에게 사랑을 느끼는 ‘소피아’ 등 여자들의 금기적인 에피소드들이 연극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이 연극을 보더라도,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을 것만 같아 향유를 고사했었다. 그런데, 결국 이 연극을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불륜에 대한 편견에 가려진 작품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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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약사의 아내', '아가피아', '나의 아내들', '불행'이란 제목이 붙은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체홉하면 떠오를법한 인간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 그럼에도 놓치지 않는 유머감각을 반복되지 않게끔 다양한 상황으로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다.
 
에피소드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약사의 아내 - 모두 잠든 시간. 약사의 아내는 오늘도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그녀에게 이 약국에서의 생활이 지겹기 때문이다. 약국 이층에 위치한 집에 창문을 열고 기대선 그녀. 우연히 지나가던 장교들의 말을 엿듣게 된다. 약사의 부인이 미인이니 늦었더라도 약을 사면서 얼굴이라도 보자고 떠드는 말이다. 그녀 이상하게 이 상황이 흥분이 된다.
 
아가피아 - 나, 사프카, 아가피아는 지금 낚시터에 있다. 나와 아가피아는 아는 사이이며, 아가피아와 사프카는 불륜관계이다. 아가피아는 기차소리가 들리면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나의 아내들 - 라울 시냐 보로다, 즉 푸른수염은 자신을 7명의 아내를 살해한 기괴한 연쇄 살인마의 모습으로 묘사한 오페라를 인정할 수 없다. 그래서 그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고자 편지를 쓰는데...
 
소피아(불행) - 변호사 일리인은 친구인 안드레이의 부인 소피아에게 긴 시간 구애를 해왔다. 미친 짓인 것을 잘 알지만 제어하지 못하게 된 지도 오래다. 소피아는 그런 일리인의 구애를 항상 거절해 왔다. 그러나 그 거절이란 게 말뿐인 모습이다. 다시 말해서, 거절은 거절이지만 확실하지 않고 모호한, 그래서 듣는 사람은 오히려 더 오기가 발동하게 된다.

 


‘체홉, 여자를 읽다’는 불륜이라는 소재에만 초점을 맞추기엔 다양한 매력이 많다. 우선 공간적 제약이 있는 연극을 4편의 옴니버스로 구성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각각의 소주제가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단편소설처럼, 각각의 인물이 전하는 이야기가 ‘체홉, 여자를 읽다’라는 연극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지 기대된다.

 

또한 주제가 주제인 만큼 무거운 분위기일 것 같지만, 이 연극은 코미디 요소가 있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네 편의 이야기 중 ‘약사의 아내’와 ‘나의 아내들’은 코미디 극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체홉, 여자를 읽다’를 연출한 홍현우 감독은, 연극 속 네 편의 사건들이 겉으로는 추잡한 스캔들로 보여도, 긴밀히 살펴보면 귀여운 구석들이 있다고 전했다.

 

모두에게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어떻게 귀엽게 만들 수 있을지, 사회에서 지탄받을 만한 인물들을 어떻게 재기발랄하게 꾸밀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추측 불가능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간 예상 가능한 휴먼 코미디 혹은 로맨스 주제의 연극만 봤기에, 아이러니함을 갖고 연극을 바라보는 건 처음이다. ‘전개를 예상할 수 없음’이야말로 관객의 눈을 끌어당기는 비법이 아닐까.

 

끝으로 ‘체홉, 여자를 읽다’의 가장 큰 매력은 ‘부정함’을 ‘순수함’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우리가 접하는 흔한 미디어 속에서 ‘바람을 피우는 행위’는 타락한 인간의 상징으로서 나타난다. 그런데, 이 연극에선 불륜을 여자들의 욕망, 즉 가장 내밀하고 솔직한 감정 혹은 본성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솔직하게 본능을 나타내는 ‘순수함’으로 해석된다.


타락한 이들의 모습에서 순수함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역설적이다. 그래서 이는 ‘욕망을 드러내는 일이 꼭 금기시돼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가지게 만든다. 연극을 보고 나서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길 바란다.

 

이처럼 ‘체홉, 여자를 읽다’는 단순한 치정극으로 바라보기엔 생각할 거리와 매력적인 구성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다. 아마 극을 보고난 후 이 연극의 매력을 더 많이 얘기할 수 있겠지만, 관람 전에도 충분한 기대를 안고 볼 만하다.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게 미덕인 사회가 답답한 사람들이라면, ‘체홉, 여자를 읽다’의 연극 표를 당장 예매하러 가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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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 여자를 읽다

- 희극과 드라마 그리고 코미디 -


일자 : 2020.01.07 ~ 2020.02.02

시간

화~금 20시

주말, 공휴일 15시

월 공연없음

 

*

01.24(금), 01.26(일), 01.27(월) 15시 공연

01.25(토), 01.28(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주최/기획

씨어터오컴퍼니


관람연령
만 14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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