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 본연의 감정에 집중을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글 입력 2020.01.0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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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의 명성이 자자한 탓에 대략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영화를 아직 보진 않았지만 소설로 먼저 읽고 나서 봐야지라고 다짐했었다. 긴 내용을 압축하고 중요한 부분만 확대한 단편 영화보다는 원작을 직접 읽고 여러 장면을 살펴 가는 게 나는 더 중요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사고가 개방적으로 변했으면 한다는 거다. 태어나서 학창시절을 보낸 곳부터 대학교 진학까지 모두 같은 도시에서 이뤄진 탓에 나는 의식해서라도 사고를 확장시키고 싶었다.


유학을 가거나 타지에 있는 학교에 입학했다면 동네 친구들과 대학교 사람들을 넘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배웠을 텐데라는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걸까? 기존의 나였다면 놀라거나 당황했을 법한 일에도 태연하게 반응하고 싶은 욕심이 앞섰던 거 같다.

 

새내기 시절을 지나 약간은 성숙해진 내가 스스로나를 바라보자면 나는 보수적이진 않지만 결코 개방적이지도 않았다. 따라서 퀴어소설을 읽는 내내 낯섦과 민망함이 존재했다. 다문화를 존중하고 각기 다른 취향도 사회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려 노력하지만 여전히 소수가 주는 영향력은 나에게 미미했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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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엘리오는 24살의 올리버를 만났던 엘리오 본인의 과거 사건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엘리오는 올리버를 보자마자 뜻밖의 감정을 느꼈고 점차 관계가 발전되며 내용이 전개된다. 읽어가면서 동성간의 사랑에 집중하기보다 사람 대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살피며 소설을 볼 수 있었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이 소설은 오히려 사람간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다루고, 따라서 독자가 상황과 감정에 더 탐닉하게끔 유도한다.

 

소설에선 여러 감정들과 상황을 다루지만 첫 만남에 느낀 주인공의 감정이 나는 제일 강렬하게 다가왔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각자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첫인상이 존재한다. 토크쇼에서 "저는 상대방의 첫인상을 믿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실소를 터뜨리곤 했었다.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주관성이 전부인 미숙한 판단인데 자기의 느낌을 믿는건 스스로를 한계 짓는 일이 아닌가? 사람 관계라면 언제든 그 느낌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정확한 객관성이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보고 판단할 때 "느낌이 좋아서", "나와 잘 맞을 거 같아서"라는 말이 가장 싫었다. 인생은 1회차라고 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개인이 쌓아온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한 사람의 촉은 단순하고 근거도 부족하기에 틀릴 수도 있는 거다. 또 사실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느낌을 판단하는 게 옳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첫 이끌림, 첫인상은 논리정연한 이유로 서술되는 팩트는 아니지만 (또한 확신할순 없지만) 오직 사람만이 내세울 수 있는 이유다.

 

몇 년 전으로 기억한다. 상대방을 보며 매료되는 느낌을 받았었고 우리의 앞날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른 누군가를 보며 비슷함을 또 느끼면서 그 순간의 감정으로 미래를 확정지을 순 없지만 서로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시작점이 있어야 앞으로의 인연을 점칠 수 있다. 적어도 둘의 계기가 되는 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퀴어라는 특징을 떠나 인간 본연의, 사람 관계의 감정을 느끼고 상황을 살펴 가고 싶다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CALL ME BY YOUR NAME -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André Aciman)
 
옮긴이 : 정지현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영미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316쪽

발행일
2019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0234-01-6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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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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