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로트렉과의 토론이 기다려지는 밤 - 툴루즈 로트렉展

글 입력 2020.01.0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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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2.jpg

 

 

지금까지 많은 전시를 관람했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어려운 내가 또다시 꼭 찾아야 할 전시 하나가 생겼다.


물랭루즈의 작은 거인, 툴루즈 로트렉의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찾았다는 것은 '로트렉'이라는 화가에 적지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내게는 희소식중에 아주 기쁜 희소식이었고, 정말 원했던 선물을 받게 되었을때의 두근거림과도 같았다.

 

 

Marcelle Lender Dancing The Bolero in Chilperic.jpg

 

 

학창시절 교양 수업을 통해 물랑루즈와 파리의 예술가들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던 때가 나와 로트렉의 첫 만남이었고, 그 후로도 그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게 된 계기는 그가 하반신 마비라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자신을 물랑루즈의 매춘부들과 동일시 했던 것에 기반한다. 빛의 순간을 포착해낸 아름다운 풍경그림이나 평온함이 깃든 정물화가 아닌 물랑루즈의 여인들을 자신의 그림에 담길 즐겼던 로트렉.

 

일전에 읽었던 치유미술관이라는 책에서 그가 자신과 매춘부의 공통점을 사회적으로 약자라는 데 두며 그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매춘부들을 애써 괜찮은 척, 밝은 척하고 있지만 속으로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며 그 여인들을 거울삼아 자신의 슬픔을 비춰보였던 로트렉의 생각, 그리고 당시사회에서 하찮게 여겨지던 그녀들을 바라보는 그의 애틋하고 따뜻한 시선은 그에 대한 나의 관심을 고조시키기에 아주 충분했다.

 

 

Salon de la rue des Moulins.jpg

 

 

전시를 통해서 관심있는 화가에 대해 더 알아나갈 수 있다는 점은 최고의 공부이자 진귀한 경험이라는 변치않는 사실에 더해, 이번 전시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생각하면 더더욱 소중한 전시가 아닐수 없다.


이번 툴루즈 로트렉 전은 국내에서 선보이는 로트렉의 첫 단독전으로,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헤라클레이돈 미술관(Herakleidon Museum)이 소장하고 있는 150여점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리스, 미국, 이탈리아 등 2011년부터 유럽과 미국 13개 미술관에서 순회하던 그의 전시가 14번째 순회전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것은 전시가 가진 의미가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준다.

 

전시는 무려 7가지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연필드로잉에서부터 뮤즈, 몽마르트 카페, 여자, 잡지와 출판, 말과 승마, 현대포스터의 선구자 툴루즈 로트렉이라는 각각의 주제를 다룬다.


어린 시절 다리가 부러진 후 침대에서만 시간을 보냈어야 했을 그에게 연필은 삶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구원자이자 멋진 친구였다. 이 섹션에서는 그의 드로잉이 가졌던 엄청난 묘사속도에 대해서 알 수 있으며 놀랍도록 현대적이고 절묘하기까지한 그의 펜과 연필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다.

 

 

Au Pied Du Sinaï.jpg

 

 

전시의 제목, 물랑루즈의 작은 거인은 파리의 밤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어낸 몽마르트의 여인들을 즐겨 그렸던 그에겐 안성맞춤인 제목이다.


그의 화폭에서 그들이 희극적 또는 비극적으로 묘사된 것은 비웃음의 목적이 아닌 위선과 가식으로 똘똘 뭉쳤던 당시의 상류사회를 조롱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은 그가 뮤즈들을 통해 화려했던 한 시대와 그 시대를 대표하는 파토스(pathos, 애수)를 누구보다 진실되게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것을 의미한다.

 

도시의 밤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창작했던 광고포스터들은 오늘날 로트렉의 인기를 더욱 부상시켜 주는데 한 몫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스타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그려내어 이후 보다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포스터를 대량 생산한 로트렉은 미술계에 또다른 혁명의 바람을 만들어냈다.


당시 프랑스 미술계를 좌지우지 하던 모네나 르누아르 등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부르주아적인 전통방식을 거부하고 아방가르드 방식을 모색했던 것은, 미술작품이 대중의 소비를 위해 제작되고 활용되는 최초의 계기가 되었다.


 

Moulin Rouge, La Goulue.jpg

 


프랑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시대로 불리는 ‘벨에포크’ 시대, 예술과 문화가 번창하고 인상주의 화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그 시간을 전시의 각 섹션을 통해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권을 손에 쥔 것과 같은게 아닐까.


당시엔 로트렉이 그렸던 벽에 붙은 포스터를 서로 떼어가려고 혈안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런 치열한 경쟁없이 그가 짧은 생애동안 남겼던 31점의 포스터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아주 감사한 기회다.

 

 

나는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다.

I don't belong to any school.


나는 내 멋대로 그림을 그릴뿐이다.

I work in my corner.


하지만 나는 에드가 드가를 존경한다.

I admire Degas.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Henri de Toulouse-Lautrec)


 

로트렉은 몽마르트 언덕으로 작업실을 옮긴 후 그곳의 화랑과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카페에서 모여 토론하는 등 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한 파리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화가들과 자주 어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떤 유파에도 휩쓸리지 않고, 이론보다 천부적인 감각과 재능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갔다.

 

점점 알면 알수록 흥미로워지는 화가다. 그의 삶과 그의 눈동자에 담겼던 당시의 사회모습, 아름다움 속에 날카로움을 더해 누구보다 진실된 그림을 그려냈던 로트렉. 어쩌면 이번 전시를 통해 그와 함께 몽마트르언덕에 나란히 서서 파리의 저녁 바람은 어떤 색인지, 물랑루즈가 그에겐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서 물어볼 찰나의 순간을 경험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가 끊이질 않는다.

 

 

The Passanger from Cabin 54.jpg

 

 



툴루즈 로트렉展
- Henri de Toulouse-Lautrec -


일자 : 2020.01.14 ~ 2020.05.0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현대씨스퀘어
 
주관: 메이드인뷰, 한솔BBK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화 리뷰단 로고 이소희.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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