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름에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가 식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도서]

"네 이름을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글 입력 2020.01.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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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의 계절, 여름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는 낮 동안 뜨거웠던 만큼 그 열기를 식히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들의 사랑도 그러했다.

 

책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이 책은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이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였던 2017년, 나는 이 영화를 보았었는데 처음 보았던 퀴어 영화이기도 했고 영화가 주는 여운 때문인지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성장한 엘리오가 24살의 올리버를 만났던 17살의 그해 여름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여름마다 엘리오 집에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은 엘리오의 부모님이 책 출간 전에 원고를 손봐야 하는 젊은 학자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여름마다 그들을 손님으로 받았던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해 여름 손님은 올리버였다. 엘리오는 올리버를 몇 달 전 숙박 신청서에서 처음 보았다. 보자마자 놀랄 정도로 친밀감을 느꼈지만 서로의 첫 만남과 첫인상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내가 잊지 못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남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 누군가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될지, 잊지 못할 인연이 될지, 함께 할 인연이 될지 모를 일이다. 다만, 아무런 인연도 없이 떠나가는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언가 서로의 중력을 끌어들이는 듯한 느낌은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명사로 표현하자면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와 친밀해지는 것의 시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반드시 사랑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사랑이라면 '관심'을 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관심도 그 사람을 알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심,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이상하게 그에게 끌리게 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17살의 엘리오는 집안에서도 손님들이 함께 모인 시작 자리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에 속한다. 엘리오는 자신의 말을 귀담아주었던 어른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엘리오에게 보인 착각일지 아닐지 모르는 그러나 점점 갈수록 착각이 확신이 되어가는 그 사소한 관심은 적어도 인간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하는 촉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지나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래도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 없다고 생각한 세상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설레고 행복한 일이 아닌가.


 

우리는 서로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그는 나보다 훨씬 전부터 신호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22p


 

알 듯 말 듯 한 감정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지만 드러내기에는 아직 복잡한 감정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들, 그러다가도 갑자기 두려워져 피하고 싶은 마음들 롤러코스터를 타듯 하루에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는 것은 피해서 만은 얻을 수 없다. 두려움을 내려놓아야 한다.


 

올리버한테 말하자. 올리버 말고는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올리버, 정말로 당신 말고는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83p


 

엘리오는 올리버에 대한 감정이 점차 커진다. 엘리오는 올리버에 대한 감정이 우정을 넘어선 것임을 안다. 하지만, 이해받지 못할 감정 일 수도 있다는 현실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인 엘리오가 그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당신이 내 세상이지만. 비록 당신의 눈동자에는 경악과 혐오가 담긴 세상이 펼쳐져 있지만. 올리버 당신에게 말하고 나서 그 차가운 강철 같은 표정을 마주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겠어요.


-85p


 

책을 읽다 보면 엘리오가 올리버를 향한 짝사랑의 감정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르지아와의 관계를 나누고 올리버를 잊어보려 하지만 이미 깊게 자리 잡은 듯하다. 올리버와의 침묵을 이어가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감정이 커진 엘리오는 두려움을 무릎 쓰는 용기를 내서 쪽지를 보낸다. ‘당신이 날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되느니 죽는 게 나아요.’라는 엘리오의 메모에 올리버는 ‘철 좀 들어. 자정에 보자.’라는 메모를 남겼다.

 

그 후 엘리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생각들이 ‘자정’이라는 글자에 초점을 맞추어 나열되어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사소한 말 하나에도 무수한 의미를 내포하기도 하고 별다른 의미 없는 말로 부풀려 생각하는데 그런 순수한 어린 시절 사랑의 감정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날 자정, 확실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서로에게 서로가 되어주었다. 그저 두 인간, 평등함 마저 느껴지는 사이. 인간 대 인간, 남자 대 남자, 유대인 대 유대인으로 존재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내가 외설스러운 말을 시작했는지 그가 부드럽게 따라 하다가 말했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이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173p

 

나중에서야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보인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올리버는 엘리오만큼이나 내성적인 성향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나온다. 아무리 좋아하는 감정이 크더라도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인 사람이라 엘리오가 보기에 올리버는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 생각이지만 올리버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지만 절제해야 한다면 드러내는 것보다도 더욱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있는 성격인 것 같기도 하다. 결국, 확실했던 것은 엘리오만 가지고 있을 줄 알았던 감정은 사실 올리버만 가지고 있었던 감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처음 보자마자 널 원했어. 너보다 감정을 잘 숨긴 것뿐이야.”


-191p

 

그 후의 소설의 내용을 보면 서로가 그동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언제 그 감정을 알게 되었는지 왜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나온다. 서로의 감정을 이제는 확실히 확인한 순간이다.

 

이탈리아의 여름, 그리고 그해 찾아온 여름 손님 올리버. 6주 동안의 시간이 금세 지나가고 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로마로 여행을 떠났다. 아버지가 준비해 준 고급 호텔에서 지내고 올리버와 함께 간 북 파티에서 둘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헤어짐이 정해져 있는 만남은 그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끔 한다.

 

로마에서의 여행이 끝나고 그들의 각자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내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듯 멀어지려고 노력한 것도 아니지만 멀어져 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텅 비어 버린 자리를 메꾸는 것은 시간만이 유일한 치료일 것이다.

 

로마 여행이 끝나고 엘리오에게 아버지는 올리버와의 여행이 어땠는지 물어본다. 결국 이야기를 빙빙 돌다 마주한 것은 올리버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쩌면 아버지는 이미 둘의 사이를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아니 알고 있었다. 둘만의 추억을 만들고 오라는 의미에서 고급 호텔을 예약해주었을 것이다.

 

보통의 아버지 같았다면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어떠한 반응을 보였을까 싶지만 나는 엘리오에게 말하는 아버지의 말이 참 인상 깊게 와닿았다. 아버지가 엘리오에게 한 말들이 인상 깊어서 다 적고 싶지만 몇 마디로 간추려서 적고자 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런 시간이 올 거야. 적어도 나는 오기를 바란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올 거다.”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우정 이상일지도 모르지. 난 너희가 부럽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모가 아니야.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무엇도 느끼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283p


“우리의 가슴과 육체는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지. ··· 하지만 삶은 하나뿐이다.”

-284p


 

몇 개월이 흐르고 엘리오는 올리버가 2년 동안 만났다 헤어졌다를 하면서 이어진 사이였던 여자와 결혼을 약속한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다음 해 여름 올리버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랑했던 누군가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는 것은 앞으로 어쩌면 영원히 그와의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엘리오에게 이 소식은 큰 충격이 아니었을까? 결국, 그에게 유일한 소식을 전하는 것은 비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뿐. 더 이상 둘의 사이에는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9년 후 올리버가 아들이 두 명이 되어 만나게 되고, 그들이 만난 지 15년이 흐른 후 그들은 다시 만난다. 그 아들이 엘리오의 나이에 가까울 만큼 자라는 동안 엘리오는 여전히 올리버와 함께 했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듯 여전히 혼자다. 20년이 지난 후, 그들은 다시 만난다. 집과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그들에게는 수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여름철 싱그러운 잎사귀처럼 푸르렀던 청춘이 가고 그 시절 아련한 첫사랑은 추억이 되었지만 서로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하는 존재로 남아있을 것이다.



“나도 너와 같아. 나도 전부 다 기억해.”

 

나는 잠시 멈추었다. 당신이 전부 다 기억한다면, 정말로 나와 같다면 내일 떠나기 전에, 택시 문을 닫기 전에, 이미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이 삶에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장난으로도 좋고 나중에 불현듯 생각나서라도 좋아요.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을 테니까, 나를 돌아보고 얼굴을 보고 나를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줘요.


-315p


 

이 책은 영화에서 나왔던 세세한 감정들 이상으로 더욱 촘촘한 감정선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소설로 여운을 남긴 적이 최근 들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나도 첫사랑의 감성이 떠올라서 엘리오의 기분에 따라 나의 감정 또한 이리저리 흔들렸다. 영화로든 책이든 둘 중 어느 장르로든 이 이야기를 접한다면 인생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한 번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책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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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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