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종이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출판저널 514호 [도서]

글 입력 2020.01.0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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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출판저널’을 읽고 리뷰를 올린 적 있다. 독서 편식 때문인지 매거진은 거의 접해본 적 없었는데, 그때 만났던 ‘출판저널’이 참 알차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읽게 되었다. 출판과 독서, 독자, 서점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신간까지 접할 수가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수 없는 매거진이 ‘출판저널’이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책을 좋아하는 편에 가깝지만 이런저런 이유(혹은 핑계)로 유년기보다 책과 소원해졌다. 몇 걸음만 걸으면 도서관이 있던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과 다르게, 입시라는 거대한 산맥을 통과하느라 도서관 가는 길마저 사치가 되어버린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도서관이 지나치게 높은 산(말 그대로 ‘산’)에 위치해 있어 좀처럼 발걸음이 닿질 않는 대학 생활까지,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책과 한 걸음 한 걸음씩 멀어졌던 것 같다.


그러다 책과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바로 전자책 리더기 구매였다. 많게는 하루에 4시간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보내기 때문에 전자책 리더기는 혁명과도 같았다. 독서량도 늘고 통학길이 덜 지루해지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자책은 실패한 콘텐츠라는 비판이 쏟아졌던 것 같은데, 미디어와 콘텐츠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와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에 종이보다 살아남기 좋은 형태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종이에 쓰인 활자보다 스크린에 비친 활자가 더 친숙한 세대가 밀려오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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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이 약하고 오류가 잦다는 점만 빼면 정말 좋다.

 

 

십 년 전쯤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책을 얼핏 본 기억이 있다. 운동화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움직여야 소비할 수 있는 재화인데, 사람들이 방에 틀어박혀 닌텐도를 붙잡고 있는다면 자연스럽게 운동화는 잊히게 된다.


사실 책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책의 경쟁상대는 이제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유튜브, 나아가 인터넷의 수많은 콘텐츠들이다. 영상부터 사진, 조각조각 나뉜 SNS 글귀들 등등. 그리고 이 콘텐츠들을 적수로 규정하느냐, 함께 손잡고 발전해나갈 동반자로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출판의 미래도 변하지 않을까 싶다.


‘출판저널 514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언제부터인가, 책 대신 콘텐츠라는 말이 우리 곁에 왔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니 지금은 좀 익숙하다. (...) 출판계에서 콘텐츠란 좁게는 종이책에 얽매이지 않는, ‘이야기나 지식의 덩어리’를 뜻하는 것 같다. 즉 ‘책의 물성’이라고 할 때의 물체가 아니라 개념이다.

(...)

최근의 가장 큰 특징은 콘텐츠의 운반체가 확장돼 간다는 점이다. 오디오북이나 전자책으로의 이동 추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전자책 대중화론은 지난 10년 이상 양치기 소년이었는데 이번은 느낌이 다르다. 조만간 올 것 같다. 오디오북도 마찬가지다. 이제 사람들은 자기 편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담아주기 바란다. 현재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활자를 읽고 있는데 그 읽는 행위를 책상과 침대가 아닌 데에서도 가능하게 해주는 게 오늘날 출판사의 살 길이자 의무 같다. (31쪽)



얼마 전 독립서점과 북카페를 가야 할 일이 생겨 이곳저곳을 다녔다.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작은 서점부터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바(bar) 형태의 책방까지, 책을 즐기는 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둘러볼 만한 공간이 많았다. 책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도 분위기에 홀려 한 권 집어 들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곳들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제 책 하나만으로 마케팅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세상이 된 건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사실 나조차도 카페에 들어갈 때 충전 코드나 와이파이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독특한 책방과 북카페에서 시도하는 유인책이 방문 유인책에만 그치는지, 독서 유인책으로도 의미가 있는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최근 서점은 책 파는 공간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바뀌고 있다. 입장료가 있는 서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시초는 포르투칼의 ‘렐루 서점’이다. 이 서점은 J.K.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감을 받은 곳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2015년 7월부터 5유로의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입장료만큼 차감해주는 방식이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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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 책 외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면 우리나라의 서점도 많은 변화를 겪지 않을까. 서점과 도서관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점에서 서점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출판계에도 활기가 돌 것이다.


‘출판저널 514호’에서 주목했듯 이제 책의 개념에도 변화가 불어오는 시대다. 더 이상 책을 규정하는 정의 안에 ‘종이’가 들어있지 않다.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콘텐츠로 활자는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책이 변하고 글자가 변하는 이유는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이 변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책을 변화시킨다.


종이책이나 오디오북, 나아가 영상이나 이미지와 같은 미디어까지, 책이 변화할 수 있는 통로는 무한하다. 외연이 어떤 모습이든 간에 그 속에 들어있는 글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 책이 줄 변화는 언제나 기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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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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