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과 미움 사이를 진동하며, 김사월의 음악

2019년 김사월 연말 공연 <밖은 너무 추워 나는>
글 입력 2020.01.0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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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통과해낸 300명 남짓한 사람이 성수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한 공연장에 모였다. 김사월의 연말 공연 <밖은 너무 추워 나는>, 그러니까 일명 “엉엉콘”(김사월의 곡 '엉엉'의 가사가 '밖은 너무 추워 나는 엉엉엉 울어 ' 이다)을 보기 위해서다.

 

뒷자리에 앉아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뒤통수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공연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단 한 번도 마주칠 수 없는 사람들이 김사월의 음악을 사랑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 모여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새삼스레 그런 것들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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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내려간 어두운 공연장에서 색색깔의 선물상자로 둘러싸인 김사월이 등장했고 모두가 그녀에게 집중한다. 김사월의 라이브는 처음 가본 것이었는데, 노래하는 김사월과 말을 하는 김사월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긴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세상에 자기밖에 없다는 듯이 몸을 흔들며 노래를 하는 김사월은 말을 해야 될 시간이 오면 그제서야 눈 앞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머쓱해 하는 사람이 되었다. 별 다른 소개 없이 “안녕하세요. 엉엉콘이고요. 저는 김사월이에요.”라고 작게 말하고, 연말이라 따뜻한 분위기를 내고 싶은데 어떻게 내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는 김사월.


그는 음악으로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려 할 말이 떨어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할 말이 너무 많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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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음악들을 들으면 하나의 감정선을 가지고 달려가고 그 감정으로 귀결되곤 한다. 하지만 김사월의 음악은 조금 다르다.


그의 음악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에는 슬픔의 바다 그 한가운데에서 헤엄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예 빠져나올 수도 없어서 발만 담그고 애달프게 우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김사월은 거기서 멈추는 사람이 아니었다.


밖이 너무 추워 엉엉 울다가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혼자 남기 를 선택한다. 김사월은 그렇게 나아가는 사람이다.

 

 

김사월의 음악은 외롭지만

사랑을 구걸하지는 않는다.

김사월의 음악은 연약하지만 단단하다.

김사월의 음악은 슬프지만 찬란하다.

 

 

외로울 때, 슬플 때, 아름다울 때, 추할 때. 많은 순간에 그녀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 김사월의 음악은 내 인생의 bgm이 되었다. 사실 세상의 모습은 생각한 것 보다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


여러 현상과 감정이 엷게 산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다시 나타난다. 마치 김사월의 음악처럼. 김사월의 음악은 그를 스쳐간 것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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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본 이후 지난 11월 발표된 김사월의 첫 산문집 <사랑하는 미움들>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그런 나를 사랑하라니 부족함 투성이인 나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지 말고, 내 모든 결점들을 그냥 무시하듯 내버려 두라는 뜻일까? 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그러나 예전처럼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사월 산문집 <사랑하는 미움들> 中


 

자신을 사랑하라는 이 흔한 말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다가온 2020년도 사랑과 미움 사이를 진동하며 조금씩 나아가겠지.


그리고 순간마다 김사월의 음악에 빚을 지며 살아갈 것이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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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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