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상력을 거침없이 자극하는 이야기들,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글 입력 2019.12.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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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개념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건 미국드라마 <빅뱅이론>을 통해서였다. 소위 말하는 ‘너드’인 캐릭터 레너드는 앞집에 이사 온 ‘페니’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지 말지 고민한다.


페니 역시 지금까지 만나왔던 남성들과는 다른 레너드의 호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 고민한다. 그런 레너드와 페니에게 레너드의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쉘든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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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은 1935년 어윈 슈뢰등거가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가상의 실험이다. 50%의 확률로 깨질 수 있는 청산가리가 든 병과 고양이를 한 상자 안에 1시간 동안 넣어 놓는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고양이가 죽었거나, 살아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지만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이 고양이는 죽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상태이다. 그 상황을 확인해줄 수 없는 관찰자의 존재가 없으면 고양이의 존재 양상 또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페니와 레너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데이트에 나가게 된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이론을 이렇게 유쾌하고 즐겁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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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역시 빅뱅이론처럼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이론을, 픽션을 통해 더욱 흥미롭게 전달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총 7개의 픽션이 실려 있는데, 불사에 대해서 다룬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와 AI에 대해 다룬 ‘인형들의 천국’, ’튜링히어로’가 특히 흥미로웠다.

 

‘메멘토 모리’는 노화로 죽지 않는 방법이 개발된 이후의 인류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다. 막연하게 느껴지던 불사의 개념에 대해서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픽션이다. 각각의 픽션에 쓰인 과학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쓰인 ‘앞설’에서 이 개념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과연 죽음을 극복한다는 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자. 소위 ‘영생’이라는 것에도 종류가 있다. 일단 가장 높은 차원에 있는, 즉 궁극의 영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이다. 늙어 죽지도, 병들어 죽지도, 다쳐서 죽지도 않는다.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의지뿐이다 (중략) 한편 영생의 낮은 레벨, 어쩌면 우리가 성취 가능할지도 모르는 수준의 영생은 ‘늙어’ 죽지 않는 것이다.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p. 13-14.


 

노화로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에서는 마치 디스토피아가 도래한 것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므로, 상상의 나래를 더욱 펼쳐나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처럼 SF소설, 특히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어나가면서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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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해 다룬 두 소설도 상상력을 자극하게 해 주었다.


‘인형들의 천국’에서는 인류가 지구의 독이라는 것을 깨달은 AI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튜링히어로’에서는 인간과 AI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인간이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인 AI지만, 스티븐 호킹은 물론 여러 과학자가 꾸준히 경고한 AI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단편들이다.

 

이처럼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는 앞설’과 ‘뒷설’을 통한 보충 내용,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경이 잘 짜인 소재들을 제시함으로써 독자에게 다양한 상상의 길을 열어 준다.


조금 아쉬운 점은, 단편들이 매우 짧고, ‘앞설’과 ‘뒷설’을 통해 이야기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경우도 많아. 정작 픽션의 분량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뒷설에서 장편소설로 써도 될 것 같다고 직접 언급했던 ‘튜링 히어로’와 같은 단편 같은 경우, 이야기의 크기에 비해 내용이 적어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만큼 흥미롭고 다채로웠던 이야기들이었던 만큼,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온 단편들이 더욱 긴 이야기로 나와주길 기대해본다.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 SF 단편 모음집 -


지은이
원종우

출판사 : 아토포스

분야
SF소설

규격
128*188mm

쪽 수 : 196쪽

발행일
2019년 12월 06일

정가 : 13,600원

ISBN
979-11-85585-81-9 (03810)



 

 

 

[권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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