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그들의 삶을 기억하며.. -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공연]

진심을 담은 그림을 그렸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고흐 인생의 후원자 '테오 반 고흐' 그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20.01.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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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날보다 따뜻했던 날 그리고 2019년의 마지막 주말, 오랜만에 나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좌석에 앉아 뮤지컬이 시작되기 전, 무대를 바라보며 빈센트 반 고흐를 어떠한 뮤지컬이 펼쳐질지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 위에 펼쳐지는 고흐의 작품은 영상 기법으로 표현되어 마치 빈센트 반 고흐가 살았던 시대의 유럽의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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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두 형제의 이야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시작되고 테오 반 고흐가 무대로 등장한다. 심한 기침을 하고, 절뚝거리는 다리를 한 채로 걸어오는 모습이다. 마비성 치매를 앓고 있는 테오 반 고흐, 자신의 몸도 성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형의 유작 전시회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시간은 과거로 되돌아간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가 함께 했던 그 시절로 말이다. 테오 반 고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이자 미술상이다. 일찍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보고 형의 재능을 인정하며 형을 지원해주었던 후원자이자 예술의 동반자였다.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형편도 못 되었던 형에게 데생 기법이 담긴 책과 물감을 사주었으며, 고갱과 함께 살았던 때에는 생활비를 지원해주었다. 빈센트 반 고흐에게 테오 반고흐는 삶의 버팀목이자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두 형제의 사이는 668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던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 뮤지컬에도 그들의 편지 이야기는 등장한다. 나는 뮤지컬에서 나왔던 편지 이외의 다른 편지의 내용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그들의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을 찾아보니 빈센트 반 고흐 작품에서 보는 것을 넘어서서 그들의 삶과 인생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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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닮은 그림을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그림을 보면 지위 높은 귀족보다는 민중들의 모습을 그렸던 화가임을 알 수 있다. 「수확하는 농부」, 「우체부 조제프 룰랭의 초상」(1889년 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빈센트 반고흐는 이름 없는 사람들, 노동자 등 민중의 모습을 자신의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넘버 중 '사람을 닮은 그림'이라는 노래를 통해서도 빈센트 반 고흐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휘황찬란 치장한 백작부인보다는

여기저기 꿰매 입은 시골 처녀가 아름다워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은 신사보다는

흙 묻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농부가 더 사람다워

 

탄성을 자아내는 성당보다는

눈물 젖은 사람의 눈을 보여주는 그림이

지체 높고 돈 많은 귀족 초상화보다는

매춘부나 거지라도 인생의 쓴맛을

아는 사람을 그리는 게 더 좋은 걸


그게 바로 그런 그림

 

-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넘버 '사람을 닮은 그림' 중


 

고흐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 중에 빈센트 반 고흐가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리는 시점에 동생에게 썼던 편지로도 고흐라는 사람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는지를 알게 해준다.

 


“나는 불빛 아래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 중


 

 

 

고흐와 고갱의 만남과 갈등 그리고 생레미 요양원에서의 삶


 

고갱의 삶에서 빈센트 반 고흐가 차지한 부분은 일부분일지 모르지만 빈센트 반 고흐의 삶에서 고갱은 큰 영향을 미쳤다. 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들이 함께 모여 미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화가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는데 그 제안에 응답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고갱이었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가 테오 반 고흐에게 고갱을 소개해달라는 장면이 나온다. 고갱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행복해하던 고흐의 얼굴을 떠오른다. 고흐는 해바라기 그림을 걸어놓고 오랜 만에 자신의 노란 집을 꾸몄는데 이것은 「고흐의 방」(1889년 작)에서 의자 두 개와 베게 두 개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도 고흐와 고갱이 함께 지내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뮤지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갱은 고흐의 첫인상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알코올 중독자로 매일 술에 절어있고 정신 질환을 앓아 같은 말을 반복하는 고흐의 모습을 보며 좋은 인상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갱 또한 돈에 시달리는 삶이 힘들었던 터라 테오 반 고흐가 지원해주는 집에서 고흐와 함께 살아야 했다.

 

안타깝게도 둘은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가 있던 화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지내기란 더더욱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고 특히 그림을 그리는 방식과 가치관이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밀레의 영향을 받아 자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내고자 했다면 고갱은 기억에 의존하여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이것은 한 카페에서 일하는 「지누 부인의 초상화」(1888년 작)를 그린 그림만 보아도 그 둘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갈등의 최고조에 이른 것은 고갱이 그린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 고흐」(1888년 작)였다. 그림에서 고갱은 고흐의 얼굴을 흐리멍덩한 모습으로 그려놓았고 고흐는 자신을 초점 없는 얼굴을 한 미치광이로 그려놓은 고갱에게 화가 났고 갈등이 폭발해 둘은 헤어지게 된다.

 

뮤지컬에서는 그 후 고흐는 귀를 잘랐고 결국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정신병자로 취급해 마을에서도 내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고흐는 요양원에 가겠다고 동생에게 얘기하였고 생레미 요양원에 가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흐는 현재 그의 걸작들로 알려져 있는 「별이 빛나는 밤에」(1889년 작), 「싸이프러스 나무」(1889년 작)와 같은 작품을 그려냈다. 여기서도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가 있는데 당시 빈센트 반 고흐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고흐가 갈수록 그림에 미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일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것 때문에 반쯤은 미쳐버렸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바로 나를 정신병원에 가둬버리든지 아니면 온 힘을 다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내버려다오.”


-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 중


   

 

 

화가로서 그리고 형으로서의 '빈센트 반 고흐'


 

화가로서의 그는 생애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던 무명 화가였다. 그 그림은 「아를의 붉은 포도밭」(1888년 작)으로 인상주의 여류 화가였던 안나 보흐에게 400프랑 즉,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00만 원 정도이다. 이것이 생전에 유일하게 팔았던 고흐의 작품이다.

 

현재 그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네덜란드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칭송받고 있으나 가난하고 고독한 삶을 살다간 화가였다. 이 세상은 고흐가 살기에는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곳이었을 것이다.

 

고흐는 그 시절 사람들에게 정신병자로 취급당했지만 사실 형으로서의 고흐는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 같았다. 자신을 믿어주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준 후원자이자 예술의 동반자인 동생에게 얘기해주는 편지의 내용은 형으로서 빈센트 반 고흐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내가 늘 말해 왔고 다시 한 번 말하건데 나는 네가 단순한 화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는 나를 통해서 직접 그림을 제작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도 그 그림들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 내 그림들. 나는 일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것 때문에 반쯤은 미쳐버렸지. 그런 건 좋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너는 사람을 사고파는 장사꾼이 아니다.”


- 고흐가 동생에게 쓴 편지 중에서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어."


 

무대가 어두워지고 빈센트 반 고흐가 무대 밖으로 사라지며 '펑'하는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빈센트 반 고흐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1890년 작)을 유작으로 남겼다. 이 그림은 고흐가 가진 슬픔과 고독을 담은 그림이자 고흐의 죽음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작품을 보다 보면 그 당시 고흐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은 질감과 세 갈래의 길, 까마귀 그리고 밀밭. 특히, 빌밭을 고흐는 죽음으로 표현했는데 바람에 흔들리며 불다 익어가고 자신도 모르게 배어지는 밀밭을 보며 자신의 처지와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작품을 보고 있으니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이 작품을 끝으로 하며 며칠 후 고흐는 권총 자살을 하는데 즉사하지 못하고 3일을 더 앓다가1890년 7월 29일 37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생과 사 모두가 힘겨웠던 고흐. 테오 반 고흐의 곁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이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어.”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그들을 기억하며..


 

빈센트 반 고흐. 그가 목사가 되었더라면 평범한 화랑 가게의 후계자가 되었더라면 그 당시 다른 화가들처럼 그 시대를 따라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더라면 어땠을까? 평범한 화가로 한 가정의 아버지로 살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는 27살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후로 37살의 나이가 될 때까지 그는 10년간 약 900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 이것은 36시간에 1작품을 그릴 만큼 놀라운 속도라고 한다. 그는 삶의 후반으로 갈수록 그림에 미쳐 살면서 예술의 혼을 불태웠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작들을 쏟아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의 작품은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도 그는 다양한 장르로 표현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테오 반 고흐. 그가 없었더라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과 그들의 이야기가 현재 우리에게까지 전해졌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형이 살아있을 때는 형이 화가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고 형이 죽고 나서도 형과의 추억을 기리기 위해서 유작 전시회를 열고자 했던 테오 반 고흐. 테오 반 고흐가 있었기에 빈센트 반 고흐도 존재했다. 안타깝게도 테오 반 고흐는 마비성 치매를 앓다가 빈센트 반 고흐가 사망한 지 6개월 만에 숨을 거두었지만 그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흔적들은 세대에 세대를 걸쳐져 현재 우리에게까지 감동을 주고 있다.


 

 

글을 마무리지으며..


 

빈센트 반 고흐는 나에게 삶을 살아가다가 가끔씩 만나지만 긴 여운을 남기고 가는 화가다. 어릴 적 빈센트 반 고흐의 실제 작품을 보며 그들의 삶을 보면서 가난한 예술가여서 안타깝다는 생각만 들었었는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보고나니 그들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의 삶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가 삶에서 한 선택들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삶을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영향을 받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과 그 사람이 놓인 환경으로 인해 그 사람의 가치관과 성격이 형성되고 변화되는 것 같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예술가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열연과 그들의 이야기에 맞는 뮤지컬 넘버는 뮤지컬을 보는 나에게 감동과 여운을 전달해주었다. 특히,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 영상과 독특한 영상 기법이 인상적이었던 뮤지컬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뮤지컬은 또 다른 영감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한 번 꼭 보기를 추천한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과 테오 반 고흐와의 추억을 담은 뮤지컬로 2019년 3월 1일까지 진행되며 예스24스테이지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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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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