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억 파편을 꺼내야 할 시기란 [사람]

미숙한 방어기제
글 입력 2019.12.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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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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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즐겨라!“ 저 구절을 접했던 시기는 언젠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도와주고 성장시켜 줄 구절임을 직감했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거나 공부하다가도 다른 생각에 골똘히 잠긴 일이 내게는 여러 번이었다. 좌우명으로 삼으려는 이유에는 내 습관을 바꾸기보단 이런 성향인 내 모습조차도 스스로 사랑하고 아예 합리화해버리자는 의도도 있었다. 안 좋은 상황이라면 이마저도 즐기고, 평범한 상황이지만 내가 걱정이나 생각이 많은 시기라면 인정하면서 또 즐기자는 뜻이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슬픈 일에 휩싸여 고통받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제3자인 관객들은 함께 공감하고 아파하지만 자기 일이 아니기에 그저 지켜본다. 나를 영화 주인공에 비유한 게 맞다. 또한, 제3자인 관객에도 비유한 것이다. 현재가 지나면 사라질 일이기에 제3자처럼 관망한다. 또 내가 지금 겪는 일도 맞아서 즐기며 스트레스를 피하자 싶었다.

    

 

 

우리가 나오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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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면 어디로든 떠난다. 열심히 일한, 열심히 공부한 자에게 주는 보상이다. 애정하는 사람들과 예쁜 추억을 만들 거라는 이유 아래에서 돈도 쓰고 서로의 감정도 더한다. 내 옆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커질수록 나는 현재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덮어가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 그게 사람이든 여행이든 간에 말이다. 여행 일정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늘 무거웠다. 들여온 에너지를 일상에 분출해가면 된다고들 하지만 아쉬움이 더해지는 탓에 울적함을 지워내는 게 나는 항상 쉽지 않았다.


함께한 이가 연인일 경우에는 지금의 행복과 대조되는 순간을 맞이했을 때 이토록 행복했던 오늘이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서로에게 스며들 것을 알아버려서 그랬을까.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도 일정이 끝나면 오늘이 추억으로 기억된다는 사실을 앞두고 미래에서 먼저 그리움을 가졌다. 현재를 즐기면 되는 건데 말이다. 오늘의 행복이 미래의 내가 기억할 아련한 파편이란 걸 일찍 깨달아버린 듯하다.

 

어쩌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은 삶에서 항상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순간이 사라지면서 함께였던 감정까지 나에게서 지워준다면 훨씬 좋을 텐데.


 

 

돌이켜보니 아름다웠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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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의 동요 없이 일상을 보내는 성격이라 말한다. 사실 이건 내가 추구하는 성격이다. 감정보단 논리가 앞서고 이성적인 게 낫다. 내가 덜 다치니까. 지난 기억을 더듬는 동안 내가 수많은 감정과 생각에 사로잡힐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순간을 함께 채웠던 추억일지라도 되새김에 있어선 공평하지 않다. 내가 애틋해하고 숨 막히게 그리워하는 기억이 상대방에겐 아무런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순간의 우리는 지금 여기에 없지만 오늘의 내가 너를 찾는다면. 누군가는 추억을 더듬는다는 게 예뻤던 과거를 돌이키는 아름다운 행동으로 파악할지라도 나에게는 썩 좋은 일이 아니다.


만약, 지금도 내 옆에 있는 너에게 그 순간을 바라보는 감정의 깊이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동일하다면. 그렇다면 나는 추억을 자신 있게 마주할 수 있을까.


 

 

미숙한 방어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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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순간을 맞이하고 기억의 파편이 될 조각들은 계속해서 생겨난다, 감정의 동요로 내가 무너짐을 나는 꺼리기에 새로운 기억을 과거와 비교하며 감정이 짙어짐을 막아낸다.


더 어린 시절의 내가 겪었던 일과 비슷한데 굳이 지금을 특별한 행복으로 여기려 하지 말자라고 되뇐다. 특별함이 되어 미래의 내가 가져갈 아쉬움, 그리움이 커짐을 미숙하게라도 막아내는 것이다.

 

현재를 왜 즐기지 못하냐고? 현재는 순간인지라 곧 과거가 된다. 방금 지나간 지금을 기억하는 미래의 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정하게 스스로를 바로잡는 방법은 글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다. 일기든 에세이든 몇몇 단어의 나열이든 상황, 기분, 감회 등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위안과 마음 정리를 얻는다.

 

그래도 언젠가의 나는 다가오는 감정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삶을 더 치열하게 살고 누군가로 인해 아파하고 행복해하며 더 바쁜 일상을 보낸다면 말이다. 감정에 무뎌짐과 서로에게 동등하지 않은 순간의 깊이라도 되새기는 데에 억울해하지 않는 시간이 미래의 어느 때에는 가능하겠지.

 

현재의 나는 여전히 미성숙하다. 그리고 막연한 그때를 맞이하기 위해선 수백 번을 무너져도 보고 아파도 보고 기쁨도 느끼고 다수에게 진솔한 내 모습을 드러내며 거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개인에게 삶이란, 느껴가는 여러 감정의 연속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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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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