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톡톡’과 함께한 남자친구 실험 보고서 [공연]

2019.11.21 ~ 2020.02.09 / 대학로 TOM(티오엠) 2관
글 입력 2019.12.2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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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시놉시스

 

뜬금없이 쌍욕을 발사하는 ‘뚜렛증후군’부터 모든 말을 두 번씩 반복하는 ‘동어반복증’까지. 각기 다른 강박증(Troubles Obsessionnels Compulsifs, TOC)을 가진 6명의 환자가 한날한시에 같은 진료실에서 모인다. 바로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를 만나기 위함이다. 하지만 박사의 비행기가 연착되고. 온갖 강박증이 난무하는 난장판의 현장 속에서 무기한 대기를 타던 이들. 마침내 본인들끼리 그룹 치료를 시작하는데…

 

 

지금부터 나의 작고 귀여운 생쥐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여기에서 생쥐는, 내 남자친구를 의미한다. 공대 출신인 그는 영화, 연극 등 콘텐츠를 볼 때 전공자인 나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진다.


한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던 나는, 마침내 그를 내 공부를 위한 모르모트 생쥐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공연을 볼 때 그가 조는지 안 조는지 아닌지로 콘텐츠의 대중성을 가늠하는 것이다.

 



공연 하루 전.


 

내일은 생쥐와 함께 연극 ‘톡톡’을 보는 날이다. 나는 이 공연을 1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때부터 보러 가고 싶었고, 연말을 맞아 공연이 다시금 찾아왔고, 때마침 내 옆에는 남자친구라는 생물이 있었기에 별생각 없이 2자리를 예매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생쥐는 갑분졸(갑자기 분위기 졸아버림)이었다. 며칠 전, 모 뮤지컬을 보러 갔다가 옆자리에서 코 고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생쥐가 졸고 있었다. 빵빵한 사운드와 화려한 무대연출을 즈려 밟고 자신의 공연 취향은 이쪽이 아니라고 당당하기 외치는(?) 그의 소신에 1할의 경탄과 99할의 창피함을 느꼈다.


하지만 ‘톡톡’에서도 생쥐가 졸아버리면 곤란하다. 대학로 소극장은 뮤지컬 공연장보다 작다. 코 고는 소리가 더욱 빠르게 퍼져 나갈 것이다. 내일도 생쥐가 졸면 모르는 사람인 척해야겠다.


 


공연 당일. 공연 시작 전.


 

마침내 공연 날이 되었다. 불안한 마음을 감싸 쥐고 혜화로 향했다. 하지만 문제는 생쥐였다. 수원에서 근무하는 그는 이례적으로 5시 칼퇴를 하고 혜화를 향해 출발했다. 대한민국의 흔한 퇴근 시간을 뚫고 달려왔지만 2시간을 외쳤던 그의 네비는 머지않아 3시간으로 말을 바꿨다. 결국 생쥐는 15분 늦게 입장하기로 했다. 느낌이 좋지 않다.

 

 

[size]171018 톡톡 0334.jpg

 



공연 중. 공연 시작 15분 후.


 

생쥐가 뒤늦게 입장했다. 애석하게도 내 옆자리에는 앉지 못하고 맨 뒷줄에 앉아야 했지만, 덕분에 나는 생쥐에 대한 3인칭 관찰자 시점을 더욱 객관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은 지금부터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종종 생쥐를 돌아봤고, 그때마다 생쥐는, 신기하게도, 웃고 있었다! 동어반복증을 가진 ‘릴리’와 선을 밟지 못하는 ‘밥’이 썸을 탈 때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배우와 관객이 007 리듬에 맞춰 함께 밥을 응원할 때는 덩달아 손뼉을 치는 열의까지 보였다.


때때로 그가 최강의 기분 좋음 상태에서 드러내는 필살 눈웃음이 있는데, 그 눈웃음이 자주 관찰되었다.




공연 중. 커튼콜.


 

2시간 남짓한 공연이 끝났다. 박수를 치며 돌아보니, 생쥐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고 있다. 그리고 배우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원래 이 시간은 꿀잠을 자던 생쥐가 기지개를 켜던 타이밍이다. 얼른 나가 이러한 변화가 발생한 원인을 찾아야겠다.




공연 후. 다시 만난 생쥐.


 

생쥐와 만났다. 생쥐가 날 보자마자 ‘엄청 재밌는데?’라고 외친다. 나는 관찰 중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밥은 먹었는지-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부터 던진다. 생쥐가 뱃가죽과 등가죽이 뽀뽀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먼저 생쥐에게 밥을 먹여야겠다.




공연 후. 밥 먹으러 가는 길.


 

생쥐가 재밌는 공연을 보여줘서 고맙다고, 계속 웃었다고 말한다. TOM관에서 나와 식당에 도착한 3분 30초 남짓의 시간 동안 파악한 변화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그의 표현으로) 접신한 배우들의 연기

2. 마지막 깜짝 반전 (‘전혀 예상 못해쒀!!!’라고 그는 말했다.)

3. 따듯한 결말


밥을 먹으면서 이 원인들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봐야겠다.



[size]181026 톡톡 리허설0217.jpg

 



공연 후. 밥 먹는 중.


 

생쥐가 대학로 배우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배우들의 열연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2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씬 변화 없는 무대를 땀방울을 매단 채 메우던 배우들의 모습이 생쥐에게 인상 깊었던 것 같다.


TV에 나오는 배우들보다 더 연기 잘하는 것 같다며 침을 튀기던 생쥐는 무엇이든 계산해야 하는 강박증을 지닌 ‘뱅상’을 연기한 배우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인터넷을 검색해 ‘김진수’라는 배우 이름을 찾아내는 성의까지 보였다. 마침내 우리는 TV 연기와 연극연기의 차이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공연 후. 차 안.


 

생쥐가 다시 ‘톡톡’ 이야기를 시작한다. 반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고, 너는 알았느냐고 질문한다. 아무래도 반전이 있으니 연극이 더 재밌어지는 것 같다며 자기만의 분석을 내기 시작한다. ‘진짜 웃겼는데 마지막은 감동적’이었다는 그의 평을 들으니 ‘톡톡’과 그간 생쥐가 졸았던 작품 간의 차이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간의 작품들은 대부분 어려운 형식을 빌려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톡톡’은 단순하고 즐거운 형식을 통해 ‘연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개인들’의 모습을 그린다는 점에서 극히 대중적인 생쥐의 취향을 저격한 것 같다.


그리하여, 연극 ‘톡톡’과 함께한 이번 실험의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쥐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공연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둘째, 공연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쥐의 인식에 변화를 가했다. 셋째, 생쥐와 함께 되짚을 소중한 추억 하나가 추가되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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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 대학로 대표 힐링 코미디 연극 -


일자 : 2019.11.21 ~ 2020.02.09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월 쉼
 
*
12월 매주 금요일 4시, 8시 공연
01.24(금)/25(토)/26(일) 3시, 6시
01.27(월) 4시
01.28(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TOM(티오엠) 2관

티켓가격
전석 45,000원
  
주최/기획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10분



   

 

박민재.jpg

 


[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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