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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11월부터 시작한 인턴 생활의 절반이 훌쩍 지나갔다. 퇴사까진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았다. 누군가는 고작 한 달 반 인턴 해서 뭘 아느냐고 웃겠지만, 그래도 살짝, 아주 살짝이나마 엿본 ‘직장인’의 삶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평일 낮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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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 없는, 정확히 말하자면 평일 낮 시간이 없는 삶을 처음 경험해봤다. 물론 학생일 때도 평일 낮엔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수업이 있는 날엔 점심 먹기도 전에 마지막 수업이 끝나기도 했고, 해가 중천에 뜬 후에야 첫 수업이 시작된 날도 많았다. 평일이지만 수업이 없어서 학교를 안 가도 됐던 ‘공강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직장인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아침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반복하는 삶에서 예외란 없었다. 예전에는 밥을 먹을 때 돈을 아끼려고 식당 런치 타임에 맞춰 갔는데, 지금은 런치 타임에 갈 수 없어서 디너 메뉴를 먹곤 한다. 식당의 평일 런치 메뉴가 왜 저렴했는지, 또 그걸 먹을 수 있는 평일 낮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달았다.


 

 

더 소중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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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주말을 절반으로 줄여놓은 걸까? 그러지 않고서야 주말이 이렇게 짧게 느껴질 리 없다.


학교 다닐 때도 주말이 금방 지나갔지만, 직장인의 주말은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예전에는 평일에도 약속을 잘 잡았는데 지금은 평일에 약속 잡기가 꺼려져 주말로 미루곤 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도 만나기 싫기 때문이다.

 

약속을 다 주말에 잡느라 편하게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도 적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놀 수 있는 날은 금요일과 토요일뿐이다. 일요일 저녁만 돼도 내일 출근할 생각에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누워만 있던 주말이 그립다.


 

 

말로만 듣던 '지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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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지옥철’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타본 적은 별로 없었다.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9시에 시작하는 1교시 수업은 거의 듣지 않았고, 보통 6시 전에는 수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4년 동안 통학을 해본 결과, 지하철 자리에 앉아 가는 날과 서서 가는 날의 피로도 차이는 꽤 크다. 자리에 앉아서 가기 위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2호선 대신 덜 붐비는 6호선을 타기도 했고, 늘 빠른 하차나 빠른 환승보다는 사람이 덜 많을 것 같은 칸을 선택했다.


하지만 출퇴근길 지옥철을 한 번 경험한 이후, 앉아 가는 건 바라지도 않게 되었다. 그저 사람에 치이지 않고 숨쉬기 답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뿐. 핸드폰을 꺼낼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은 날도 있다. 이런 날에는 중심을 못 잡아 넘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한 치의 틈도 없이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서 넘어질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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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부모님을 제외한 사람에게 잔소리나 싫은 소리를 들은 적이 별로 없었다. 어릴 때부터 난 착한 아이이자 모범생이었고, 누군가에게 혼날 일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달랐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실수도 많았고, 직장 사람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처럼 이해심이 많지 않았다.


실수한 거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내 잘못이 아니라 상사가 잘못 이해한 건데 되레 나한테 짜증을 낸 적도 있다. 눈물이 참아지지 않아서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울기도 했다. 하루 종일 우울했는데, "네가 잘못한 일이면 우울한 게 당연하지만 네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 왜 우울해하냐"는 친구의 말이 정말 큰 위로가 됐다.


소심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인턴’이라는 위치가 날 더 작아지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 팀에 전화가 오면 내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긴장한다.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아닐까 싶어 메일함을 다시 뒤져본다.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아도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고, 늘 눈치를 보게 된다.


 

 

행복한 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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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고충만 적은 것 같지만, 직장인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행복은 월급이다. 학생 때도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해서 월급의 기쁨은 잘 알고 있지만, 고생의 크기가 다른 만큼 월급의 액수도 다르고, 행복의 크기는 더욱 달랐다.


뿌듯함도 크다. 잘했다고 칭찬받을 때는 물론,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혼자 소소한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안정감도 직장인의 장점 중 하나다. 곧 회사를 그만둘 인턴인 나도 잠깐의 안정감을 느끼는데, 진짜 내 직장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직장인이 느끼는 불안도 있겠지만, 직장이 생긴 후에 느끼는 다음 단계의 불안이기에 '취준생'의 불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짜' 직장 생활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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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에게 투덜댄 적이 있다. 직장 생활이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이 일을 30년 넘게 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 몇 개월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 동안 취업 준비를 하며 고생하게 될 것을.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인턴은 직장 생활의 '체험판'이다. 2월이면 다시 백수이자 복학을 앞둔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지만, 졸업 후 진짜 직장인이 되는 날이 오면 이 글을 꼭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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