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들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고 싶었다. 연극 "후회하는 자들"

글 입력 2019.12.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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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후회하는 자들



"그들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저 '자기 자신'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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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수유 제공(사진_이은경)


 


그들이 진정으로 되고 싶었던 것은,



본 연극의 주인공들은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태어난 '올란도', '미카엘'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성전환 수술을 한 점과 그 이후, 다시 본래의 성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실화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시점에서 '올란도'는 다시 본래의 성으로 돌아온 시점이었고, '미카엘'은 다시 남성으로 돌아갈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온 그들의 성별은 남성일까? 여성일까? 어쩌면 그 외의 성별일까?


흔히 우리가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성별란에는 '남성', '여성', 그것도 생물학적 성별을 기준으로 적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올란도'와 '미카엘'은 어느 쪽에 체크를 하는 것이 옳을까.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육체적인 성별과 정신적인 성별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 이분법 속에 배제되어 버린,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들은 선택했다. 본래의 성별을 포기하고 새로운 성별을 갖자고 말이다.


올란도는 자신이 수술한 이유를 '배가 고파서'라고 말했다. 올란도의 성전환 수술의 시작은 동경이었다. 세계 최초 성전환 수술을 한 요한슨을 보며, 그리고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가정을 하는 아내의 역할에 대한 동경, 이러한 올란도의 동경은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그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겠다. 그리고 미카엘은 어릴 적부터 단순히 행동이나 말투가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억눌려 왔다.


그러다 여장남자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섬세한 면을 표출할 수 있는 방면으로 여성이 되길 선택했다. 그리고 여성이 된 그들은 여자답게, 여성스러운 것에 치장했고, 그들은 털어놓는다. '진짜 여자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여성이 되는 건 연기 같았어요.', 결국 그들은 여성이 되는 것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후회했다.



[후회하는 자들] 미카엘(지춘성 분) 과거사진.jpg

 

[후회하는 자들] 올란도(김용준 분) 과거 사진.jpg

 


그들이 여성이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생각한 여성은 정말 피상적인, 사회적으로 생각되는 수동적 여성의 모습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들도 말한다.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되고 나서 남성보다 더 무시당했으며, 살아가기 쉽지 않았었다고 말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여성의 모습은 지극히 한 조각에 불과했다. 그들이 말하는 '여성', 화려한 옷을 입고 꾸미기를 좋아하며 따스한 가정을 꾸리며 섬세하고 감성적인, 이러한 것들은 흔히 '여성다움'으로 이야기되는 굉장히 작은 조각들에 불과하다.


여성은 앞서 언급한 조각들로 완성될 수 없으며, 이는 남성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성별이 그 사람의 모든 개성을 정의 내려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후회하는 이유가 오로지 그들의 잘못된 선택 때문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잘못을 떠나 그들은 '남성'과 '여성'만 존재하는 세상에 살았고, 그들이 살던 시대와 지금까지도 '남성다움', '여성다움'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성별로 한 개인의 개성들 중 많은 부분이 정의되는 삶을 살아왔다.


올란도는 화려한 옷을 좋아하고 꾸미길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며, 미카엘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그저 그들은 그러한 사람이었다. 궁극적으로 그들이 되고자 한 것은 '남성', '여성'으로 정의되는 무언가가 아니라, 그들의 개성 자체가 인정받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되고 싶었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어떠한 것을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 자신 말이다.


본래의 성별로 돌아간 그들, 그들이 평범하게 그들 자체로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살았길 바란다.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저녁 식사 메뉴를 고르며 퇴장하던 그들의 마지막 대사처럼 말이다.

 



인터뷰 형식, 단연 돋보이는 독특한 극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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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수유 제공(사진_이은경)

 


본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두 주인공을 인터뷰하는 방식이고, 관객은 그들의 인터뷰를 보는 관객이 된다. 본 연극의 시작은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본 공연의 또 주요한 인물들이 있다. PD이자 카메라 맨인 분, 그리고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이다. 인터뷰 형식에서 가장 좋은 점은 그들의 대사를 굉장히 뚜렷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며 동시에 굉장히 일상적인 대화 같았다는 점이다.


두 배우분의 열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인터뷰라는 형식이 원래 더 그렇게 다가온다. '인터뷰'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 또는 내면을 말하기를 통해 드러내는 행위다. 그렇기에 인터뷰의 깊이에 따라 그들의 내면을 더 드러내기 좋은 무대인 셈이다. 그렇기에 두 번의 성전환 수술을 한 주인공들에게 적합한 구성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말할 때, 그들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거나, 그들의 과거 사진, 그들의 이야기에 따라 이해를 돕는 스크린은 확실히 독특했다. 더불어 실제 인터뷰처럼 5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고,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무대 뒤 두 인물의 대화를 듣는다. 이 부분은 굉장히 극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했는데, 카메라 밖 평범한 그들의 대화인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스크린에서 그들의 과거 사진이 나올 때마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대 위 인물들은 서로의 과거 모습에 칭찬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은 그들의 내면을 말하는 중에도 그렇게 웃음을 받아내야 했다. 공연 중 웃는 웃음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그 웃음이 그들의 여장 당시의 모습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 한 편으로 씁쓸했다. 그 웃음의 의미를 내가 알 수 없지만 이 과거의 인터뷰가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가 그러한 웃음 때문이 아닐까.




고혜원.jpg

 


[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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