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19년 완성기 [사람]

내가 스쳐온 순간을 살펴보다.
글 입력 2019.12.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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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보름이나 남았지만, 오늘 정도에서는 한 해를 정리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2019년의 날들을 정리하고 2020년을 미리 사는 기분으로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

 

12월 마지막은 송년회로 장식하곤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또 애정 하는 친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활기찬 에너지를 얻어가는 거다. 맛집과 카페, 술집까지 연말이라고 꽉 찬 예약 탓에 마음도 분주해지고 들려오는 캐럴, 달콤한 선율뿐인 속삭임 때문에 내면과 환경 사이에서 위화감도 많이 느껴진다.

 

감정의 동요 없이 일정한 삶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성격 탓일지. 굳이 연말을 느껴가며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해야 하나 싶다. 내 의지 때문이 아니라 날짜가 다가옴으로 기분이 변해야 하고 남들 다하는 파티랑 모임을 가지기엔 내가 피곤한 일상을 스스로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연말 모임 숫자와 데이트 횟수, 만난 사람들과 주고받은 선물로 일상 완성도를 높이기보단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반추하는 순간을 통해 성숙해지려 한다.


 

 

문장에서 쉼표는 갑자기 찍을 수 없다.


 

붉은하늘.JPG

 


4년을 스트레이트로 학교에 다니고 졸업과 취업이 맞물리면 얼마나 깔끔할까? 딱 깔끔할 뿐이지 모범답안이 아니라는 거다. 어쩌면 나에겐 변명도 맞고 정확한 이유도 맞다. 학기 중엔 학교 수업을 듣고 방학엔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모두 취득하고 인턴도 하고 계절학기도 듣고 대외활동과 해외여행까지 마스터하겠다는 20살의 내 계획은 현실성이 낮았다. 학업뿐만이 아니라 소통, 문화 공유, 다방면의 경험까지 챙겨가려는 내 가치관에선 그저 부족한 시간이었고, 4학년은 다가오는데 아직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게 많아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난처해하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갑작스레 휴학을 결심했고 휴학했다. 학교 갈 시간이 사라지니까 그 시간 동안 자유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다른 할 일들은 어떻게든 생겨 갔고 나는 더 바빠졌다. 학교생활에서 휴식 기간을 얻은거지 내 인생이 멈춰진 건 아니었다.


나는 예정에 없던 해외연수 프로그램에도 선발되었고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고도 하고 있고 토익, 컴활, 한국사, 전공공부까지 내 시간을 할 일에 채워 넣고 있었다, 여유를 누리려 맞이한 휴학 기간이 왜 쉼표가 아니라 새롭게 만난 해야 할 일들로 바빠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고민에 든 적이 있었다.

 

런닝머신을 뛰다가 stop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바로 꺼지지 않는다. 끝이 날 때 천천히 걷도록 유도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기계는 진짜 꺼지게 된다. 천천히 걷게 하는 이유는 갑자기 런닝을 멈추면 대사기능과 심장, 폐에 문제를 줄 수 있어서라고 한다.

 

내 일상도 같은 흐름이 아닐까. 재학 중엔 그 상태로 바쁜 거고 휴학 중엔 또 다른 일들로 나는 바쁜 거다. 학교와의 휴식이지 내 인생과 휴학은 별개다. 여러 할 일들로 직선을 차츰 그어가다가 먼 미래에 숨이 멈추는 순간에야 진정한 휴식에 이르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아직 치열해야 한다. 그 속에서 필요한 진짜 휴식은 바쁨과 멀어짐이 아닌 힐링이라고 깨달았다. 바쁨이 원동력이 되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덕분에 나는 다른 세상을 만나보는 거겠지.


6개월을 통해 나를 돌아봤고 특별함과 소중함으로 또 내 시간을 가득 메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진짜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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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마주치는 순간 직감했다. 적어도 나에겐 기억이 오래 남겠다고. 몇 년 전인데도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고 주변 환경까지 기억나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스스로를 잘 아는 게 맞다. 정반대의 환경을 거쳐왔지만 가치관이나 내면이 비슷한 사람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내 눈은 정확했다.

 

각자 현재에 최선을 다하다 우연이 크게 겹쳐 만나버린 그 접점이 내게는 이전 기간의 보상이라 여길 정도로 소중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알게 된 실체와 예상과 달랐던 모습들이 더해짐은 나에게 현실 정착과, 다른 정리 정돈이 되어버림이 맞고 한편으론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안쓰러움이 덧붙여지기도 했다.


존중이라는 단어는 사용하고 싶지 않다. 가벼움인지 반가움인지 시작점을 넘어서 어쨌든 접점에서 보여준 무례함과 황당함은 가소롭고도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누려 가려, 아니 챙겨가려고 한 건 대체 뭐였을까. 대체지만 관련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던 건지 행복하다는 걸 수많은 방향으로 표출하고 싶던 건지 연결 고리가 되어서 새로운 접점들로 인생을 또 채워가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내게서 반전이 되는 모습들을 알아채길 바라왔던 건지.


웃기지만 교점에서 순간의 아쉬움과 완벽함, 전혀 다른 관점에서 비치는 우리의 서투름을 느꼈고 인정과 떨떠름함이 공존했다.

 

확실한 건 나는 기존의 내 생활에서 쭉 이어진 직선을 곡선으로 바꿔 놓고 싶어 했고, 청춘이라는 포장 안에서 내면을 넓혀 가려 노력한 거다. 돌이켜보면 덕분에 나는 성장했고 많은 걸 알아가버렸다. 그 주변에 대해서까지. 물론 나에게도.

 

시점을 지나서 많은 사람이 외치던 진리는 다 사실이었고 꽂혀버린 일을 풀어가고자 하는 내 의지와 능력에도 많이 놀랐다. 하지만 올해라면 마무리가 된 거 같다. 몇 년을 돌았지만 결국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간 작품이 신기할 따름이나 늦었다고 생각할 땐 진짜 늦은 게 맞다. 또 맨 처음 순간의 내 직감조차 맞아떨어진 데에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 자신도 생겼다. 마주치는 순간 이미 늦은 게 아니었을지? 내 일상에 충실했지만 영향은 컸다.

 

목적은 아니었지만 목표를 성취한 건 맞다. 하지만 내가 나를 괴롭힌 건 아닐까.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만나고 거쳐간 사람들은 내 본연의 감정에서 선택한 것인지 흐름이 마무리가 되기 위한 대상이었던 건지. 세상에 좋은 사람은 많았고 다양한 성격도 많았다. 그리고 나는 여렸고 고민도 많았고 가치관도 많았다. 이 또한 청춘이라는 포장 안에서 에피소드로 먼 훗날 기억될까 궁금할 따름이다.


이후의 관계들에서 내가 나를 반추하자면 위안과 확신, 100%의 목적은 아니었다는 심심한 위로가 반복되었던 거 같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순간이 있었고, 행복했지만 그때에 따른 비교와 상상은 다양했다.


결국 어떤 순간이든 경험은 중요하다. 그리고 남들과 비슷한 시기에 적절한 걸 이뤄내야 한다. 그럼 여기서 오늘과 미래의 나는 너를 어떻게 기억하고 매듭지을까.


 

 

넘치는 욕심 사이에서 계속되는 퍼즐 조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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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우고 싶은 게 아직도 많고 시도하고 싶은 일들도 여전히 넘쳐난다. 모든 걸 시도하며 살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 난다. 타인에게 나를 맞추기보단 나를 살펴 가야지.

 

나는 타인만큼 이기적이지 못했고 성장과 상처 그리고 되돌아 봄의 연속선 상에서 살아간다. 인생은 길다고 하지만, 그래도 숫자상의 내 나이에 도달한 세월이 씁쓸하고 미래의 내 모습이 기대되면서도 두렵다. 사실은 하루하루가 내겐 빠르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19살의 나와 20살의 나는 엄청 달랐고 21살, 22살,, 그 이후 지금의 나는 더 달랐다. 내 고유의 직선대로 선이 길어졌어도 나는 훌륭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곡선이 되어 변화하려 끊임없이 시도한 이유는 뭐였을지 나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는 계획이 많고 스스로에 대한 욕심도 많다. 만약 다섯 개를 가졌다면 하나는 덜 잡으려 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모든 걸 챙겨가려 한다.


그래도 정답은 없다. 알 수 없는 완성작을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도 유쾌하진 않지만, 수많은 일들로 가득 채운 최근 4년만큼 또 나만의 내 모습으로 채워갈 미래는 궁금하다. 때로는 지금의 완벽함보다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게 더 큰 완벽을 부르는 길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내 시간을 채우고 퍼즐을 맞춘다면 대략적인 완성작은 눈에 나타나겠지. 결론은 마음을 비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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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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