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 처방전 [도서]

글 입력 2019.12.0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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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이 책은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유명한 그림과 함께 '이 그림에 눈길이 머문다면 이런 상황이군요, 이런 기분이 들죠,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하세요' 이런 내용이었다. 사랑을 중심으로 사랑하기 전, 중간, 후의 과정들을 그림과 함께 풀어나갔다.


내가 아쉬웠던 점은 무엇일까. 감성적인 에세이는 크게 맞지 않는 듯하다. 당연한 이야기에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어려움에 처하면 감정을 충분히 느낀 후, 객관화를 통해서 해소를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이 글은 나와 맞지 않았다. 나는 이미 충분히 감성적인 편이기 때문에 굳이 더 나열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래서 와닿을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나는 창작자 입장에서 공감을 하고 이입을 한다. 그림을 보는 것보다는 직접 그리는 걸 더 선호하고, 악기도 듣는 것보다는 직접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 그림에 이렇게까지 관찰자처럼 파고드는게 나에게는 낯설었다. 그림 속에 사람이 누구이고, 뭘 하는지 보다는 - 이걸 그린 사람은 어떤 감정과 어떤 기분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단조롭고 여유롭고 평화롭게 볼 수 있는 글이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는 것.


사색이 필요하고, 스스로가 벅차 조용한 공간과 평안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게다가 저자는 미술치료학과 교수이자 트라우마 전문가, 최고의 권이자이니 이유 없는 글은 아닐 것이다. 마음을 돌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많은 이들이 사랑에 울고 웃고, 모든 것을 맡기며 지내니까.


나는 자화상을 그리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그 기회를 최대한 피해왔다. 다른 대상을 그리는 건 특징을 알고 느낌을 찾아갈 수 있으나, 나는 나 스스로 너무 많이 알고 가장 가깝기 때문에 그래서 더 어렵다. 나는 나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자화상을 꾸준히 그린 램브란트나, 프리다칼로가 정말 경이롭다. 어떻게 나를 뚫어져라 보며 그릴 수가 있을까. 나는 울고 말 것이다. 사실 사람 그리는 것도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얼굴을 그려도 특히 눈은 피해서 그린다. 어렵다. 자화상을 대하는 화가의 심리도 깊게 알고 싶다.


책에서 다소 아쉬운 점은, 옛 그림이 그러하듯 대상화된 여성이 대다수였다. 여성의 신체를 평생 즐겨 올 수 있어서 좋겠다. 남성의 신체도 아름다운데.. 아름다운 여성의 몸은 많았다. 타자화된 여성은 많고 타자화된 남성은 적었다. 남자도 여자를 그리고, 여자도 여자를 그리고, 그럼 남자는 누가 그리지? 나도 나의 뮤즈 (성별은 남자)로 갖고 싶다.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경험해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기회가 생김에 감사하다. 경험하지 않았으면 내 취향을 몰랐을 테니까. 그리고 어떤 대상에게 어울리는지도 생각해보았다. 나는 책을 편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록 내게는 아니어도) 그림으로써, 작품을 감상하며 그 대상이 되어 내 상황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잔잔히 돌아보기에는 참 좋은 책이다. 그림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림 처방전>으로 조금식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사람은 누구나 사회 속에서 수많은 ‘역할’을 행하며 살아간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나를 이루는 그 무수한 관계 속에서 사람에 상처받고 사랑에 아파하고 삶에 치이며 몸부림치는 것 역시 사람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얽히고설킨 관계가 힘들 때, 사람이 아닌 그 어떤 것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그림 처방전>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가 서툴고 버거워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나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그림 처방책이다.

 

2015년, 그림으로 소통과 변화의 힘을 전하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그림의 힘>의 저자이자 트라우마 전문가, 미술치료계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김선현 교수가 20년 넘게 미술치료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55점의 그림을 통해 독자들의 심리를 읽는다.


저자는 “눈길이 머무는 그림이 있다면, 내 마음을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이야기하며 그림으로 독자들의 현재 심리 상태를 들여다보고 마음의 결핍에 대해 다룬다. 숱한 관계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아픔에 주목, 심리적 관점에서 그림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독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끔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점의 그림이 우리의 마음에 더욱 위로가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피상적인 위로가 아닌 그림을 통해 눈으로 한 번, 마음으로 한 번 직관적으로 와닿는 명확한 위로를 전한다.






그림 처방전
- 나는 왜 이 그림에 눈길이 머무는 걸까? -


지은이
김선현

출판사 : 블랙피쉬

분야
인문>심리

규격
150*210mm

쪽 수 : 264쪽

발행일
2019년 11월 06일

정가 : 17,500원

ISBN
978-89-6833-234-0 (03180)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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