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영화]

글 입력 2019.12.0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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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포스터>


 

개봉한 지 16년 된 그 유명한, 로맨스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그 영화를 난 이제서야 봤다. 그만큼 로맨스에 관심도 없고 솔직히 제목이 끌리지도 않았다.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난 이상하게 일상생활부터 작업을 하는 것까지 전부 그렇게 계획적이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참 즉흥적이다. 텅 빈 머리와 텅 빈 시간이 만나 뜬금없이 보고 싶은 영화 하나를 팟! 하고 떠오르게 만든다. 운 좋게도 넷플릭스에 있어서 무료로 볼 수 있었다.

 

모두 입을 모아 극찬하고 추천하는 영화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러닝타임이 긴 편에 속하는 영화고 나는 킬링 타임을 위해 해가 떠있는, 딱 뭘 해도 지루하기 좋은 애매한 오후 시간에 본 영화였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가 길구나라는 건 불가피하게 느낀 거지만 끄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힘 들이지 않고 영화를 따라서 엔딩까지 천천히 걸은 기분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서는 크리스마스 밤에 보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도 참 좋아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감독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로맨스 영화 쪽은 참 무지했다. 신기하게도 이 감독과 감성이 꽤 맞는 것 같아서. 앞으로 리차드 커티스 감독 작품은 믿고 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노팅 힐>도 조만간 보려고 한다. 아 참고로 <러브 액츄얼리>는 2019년 12월 18일에 재개봉한다는 소식. 재개봉한다면 또 보러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가면 커플들이 가득할 것 같아서 조용히 집에서 다시 넷플릭스를 이용해서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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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ctually is all around"

 

내가 로맨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애초에 사랑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리 만큼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니까. 성격이 그런 것도 있지만 강요에 대한 반발심에 더욱더 사랑에 무관심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도 뻔하다면 뻔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의 집합이다. 영화 안에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데 빌리와 매니저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평범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도 그 평범함 때문일 것 같았다.

 

흔히 '영화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고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성공적인 사랑만 등장하지는 않는다. 해리는 회사 동료의 유혹에 넘어가고, 마크는 이루지 못할 사랑 고백을 하고, 사라는 아픈 동생을 위해 좋아하는 남자와의 시간도 포기한다. 내가 깨달은 것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도 결국에는 사랑이고, 사랑의 모양은 여러 가지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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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다고 미쳤다 할지 몰라도 가끔은 모든 게 너무 분명해서 확실한 증거 따윈 필요 없어요. (중략) 그리고 아마도 거절하겠죠. 하지만 크리스마스니까 말이라도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명장면과 명대사. 어설픈 포르투갈어로 고백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아서. 그냥 이 둘이 나눈 이야기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플은 오렐리아와 제이미.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손짓 발짓을 통해 나눈 이야기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배운 언어 그리고 고백까지.

 

하기 싫은 것을 하게 만들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던가. 나의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내 시간을 누군가를 위해 쓴다는 것만큼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둘의 모습을 보는 내내 그냥 마음이 너무 따뜻하더라.

 

뭐 여전히 연애도 결혼도 생각이 없지만 이렇게 보는 사랑들은 참 예뻤다.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둘이 나오는 장면의 결이 조금 달랐다. 색감도 달랐고 노이즈도 더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래서 유난히 이 둘에게 더 눈이 갔는지도 모른다. 사실 청혼하는 장면에서 울었다. 내가 청혼 받은 것도 아니지만 그냥 참 행복해 보이는 둘의 모습에 내가 더 감동해서 흘린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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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아빠, 할게요

사랑의 힘으로 고백해보자고요"

 

색감도 분위기도 형용할 수 없이 예쁘지만 배우들의 매력이 엄청나다. 이 목소리를 들으려 전 시리즈 다 보기를 중도 포기한 해리포터를 다시 정주행할까 생각할 정도로, 앨런 릭맨의 목소리는 정말 멋졌고 토마스 생스터는 너무 작고 귀여웠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맡은 역할을 너무 잘 소화한 것 같고 배우들끼리의 케미도 엄청났다.

 

기억에 남는 배우는 로왓 앳킨슨. 귀금속 가게에서 점원을 보자마자 '미스터 빈 아냐?'하고 바로 배우를 찾아보니 맞았다. 로왓 앳킨슨의 연기는 처음이었는데 왜 그렇게 유명한 지 알겠더라. 천연덕스럽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또 가끔은 위트 있는 연기가 이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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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영화를 본 후 후기를 찾아보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듯했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정의를 내려준, 11월의 끝자락에서 크리스마스를 먼저 만나볼 수 있게 해준, 가본 적도 없는 영국을 그리워하게 해주는, 장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고 싶은, 또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누군가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그런 한겨울의 부드럽고 도톰한 니트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영화였다.

 

 



[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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