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편한 데이터들의 범람 [시각예술]

<더 레스토랑>을 통해 바라본 데이터의 매핑
글 입력 2019.12.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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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종료된 아트선재센터의 <나는 너를 중세의 미래한다1>에서 소개되었던 윌 베네딕트와 스테펜 요르겐센의 작업 (2018-2019)은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하여 요리사인 주인공이 각종 요리를 만드는 것을 기본 플롯으로 삼는다.

 

여섯가지 파트로 나누어진 <더 레스토랑>은 각 파트마다 만드는 요리와 보여주는 비디오들은 모두 다르지만, 요리사가 하려고 하는 요리를 정하고, 그에 관련된 영상들을 찾아보고, 식료품 공급자인 스네일리언에게 전화를 하고, 요리를 완성하는 기본적 스토리는 공유한다. 또한 모든 파트는 스네일리언이 세계의 모습과 종말론, 혹은 ‘먹는다는 것’에 대해 진단하며 끝을 맺는다.

 

<나는 너를 중세의 미래한다1> 전시 설명에는 윌 베네딕트와 스테펜 요르겐센의 작업을 “더 이상 우리가 신체 기관의 에너지와 운동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 결국 똥이 몸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작업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네일리언의 진단이나 종말론과 같은 거대 담론, 혹은 철학으로 귀결되는 이야기가 아닌 작업이 가지고 있는 형식적 특징이다.

 

 

스크린샷 2019-12-05 오후 4.05.42.png

 

 

유튜브 플랫폼에는 하나의 키워드 안에 수많은 결의 영상들이 업로드되어 있다. 음식 이름을 검색해도 그 음식을 만드는 튜토리얼 영상뿐 아니라 해당 음식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tv 쇼, 혹은 음식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튜버의 영상들, 요리를 하는 것에 필요한 식재료를 구하는 영상 등이 검색되어 나온다.

 

수많은 영상과 정보 앞에서 한편으로 검색한 사람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력감을 느낀다. 이 수많은 정보 앞에서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따라할 수 있을까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는 말이다.

 

<더 레스토랑>에 등장하는 요리사도 이 질문에서 방황하는 듯 보인다. 감자튀김을 만들기 위해 검색한 동영상에서는 감자튀김에 대한 정보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크린의 구석에서는 정치풍자의 영상이 자동재생되기도 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맥도날드 광고가 중간중간 삽입되어 검색한 사람에게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새로운 정보를 반복적으로 더하기도 한다.


<더 레스토랑>은 이 수많은 데이터들의 범람을 편안하게만은 바라보지 않는다. 영상은 끝까지 재생되지 못하고 뚝뚝 끊겨있으며 위에는 새로운 레이어의 영상들이 겹쳐지기도 한다. 사운드 역시 혼종적이다. 관람객은 <더 레스토랑> 내부의 스토리진행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작업에 등장하는 다양한 유튜브 내부의 영상들이 어떠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조차 알아볼 수 없다.

 

그 영상을 보고 만든 요리사의 요리도 형편없어보인다. 결국에 레시피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서가 아닌 활자를 통해서 스크린 위에 덧씌워진다. <더 레스토랑>에서 수많은 영상들은 힘을 잃어버리고, 결국 관객에게 이 요리가 어떠한 요리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사진과 같이 정지되어 있는 하나의 활자 무더기이다.

 

현재와 미래를 되돌아보고 상상하는 테마에 있어서, 셀 수 없는 정보의 늪을 진단하는 작업이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터키의 작가 메모 아트켄(Memo Atken)이 2017년에 작업한 의 경우, 구글 이미지 검색을 활용해 도널드 트럼프, 테레사 메이, 나이젤 패리지, 마린 르펜, 블라디미르 푸틴 등 유명인사의 얼굴을 조합하여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해당 작업에 대해 “어떠한 것도 깔끔하거나 잘리거나 필터링되거나 정렬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미지가 실제로 피사체, 혹은 다른 사람, 다른 객체, 장면등을 포함하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모든 구글 이미지는 이와같이 마법 가마솥에 버려진다”(Not in anyway cleaned, cropped, filtered, aligned or sanitised. Not even checked if the images do indeed contain the subjects, or anyone else, other objects, scenes etc. Anything remotely related as deemed by Google image search is dumped into the magic cauldron as is.)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는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된 글 "세상이 꼭 존재해야 하나요?"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구글의 이미지 검색과 유튜브는 하나의 검색어를 하나의 정보로 ‘번역’해주지 않는다. 이 과정은 ‘번역’이라기보다는 ‘매핑’에 가까워보인다. 위도와 경도가 거세된 매핑 말이다. 윌 베네딕트와 스테펜 요르겐센의 작업은 어떤 정보도 자신만의 좌표값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마치 번역의 과정처럼 등장하는 플랫폼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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