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글에 대한 가치관을 고민해보는 시간 : 문장의 일

선한 사람이 되기.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글쓰기를 스스로 다짐하며.
글 입력 2019.12.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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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스터디를 하며 냈던 문집들


 

 

문예창작과 학생도 문장을 쓰는 게 어렵다.



 

문장을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작가 생활의 출발점

 

  

소설 스터디를 하다 보면 문장에 대한 피드백은 안 받을 수가 없다. 어떤 날엔 이번 소설에서는 문장이 굉장히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문장이 아직 아마추어 티가 난다 소리를 듣기도 한다. 재밌는 건 나는 그저 스토리를 따라 소설을 쓴 것인데 문장에 대한 평이 그때그때 갈린다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혼란을 느꼈다. 내가 쓴 문장 중에 어떤 문장이 잘 쓴 문장이고, 어떤 문장이 미숙한 문장이었던 걸까?

 

소설 수업에서 합평하게 될 때도 문장에 대한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꼭 나온다. 비문이 많다. 긴 문장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진다 등. 그렇기에 나는 비문을 쓰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동시에 완벽한 문장을 쓰고 싶다는 갈망도 컸다. <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큰 동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문장의 일_표지입체_띠지.jpg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



 

문장의 조직화가 언제 실패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답은 자문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작성한 문장의 모든 부분을 꼼꼼히 살피고 나서 자신에게 물어보라. 여러분이 목록에 추가한 단어나 구절이 논리 구조를 형성하는 데 수행한 역할을 구체적으로 고찰해봐야 한다.

 


책에서 이 부분이 나에게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읽고 특히 생각나는 일화가 있었다. 대산대학 문학상에 기고하여 대학생 때 등단한 강사님이 계셨다. 그분은 문장을 쓰는 일에 대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국어일수록 끝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이다. 편하고 익숙한 말을 생각 없이 쓰는 건 금물이라고.

 

더 좋은 단어는 없을지, 이 문장이 비문은 아닌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이 맞는지 한 문장을 써도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하셨다. 강사님은 A4 한 페이지를 완성하는 데까지 20번은 검토와 퇴고를 한다고 하셨다. 저래야 ‘프로’라 할 수 있구나 싶어 경이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얼마나 오만하게 글을 쉽게 썼는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내용이 재미가 없을수록 연습용으로는 더 유용하다. 연주자의 실력이 음계 연습의 무한 반복에 기반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3장의 제목은 ‘생각(내용)은 중요하지 않다.’로 스토리를 중시하는 나에게 굉장히 도전적인 문구였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는 문장 밑에 정말로?라고 메모를 달긴 했지만, 어떤 맥락에서 한 말인지 이해는 갔다. 중요한 건 앞에 소개한 강사님의 사례대로 하나의 문장에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거다. 내가 문장 쓰는 것을 따로 연습해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면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는 떠오르는 스토리가 있으면, 그걸 따라 썼을 뿐 문장에 대한 고뇌는 플롯에 한 고뇌에 비하면 적게 한 게 사실이었다.

 

 

 

이 책에서 발견한 명문들


 

이 책은 훌륭한 문장들을 소개하고, 왜 이 문장이 기술적으로 구조적으로 훌륭한지 아주 친절하게 세밀하게 설명해준다. 저자의 설명 덕에 감동을 받은 몇 개의 문장들을 소개하고 싶다.

 

 

……포악한 무리가 여러분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마음대로 죽이고 여러분의 자매 형제를 내키는 대로 익사시키는 모습을 볼 때, 증오에 찬 경찰이 여러분의 형제자매에게 아무런 제재 없이 욕설을 퍼붓고 발길로 차고 짐승처럼 취급하고 심지어 죽이는 모습을 목격할 때, 2천만 흑인 형제 대다수가 풍요로운 사회 한가운데 밀폐된 빈곤의 우리 속에서 질식해가는 모습을 목도할 때, 여섯 살짜리 딸에게 텔레비전에서 광고한 공공 놀이공원에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려다 갑자기 혀가 꼬이고 말을 더듬는 자신을 발견할 때, (중략) 그때 여러분은 왜 우리가 더는 기다리기 힘든지 알게 될 것입니다.

 

 

작가의 설명을 읽기도 전에, ‘와’ 하고 감탄한 문장이었다. 이 글은 흑인이 아닌 사람들도 순식간에 흑인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을 자기 일처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왜 더 기다리지 못하냐,라는 질문에 대해 바로 대답하지 않고 보류하면서도, 그 앞에 내세우는 문장 자체로 강력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느꼈다. 작가가 된다면 이런 문장들을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문장이었다.

  

 

무언지 스무 개가 계단 위에 뒤엉켜 있다. 계단 층층이 쌓은 머리들이다. 이것들이 거대한 중앙의 머리가 되고, 날개는 난간을 따라 놓였다. 다가오는 여자를 찬찬히 살피는 남자애들로 이루어진 지저분한 괴물.

 

 

인용한 문장은 첫 문장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장에 소개된 문장이다. 인용한 문장은 계단에 층층이 앉은 남자애들 스무 명이 팔을 난간에 걸친 채 다가오는 여자를 지켜보는 모습을 묘사한 문장이다. 그걸 알았을 때 나는 감탄을 안 할 수 없었다. 계단에 층층이 앉은 남자애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여러 날개를 가진 괴물의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었을까! 비유와 표현이 눈에 그리듯이 생생했다. 작가가 언어로 그려낸 그림이 이 소설의 분위기를 시작부터 효과적으로 형성했다. 이런 식으로 이 책에선 명문들이 저자들의 설명과 함께 여러 개 수록되어 있었다.

 

 

 

문장, 내용뿐 아니라 잊지 말아야 할 것. - 작가의 도덕성



 

문장을 쓸 때 해야 할 첫 질문은 바로 이거다.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구성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이루는 내면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달렸다. (중략) 최선과 최상의 고결함은 정확히 무엇인가? 이번에도 대답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는 ‘내면’이다. 내면이야말로 ‘칭송할 만한 모든 것을 스스로 경험하고 실천하는’ 곳이다.

 

 

글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면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문장, 표현력, 플롯, 복선, 구조.. 등등 이 글을 빌려 나는 작가의 도덕성이라는 대답을 하고 싶다. 과거에 존경하던 작가가 있었다. 그의 문장을 동경했고, 그 작가의 작품에서 문장들이 다 너무 보석같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 작가의 책 중 가장 좋아했던 책은 손수 필사를 하기도 했다. 문예창작과 학생으로서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쯤이었다, SNS에서 그 작가가 문하생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그 뒤로 그 작가의 책을 다시 들춰봤을 때 여성인 나로서는 더는 그 책을 아름답게 읽을 수 없었다.

 

비문이 없고,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문장이라 할지라도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다. 그걸 쓴 작가가 실재하는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면 말이다. 늘 스스로 잊지 않고 다짐하고자 한다. 하늘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 내 글도 진실성이 있을 것이라고. 그런 글만이 맑은 물처럼 세상을 담을 자격이 된다고 말이다.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만이 아닌, 내 인격과 품성을 항상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좋은 글은 분명 그걸 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쓰겠습니다. - 작가가 되고픈 나 스스로의 다짐.


 

올해 여러 활동을 거치면서, 유독 글을 쓸 일이 많았다. 문장을 쓸수록 느끼는 것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글을 쓰는 걸 사랑하는구나라는 것이다. 자료조사만 대략 반년을 하고, 일 년을 매달려 하나의 소설을 완성한 적이 있었다. 그날 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다 썼다는 생각에 흥분에 휩싸여 잠이 오지 않았다. 슬퍼서 잠을 이룰 수 없는 날은 꽤 많았는데, 극도로 행복해도 잠이 안 올 수 있구나 하고 그날 알았다. 내가 나를 위한 글을 쓸 때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그때만은 결과가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글을 많이 쓰면서 글에 대해 확고히 자리 잡은 생각이 있다.

 

‘좋은 글은 비판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글 자체는 결국 끊임없이 쓰는 것에서 나온다. 글이 탄생조차 하지 않으면 비판받을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1학년 때는 고학년이 되면 글을 더 쉽게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기는 게 글쓰기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어떤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알게 된다. 글을 완성해놓고 나도 이 글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잘 알기에 그걸 대면하는 게 고통스러울 때도 많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삶이 내가 바라는 삶임은 확신할 수 있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쓰려고 한다. 글은 일단, 탄생해야 다듬어져 멋진 글이 될 기회가 생기니까. 아름다운 문장을 찬미하는 이 책의 저자도 내 이 의견엔 동의할 것이라 확신한다.






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


지은이
스탠리 피시

옮긴이 : 오수원

출판사 : 윌북

분야
에세이

규격
140*210mm

쪽 수 : 272쪽

발행일
2019년 11월 01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5581-242-6 (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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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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