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 문장의 일

결국 중요한 것은 핵심 내용이다.
글 입력 2019.11.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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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드의 동료 작가가 학생의 질문을 받는다.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반문한다. “글쎄요, 문장을 좋아하나요?” 학생은 이러한 반문에 놀란다. 그러나 딜러드는 질문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안다. 동료 작가가 학생에게 던진 질문은 “문장을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작가 생활의 출발점”이라는 의미였다.

 

- p.9

 

 

정해진 자리에 제대로 배치된 좋은 문장의 힘은 강력하다. 특정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타인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굳이 장황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문장을 분석하고 모방하는 연습을 통해 식견을 높이고 문장을 읽는 법을 깨닫게 해준다’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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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렁크 화이트의 <글쓰기의 요소>는 글쓰기의 정석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도서이다. 하지만 칭찬 일색인 이 책은 ‘문장을 아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 글 쓰는 법을 안다는 것은 문장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대부분의 지침서들이 이런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문장을 어려워하는 이가 이러한 책을 읽고 글 공부를 시작하려 할 경우 그 결과는 문법들의 단순 암기로 끝이 나고 만다. 그리고 이는 ‘마치 야구장의 포지션을 1루, 2루, 3루, 본루, 좌익, 우익, 센터, 투수 마운드 등 줄줄 읊어댈 순 있어도 경기 중에 이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겉보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미사여구는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오히려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목적에 집중한 짧은 문장을 적어본 후 거기에서 출발하여 확장, 축소하는 연습을 반복한다면 길이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는 글을 작성하는 능력을 기르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반면 형식은 최대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형식’은 품사나 절, 문법 등의 추상적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수사 구조의 상관관계를 자연스레 동작시키며, 글의 연속적인 흐름을 도와주는 넓은 개념이다. 문체 혹은 논리 형식과 같은 나의 글 쓰는 스타일로 이해하는 것도 좋겠다.

 

형식을 나의 자연스러운 수족으로 만드는 것은, 글이 내용 열거의 정보 더미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좋은 문장이란 일관성이 분명하며 그 형식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방법은 에드거 앨런 포에게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마음이나 머리, (더 포괄적으로는) 영혼이 허락하는 수많은 효과나 인상 중에서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글쓰기의 철학』(1864)

 

- p.73

 

 

맥락 있는 글쓰기를 위해서는 글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나의 목적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책은 좋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 그 형식 요소들의 레퍼토리를 파악한 후 나만의 형식으로 변형-반복하여 연습하라고 말한다.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준비해두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좋은 기본 분류를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문장의 요소들을 인과, 시간성, 우위의 관계로 배열’한 종속 형식과 관계의 강박에서 벗어나 끈에 구슬을 꿰듯이 나열한 병렬 형식이다.

 

종속 형식은 그 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흡입력이 뛰어난 반면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강요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병렬 형식은 해석의 여지가 자유롭고 작성이 보다 수월한 편이나 일관성이 없을 경우에는 재미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이 중 본인의 목적에 맞는 형식 하나를 택하거나 병합하여 활용하는 것은 글 쓰는 자의 판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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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만의 형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임팩트 역시 중요하다. 첫 문장은 단기간에 뒤에 다가올 많은 정보의 압축성을 부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뒤에 나열된 모든 문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마지막 문장으로 볼 수도 있다. 첫 단추를 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좋은 글에서는 정보가 잘 함축된 첫 문장의 시작이 글쓰기의 반이 될 수도 있다.

    

 

오후마다 미스 제인 마플이 치르는 의식은 두 번째 신문을 펼치는 일이었다. (『복수의 여신Nemesis』,1971) 문장은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이 간단한 문장에는 놀라운 정보가 담겨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미스 마플을 탐정으로 만나기도 전에 독자는 이미 이 여성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 p.168

 

 

반면 약속의 성격을 보이는 첫 문장과는 달리 지금껏 열어온 이야기를 정리하고 빗장을 닫아야 하는 마지막 문장은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능성 면에서 많은 제약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발생한 흥미를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이점이 존재한다 할 수 있겠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1959)』 에서 제리는 오스굿에게 그와 결혼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려 안간힘을 쓴다. 오스굿은 제리가 들이미는 이유마다 여유롭게 퇴짜를 놓는다. 견디다 못한 제리는 오스굿이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대겠다고 작심하고는 가발을 벗고 걸걸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난 남자란 말이야.” 하지만 대답이 걸작이다. “뭐, 완벽한 사람은 없죠.”…… 이 마지막 한마디는 주제를 되풀이하는 동시에 ‘궁극의 완벽한 형태’를 제시한다.

 

- p.206

 

 

위의 예시처럼 강렬한 마지막 문장은 지금까지 걸어온 시동을 끔과 동시에 독자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전달할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단독으로 따로 보아도 어느 정도의 풍성함을 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장들은 나름 독립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울림이 앞 내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에 결과적으로는 글의 맥락의 일관성이 유지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심을 차지해야 하는 것은 핵심 내용이다. 목적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선정한 후 부단히 갈고닦은 나만의 형식을 곁들여 문장을 차분히 완성해 나갔을 때 결국 우리는 좋은 글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울 것 없다. 일관성만 잃지 않는다면 펜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문장은 우리 삶과 우리 자신을 만드는 언어의 원천을 엄밀하면서도 유익한 방향으로 탐색하도록 만든다.

 

- p.269

 





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


지은이
스탠리 피시

옮긴이 : 오수원

출판사 : 윌북

분야
에세이

규격
140*210mm

쪽 수 : 272쪽

발행일
2019년 11월 01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5581-242-6 (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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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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