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앗싸, 신명나는 이색적 공연 "딴소리 판"

흥이나 흥이나
글 입력 2019.11.2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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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익숙한 드라마 대사 하나. 가난하게 살아도 마음이 부자면 그게 진짜 부자지. 이 말을 신명나게 전해주려고 판소리를 깔았나 싶다.

 

딴소리 판은 광대 탈놀이라는 다소 어색한 장르이긴 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소설을 바탕으로 판이 시작된다. 고전소설이라 함은 권선징악이 뚜렷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한다는 교훈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어느 이야기를 들어도 익숙하다.

 

낯선 판소리와 말투이지만 극의 내용은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본 줄거리를 바탕으로 시작하여 어렵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러나 판소리 다섯마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원래 우리가 아는 내용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 아닌 하이라이트 지점에서 새롭게 각색되어 탄생된 무대였다.

 

나름 반전이랄까,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하기도 하다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소리꾼 송보라, THE광대최영호 (출연_고수 역).JPG

 

 

내용도 일반적인 권선징악과는 살짝 다르다. 이번 딴소리 판 무대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거지로 살아도 즐겁게 사니 얼마나 좋은가’였다. 거지라서 남의 눈치를 더 보지 않고 확 질러 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고, 오늘에만 집중하면서 할 말 다하고 살아갈 수 있다. 진짜 부자란 이런 것이지.

 

이렇게 공연을 보다보니 내가 자유롭지 않다고 느낀 것도 어쩌면 내가 가진 게 많아서 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갈등상황에서 그 때 그 때마다 나는 상황을 웃음으로 잘 넘길 수 있었는가,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상거지 마인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본래 거지는 지갑도 없고 내일도 없고 염치도 없는 법. 세상 별거 있나? 놀면 그만, 먹으면 그만, 웃으면 그만인 것을!

 

 

퓨전 판소리라서 그런지 내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기대한 장인의 귀 째지는 명창소리는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랬기에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합의점을 만들어 낸 공연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너무 올드하지 않았으며 각 마당마다 반복되는 흥얼거림은 어느새 모든 마당을 넘어서 모든 세대가 통하는 리듬감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역동적인 춤사위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아이돌 댄스나 비보잉이나 익숙한 나에게 얼씨구 절씨구 전통적인 느낌의 흐느적임은 새로움을 주었다. 마치 흥겨운 음악을 들었을 때 들썩거리는 어깨를 주체 못하고 노래방에서 제대로 된 끼를 발산하는 한국인의 공통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른이건 아이이건 이 춤사위에는 신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공연 내내 연희집단 The 광대에서 새로운 구성으로 각색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그만큼 이색적인 각색이었고 판소리와 탈놀음이라는 한국적인 고전예술을 동시대적으로 가볍게 풀어내었다. 엉뚱한 상상력과 자유로움, 한국적인 흥겨움을 느낄 수 있는 연희집단 The 광대만의 다음 무대도 기대가 되는 바이다.






연희집단 The 광대

 

연희집단 The 광대.jpg



연희집단 The 광대는 2006년 창단된 연희극 창작단체이다. 풍물, 탈춤, 무속, 남사당놀이 등 한국의 전통 예술을 전공한 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주와 춤, 재담 등 전통 연희의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단원들이 모여 수준 높은 창작 연희를 보여주고 있다.
 
연희집단 The 광대는 단원 개개인이 연희의 명인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시대와 함께 가는 예술가로서 광대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면서,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던 옛 광대들의 예술과 삶의 자취를 기억하며 그 길을 이어가고자 한다.
 
대표작품 - <당골포차>,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굿모닝 광대굿>, <황금거지>, <홀림낚시>, <자라>, <용용죽겠지>, <걸어산> 등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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