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해지기에, 늦은 때란 없습니다 -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글 입력 2019.11.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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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투적인 말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끊임없이 발간되는 자기계발서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오늘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입니다. 도전하세요! 꿈을 찾으세요! 와 같은 말들. 좋은 말이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현대인들에게 매일 맞는 채찍과도 같은 이 말들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사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조금 삐뚤어진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은 거던데. 라는, 조금은 패배주의적인 생각.
 
76세에 붓을 들기 시작하여 전 세계적인 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의 일화라는 간단한 소개를 들었을 때도 사실 큰 감흥이 없었다. 붓을 든다고 아무나 다 세계적인 화가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노력과 재능과 운이 모두 따라 준 할머니의 성공 신화가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될 수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어갈 때쯤에는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을 ‘성공 신화’와 같은 삶의 얄팍한 단면을 칭하는 말로 정의하려 했던 나의 좁은 시야를 반성하게 되었다.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은 ‘세계적인 화가’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모지스 할머니는 붓을 들지 않았더라도, 한 수집가가 운 좋게 할머니의 그림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도 삶의 빛을 따라 살아가셨을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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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모지스 할머니는 그동안의 삶을 소박한 문장으로 회고한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것들을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묘사하며, 어제와 오늘, 내일의 모든 것들에 감사해한다. 그녀의 삶에는 시련도 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과 고통을 지켜보아야 하는 순간 같은 것들. 하지만 그녀는 삶이 준 시련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그저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오늘의 빛을 따라 살아간다.
 
그녀의 오늘에는 항상 삶이 준 선물이 있다. 그녀는 덤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그 선물 같은 순간이 오면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하고 행복해한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반복되는 일상도 큰 축복이자 행복이다. 그녀의 회고록을 읽다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우리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예요. 지금도 닭은 키울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진 못해요.

 

 
모지스 할머니는 일주일에 73kg의 버터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고, 수제 감자 칩을 시장과 주변 고급 리조트에까지 납품하는 등 부지런하게 자신의 일상을 꾸린다. 가정부 일을 하던 유년기부터 농장 생활을 하던 젊은 시절, 붓을 들기 시작한 노년기까지 그녀의 손은 쉴 틈이 없다. 그녀는 삶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꽉꽉 눌러 담으며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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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상은 굳건하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로 구성된 일상은 매일 반복되며 ‘메리 안나 로버트슨 모지스’라는 사람을 만들고, 이렇게 구성된 자아와 행복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단단히 세워진 일상에 온 마음과 에너지를 쏟으며 사는 사람은 삶의 작은 부분에서도 큰 행복을 얻는다. 굳건한 일상은 곧 시련으로부터의 회복력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부지런한 인생이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제목을 떠올려 본다. 세계적인 화가로 성공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는 뜻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보다는 행복해지기에 늦은 때는 없다는 뜻이었나 보다. 모지스 할머니처럼 부지런한 인생을 사는 모두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따라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로 굳건한 일상을 세우고 이룬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삶, 그리고 우리가 겪어내야 할 모든 일들 속에서 보석 찾기를 하듯 감사와 행복을 찾는 삶이 더욱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모지스 할머니의 회고록을 덮으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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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았다는 말이 부담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맞다 보니 무뎌진 채찍처럼 위로의 힘을 잃어버린 이 말은, 삶의 크고 작은 굴곡에 꾸준히 감사하며 삶의 빛을 따라 101년의 세월을 살아오신 모지스 할머니의 입에서 나올 때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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