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배리어프리영화제에서 수채화로 그린 듯한 시 한 편을 보고 왔습니다 - 영화 "일 포스티노"와 많은 사람들 [사람]

따뜻한 배려의 손길로 모든 이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느낍니다.
글 입력 2019.11.27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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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푸른 바다와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섬마을의 떠들썩함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지나가고 마치 물과도 잔잔한 장면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마리오는 어눌한 말투의 순백의 순수함을 가진 시골 청년이다. 그의 특별할 것 없는 생활에서 그는 일자리를 구하게 되고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우편배달부가 되어 일을 시작하게 된다. 외땀 섬인지라 우편을 많이 배달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 이곳에서 한 사람에게만 유독 편지가 많이 오게 되어 한 사람만의 우편배달부가 된 것이다.

 

그 사람은 바로 유명 시인 네루다. 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마리오는 팬심으로 그에게 좀 더 친해지고자 접근하지만 다른 이유로는 그가 관심이 가게 된 여자에게 환심을 사기 위한 목적으로 그에게 시의 은유에 대해 알려달라고 한다.

 

 

일포스티노1.jpg

 

 

그에게 은유를 배우면서 그의 인생은 단순한 섬마을 청년에서 한순간 바뀌게 된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서 배우기 시작한 은유는 그의 삶을 시보다 아름다운 삶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는 은유를 통해 사랑하는 베아트리체와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되고 그의 은인이자 스승인 네루다와 주변의 축복 속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지만 네루다는 그곳을 떠나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일포스티노2.jpg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이 영화는 나에게 주는 것이 많았다. 시를 그린 그림을 한편 감상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복잡한 기분이 든 것은 단순히 그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화가 주는 느낌과 새로운 형태의 영화를 감상했기 때문이었다.

 

 


 

 

배리어프리영화제는 이번이 벌써 9회라 한다. 처음에 베리어프리영화제에 관심이 가서 알아보다가 개막식 영화를 보러 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개막식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가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개막식은 초청받은 사람들만이 입장 가능한 영화였다. 그날 학교에서 일들이 많았고 더군다나 추운 날 영화 개막식 시간까지 대기하다가 온 것이어서 녹초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표도 구입할 수없이 아예 입장불가라니 온몸이 축 늘어지는 듯싶었다. 그렇지만 그 앞의 계시던 분이 기다리다가 공석이 생기면 볼 수 있을것이라고 하시는 말에 희망을 가지고 한 시간가량을 기다렸던 것 같다. 영화제의 개막식에 초대된 것이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기 위한 일념으로 영화제 입장전에 사람들 틈에 서 있었다.

 

다행히 나는 운 좋게 영화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배리어프리영화제가 장애인들을 위한 영화를 상영해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확실치 못한 채 온 것이었다.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 설명을 듣는 순간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왼편에는 수화하시는 분이 서 계셨고 오른 편의 영상에서는 자막이 함께 나오고 있었다.

 

또 영화제를 설명해주시는 분이 두 분 올라오셨는데 한 분은 배우, 또 한 분은 시각장애를 가진 아나운서셨다. 그분께서 영화제를 설명을 해주시는 것이 아나운서라 그런지 장애를 느끼지 못할 만큼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또 옆에서 수화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그분께도 시선이 많이 갔는데 표정까지 리얼하게 수화를 해주시는 것이 인상에 남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를 보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더빙과 자막이 동시에 이루어져 있었는데 전반전인 큰 틀과 상황들, 예를 들어 자잘한 동작들까지 해설을 넣어 소리에 빈틈이 없었다. 또한 자막에서도 배우들 간의 대사뿐만이 아닌 어떠한 배경음악이 나오는지 혹은 바깥의 소리에 대한 상황 같은 부분들도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영화를 보며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것을 알려주는 것과 왠지 모르게 관객들의 호응이 크다고 느껴진 것은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었겠지만 모든 게 새로운 느낌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손뼉을 치는데 이런 반응이 처음이라 놀라웠다. 영화가 끝나면 나오기 바빴었던 나인데 나도 한참을 앉아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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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었던 배리어프리영화제

 

 

서울 배리어프리영화제의 취지는 장애와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 축제라 한다. 이 영화 축제에 가서 나는 몸소 이 취지를 체험하고 왔다.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 영화를 비로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에게 큰 열정과 감동을 주었다. 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시와 같은 영화를 한편 보고 온 그날은 처음에 느꼈던 영화를 보지 못하면 어떡하지의 불안함과 그날의 힒듬의 감정을 새로이 따뜻함으로 만들어 준 값비싼 시간이었다.

 

자그마한 배려로 모든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든 그 모습이 큰 귀감이 되었고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이 영화제가 나에게 큰 부분으로 다가온 하루였다. 내년에도 누군가와 함께 이 따뜻한 기운을 같이 느끼러 영화제에 두 손 꼭 잡고 함께 가고 싶다.

 

 

[허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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