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 마키아벨리 [도서]

부정적으로 평가된 마키아벨리의 진면목을 알고 싶다면
글 입력 2019.11.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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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마키아벨리.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아! 당연히 사람들의 말은 더욱 믿지 않지.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날 제일 존경한다네. 나는 미워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내 책에 대한 비난을 퍼붓지. 그러나 혼자 있을 때는 몰래 내 책을 읽는다네. 내 책을 몰래 읽은 자는 교황의 자리까지 차지하고, 내 책을 던져버린 자는 경쟁자들이 몰래 탄 독약을 성배처럼 들게 되지.

 

- 크리스토퍼 말로의 몰타의 유대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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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마키아벨리 [Niccolò Machiavelli]

1469~1527

이탈리아 피렌체

 

 

마키아벨리라는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악랄한 사람, 악의 교사, 권모술수의 대가와 같은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함께 따른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어떠한 짓이든 거리낌 없이 행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키아벨리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의 교사였을까?

 

여기 마키아벨리의 인생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책이 있다. 연세대학교 김상근 교수가 2013년에 펴낸 ‘마키아벨리’에서는 오히려 순진할 정도로 애국적이었으며 친구들에게 돈을 떼어먹히는 일이 종종 있었고 공직에 있을 땐 공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자신을 늘 약자라고 생각했으며 자신과 같은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했던 마키아벨리는 어떻게 현시대에 부정적인 인물이 되었으며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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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


 

15세기 피렌체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마키아벨리는 어렸을 적부터 지독한 가난을 경험했다. 법률 박사였지만 가난했던 마키아벨리의 아버지는 어느 날 너무도 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지만 구매할 여력이 없자 인쇄업자를 찾아가 이곳에서 노동할 테니 금전 대신 인쇄본을 한 부 달라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완성된 책을 가지러 아버지 대신 심부름을 하러 갔던 17세 소년 마키아벨리는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책은 훗날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의 바탕이 된 리비우스의 ‘로마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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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전경

왼쪽으로 '로마사'를 찾아가기 위해 건너갔을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가 보인다.

 

 

아버지로부터 책을 읽는 좋은 습관을 물려받은 마키아벨리는 늘 고전과 함께했다. 현실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고전의 가르침으로부터 지혜를 얻는 것이 답이라 생각했다. 고전을 읽을 때는 선조들에게 예를 갖춰야 한다며 관복으로 갈아입고 읽을 정도였으며 화려한 공직생활에서 밀려나고 가족들과 떨어져 실업자 생활을 전전하던 중년에도 고전을 늘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렇게 마키아벨리는 고전들을 읽으며 세상의 이치와 권력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키웠고, 파치가의 음모와 피렌체 나폴리 전쟁과 같은 굵직한 사건을 성장기에 직접 겪으면서 자신의 조국 피렌체가 겪는 약자의 설움과 굴욕을 뼈저리게 느끼며 강자에 대항하는 약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한때 유럽 각국을 누비며 놀라운 통찰력으로 피렌체 정국을 주도해 가던 유능한 외교관이었다. 프랑스의 루이 12세, 체사레 보르자, 율리우스 2세, 막시밀리안 1세,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곁에서 그들의 리더십을 바라보며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분석하고 평가했다.

 

공직에 머무르며 작고 큰 사건을 겪고, 실업자가 되었다가 말년에 다시 공직자가 되기까지 마키아벨리는 연설가였다가 때로는 코미디 작가였다가 상담가, 철학자, 교사 등 피렌체에서 살아남기 위해 때에 맞는 다양한 옷을 입는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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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시대 마키아벨리의

주 활동지였던 시뇨리아 광장

 

 

훗날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헌정한 ‘군주론’은 이탈리아 해방을 논하면서 통치자로서 군주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군주의 26가지 주의사항을 말하고 있다. 15세기에는 금서로 지정될 만큼 파격적이었던 이 군주론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철한 이성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주된 중심이자 내용이다. 또한 강한 리더의 강한 통치로 평화가 오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키아벨리의 마음이 담긴 충직한 신하의 책이기도 하다.

 

 

 

‘군주론’은 숲을 보냐 나무를 보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개인적으로 군주론은 어려운 부분이 많아 완전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책이었다. 그러나 ‘군주론’이 쓰인 배경과 현실을 알고 나니 군주론에 쓰여진 내용처럼 대단히 이성적인 사람이고 싶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마키아벨리의 나약함이 보였고,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여 다시 공직에 오르고자 로렌초의 입맛에 맞게 각색 할 수밖에 없었던 처절함이 보였다. 펼쳐보지도 않았을 로렌초에게 헌정했던 그 시기를 지나고 강자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배척당했던 15세기를 지나서 500년이 지난 지금 고맙게도 우리에게 읽히고 있으며 현실적인 가르침을 주고 있다.

 

문학이나 과학, 예술사에서는 당시에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당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롭게 해석되며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고흐의 작품들이 그러했고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던 베게너가 그러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또한 먼 시간이 지나 후세에 빛을 발하게 되었지만, 그의 이름과 함게 딸려오는 부정적인 수식어와 오해들은 여전히 지우기 어렵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이성적이며 딱딱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마키아벨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생기게 되어 신선한 경험이었으며, 모든것을 잃은 중년의 마키아벨리가 낡은 집에서 혼자 힘겹게 써내려갔던 ‘군주론’이 지금처럼 세상에 널리 읽혔으면 한다. 그리고 마키아벨리가 늘 고전에서 현실 문제의 해답을 찾았듯 우리도 고전을 곁들어 세상을 보는 습관을 길렀으면 한다. 그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풍족해지지 않을까.

 

 

[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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