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없는거 빼고 다 있어요: 우리별 [공연]

연극 우리별을 본 후
글 입력 2019.11.1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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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품의 가치는 굉장히 주관적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평을 받은 작품이라 해도 나와 맞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는 작품이 되고 만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그리고 이 세상 사람의 수만큼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궁무진 하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다른 이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을(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건 바라지도 않기에) 동시에 만족시키는 작품은 생각보다 찾기 쉽지 않다.

 

 

일단 재미있어야 해. 예술성도 있으면 좋겠지만 대중성을 잃진 않았으면 좋겠어. 아, 철학적인 요소도 있었으면 하지만 어려우면 안돼. 잠깐, 철학은 너무 문과적인가? 이과 친구들도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친구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좋아하시면 더 좋고!

 

 

이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마 속으로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웃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얼마 전까지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요구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 존재한다면 믿겠는가?

 

 

우리별_포스터.jpg

 

 

<우리별>은 라이브 DJ와 랩이라는 파격적인 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연극이다. 연극을 랩으로 한다는 걸 안 순간 두 개의 상반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흥미롭다’ 그리고 ‘과연?’

 

새로운 시도는 잘 연출해낸다면 파격적이고 눈에 띄는 공연이 될 테지만 조금이라도 어색하거나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면 굳이 이래야 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 마저 어색해진다. 특히 랩이라는 부분이 워낙 일반적인 노래와 다른 형식인 만큼 관객들이 어색하게 느껴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모든 염려들이 연극을 시작하자마자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라이브 DJ는 적재적소에 유쾌하게 스며들었고 가장 걱정스러웠던 랩은 내가 상상했던 쇼미더머니 방식(?)보다는 연극에 알맞은 방식으로 바뀌어 너무나 잘 어울렸다. 배우들의 발성과 발음 또한 정확해서 연극에서 종종 발음을 못 알아듣던 사람으로써도 만족스러웠다.

 

 

우리별_공연사진_04.jpg

 

 

이 연극이 특별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연극을 통해서 문과와 이과의 대통합의 장이 펼쳐졌다.

 

<우리별>은 우주의 행성들을 의인화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지구’라는 주인공과 가족들, 그리고 옆집 친구인 ‘달님’과의 관계까지 우주와 태양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극은 태양계의 탄생부터 끝까지를 다룬다. 그래서 첫 곡에는 ‘HAPPY BIRTHDAY TO ME’라는 가사가, 마지막에는 ‘HAPPY DEATHDAY TO ME’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우주와 행성, 탄생과 소멸에 관해 과학적인 사실에 기초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누구나 알 만한 기본적인 과학상식들의 선에서 이루어지며 혹여 알지 못했다 하더라고 극 안에서 자연스럽고도 충분히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연극에서는 이런 과학적 사실을 접할 일이 적기에 굉장히 흥미로우면서 신선했다.

 

과학 이야기가 나온다 해서 딱딱한 상식이야기는 아니다. 우주와 행성의 과학을 통해 인물들을 만들고 그 관계를 비유하며 우리들의 일상과 인생의 이야기까지 확장시킨다. 인물들의 일상은 늘 반복된다. 일어나서 학교에, 회사에, 혹은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고단해하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늘 같은 하루의 반복이다. 그러나 그렇게 반복되기만 하는 일상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다시 이별하며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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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빛은 지구 바로 앞에 있는 듯 반짝이지만 그 빛은 엄청난 거리를 달려와 우리의 눈에 닿게 되기에 어쩌면 그 별은 이미 소멸하여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당연하게 우리의 곁에 있으리라 믿었던 존재들이 어쩌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사라진 후에야 그 존재를 알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우리별>에 담아내었다.

 

<우리별>에서는 공연 내내 같은 노래와 대사들이 계속 반복된다. 마치 데자뷰를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아주 미묘하게 조금씩 바뀌어 가는 대사들을 알 수 있다. 늘 같은 일상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도 소소한 변화와 차이는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지구와 인물들의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 그리고 인생을 한 눈에 본 것처럼 느껴진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다루지만 <우리별>은 그 끝에 대해 비관적이거나 슬프게 말하고 있지 않다. 자신이 먼저 사라질 테니 지구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언니, 사라짐은 단순히 내일이 오지 않는 것이라고 담담히 말하는 부모님. 그들의 모습을 보면 그것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찾아올 일이라는 것, 그러니 나 혹은 다른 이들이 사라지기 전까지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지지 말고 소중함을 찾아보자 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성과 독창성 거기에 대중성까지 잡은 너무나 재미있던 작품이기에 그 매력을 글에 온전히 담아내고 싶었지만 아무리 적어도 실제 관람하는 것만큼 와 닿지 못할 것이다. 그 만큼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글자 안에 담아내기엔 큰 연극이었다. 만약 <우리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 말고 꼭 즐겨보길 바란다. 그리고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이 매력적인 곤란함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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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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