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지만 취업은 하고싶어] 01. Prologue

#이런 주옥같은 취준생활
글 입력 2019.11.19 00:04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01. Prologue

#이런 주옥같은 취준생활

 


 

 

나는 대한민국의 흔한 취준생이다. 90년대생이고, 여자이며, 대학교 막학기를 다니고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내가 취준생이 될 줄 몰랐다. 어쩌다 정신 차려보니 대학은 나를 떠나라 했고, 사회는 나를 오라 했(지만 자리를 쉽게 내주지는 않았)다.

 

고백하자면 나는 당연히 졸업 전에 취업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간 열심히, 이유를 가지고 활동들을 쌓아 왔으니 취업할 때는 잘 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 쌓는 것과 잘 푸는 것은 완전 별개의 업무였다. 토익만 기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소서도 기술이었고 인적성도 기술이었고 1분 자기소개도 기술이었고 그냥 다 기술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정말 예상치 못했다. 내 멘탈이 공중 분해되는 신비로운 광경을 2x년 인생 처음 목격했다. 열심히 해봤자 될까-라는 의구심, 뒤처지면 어쩌지-하는 조바심, 저 사람이 나를 비웃고 있다는 괜한 의심 등등 온갖 마음들이 나를 공격했다.

 

미래를 종잡을 수 없는 두려움은 생각보다 컸고, 곧 백수 된다는 두려움은 더더욱 컸다. 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일단 무작정 달리고 있다.

 

 

141.jpg

 

 

결론은, 나의 요즘은 이렇게 찌질하고 숨 막히고 헛웃음 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일상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시기를 철저히 ‘이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취준생활은 정말 주옥-같다. 생각 이상으로 힘들지만, 오직 이 시기만이 줄 수 있는 하루에도 몇십 번 요동치는 감정과 생각의 파장은 다소 희소성이 있다.

 

이제 나는 이 시기가 나를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으려고 한다. 취업을 위한 취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기록은 취업 이 자식을 이용해서 의미 있는 아웃풋을 만들어내겠다는 내 강한 오기의 표출이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며 머리끄덩이를 잡으려는 바로 그 시점이다.

 

죽고 싶지만 취업은 하고 싶다.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격렬하게 살고 싶다. 나는 내 삶이 소중했으나 지금은 약간 그렇지 않다. 나는 내 삶이 다시 소중하고 싶고, 그래서 이 기록을 남긴다. 엉망진창의 삶을 사는 지금의 나를 보며 미래의 내가 약간은 위로를 받길 바란다. 다소 거칠고 투박하겠지만 아무렴 좋을 것 같다.


 

[박민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유진
    • 죽고 싶지만 취업은 하고 싶다... 이 말이 너무 공감가요. 전 요즘 취업을 위한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왠지 씁쓸한 기분도 드네요.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