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지구를 만나다 – 우리별 [공연]

글 입력 2019.11.1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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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소녀와 그녀의 가족, 친구, 밤하늘을 바라보는 선생님과 학생이 말하는 우리 별 이야기. 지구 10억 년의 이야기를 의인화해서 담은 극이다. 지구, 태양계, 우주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는 결코 지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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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간단하다. 큰 원형 판이 있고 원주를 따라 조명이 빛나는 바닥이다. 극장 자체가 커서 우주를 표현하는데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밝게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과 우주의 공허함까지도 잘 담은 극장이었다. 일상의 할머니, 아빠, 엄마, 딸들의 모습으로 지구와 우주의 소식을 표현하는 그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감탄하면서 이 극을 봤다.

 

 

 

지구? 그냥 어린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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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소녀로 나타난다. 소녀는 망원경으로 자신의 몸을 관찰하며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구경한다. 한편으로는 지구는 한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평소에 하는 대화, 일상을 살아간다. 이런 표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 평범한 소녀가 언니와 싸우고 아빠에게 선물을 사달라고 투정 부리고 할머니와 이야기하는 정말 평범한 모습이 지구라는 것이다. 태양계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는 흔한 게 아니다. 우주에서 사람이 유일하게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행성은 우리 지구 하나이기에 나는 더 소중하고 특별하고 감사한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이 극에서는 의인화하면서 우리 곁에 있는 소녀와 다를 것 없는 인물로 표현한다. 그래서 더 이 극을 보면서 지구도 결국 탄생하고 소멸하듯 사람인 우리도 그렇다는 것을 더 느끼게 되었다. 지구에도 끝이 있고 나에게도 끝이 있다는 것.

 

 


지구와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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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가족들이 무슨 행성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 가운데 지구와 달님은 정확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사를 온 지구가 처음 만나게 되는 또래 친구 달님. 그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 친구가 되고 소꿉놀이하던 어린아이가 커서 중학생, 고등학생, 어른, 대학생, 아이 엄마, 할머니가 된다.

 

그렇게 크는 장면은 되게 지루하지 않게 빠르고 재밌게 진행되었다. 달님이가 할머니가 되어 아플 때 지구와 무슨 놀이를 하며 놀지 누워서 이야기하며 공기놀이, 사방치기, 고무줄, 줄넘기 이야기가 아련하고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익숙한 것들과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게 소멸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 옆에 있을 줄 알았던 친구가 없어지고 익숙한 모습들이 사라지는 모습들을 보며 내 주위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주변의 소중함


 

이 극에서 나오는 엄마, 아빠, 언니처럼 우리 가족의 상황도 똑같다. 새벽에 출근해 일하고 밥 먹고 야근하고 일하고 집에 오는 아빠. 일어나서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커피 한잔하고 집안일하고 저녁 준비하는 엄마.

 

어릴 때 지독하게 싸웠던 언니들.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도 떠올라 지구가 나인 것처럼 느껴졌고 지구는 그 주변 상황들이 점점 바뀌고 자신도 곧 소멸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슬퍼졌다. 그런데도 그런 소멸이 절망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HAPPY BIRTHDAY TO ME.

HAPPY DEATHDAY TO ME.

 

극의 초반과 후반부 지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가족들, 그리고 죽음을 슬프게만 바라보지는 않는 가족들, 행성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에 있어서 가족들은 절대 슬퍼하지 않는다. 결국은 태양에 다가가고 뜨겁게 타다가 죽는다.

 

지구의 언니는 자기가 먼저 그렇게 된다고 하며 무서워하지 말라고 한다. 그들은 마치 이미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준비해온 듯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극에서 소녀로 나타난 지구의 마지막도 그렇게 슬프지 않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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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보면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우리에게 닿는 데 걸리는 1만 광년이란 시간 동안 어쩌면 소멸했을 수도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별이 1억 광년 전 죽은 별이라면, 보고 있는 내가 살아있는 것일까> 살아있는 내가 보는 것일까? 반복되는 리듬 속에 별에 대한 이야기와 지구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지구는 돌고 돈다. 자전도 하며 공전도 하며 몇십 억년을 지낸다. 어차피 정해진 궤도 안에서 주어진 자리에서 돌기만 하는데 왜 계속 도는 것일까?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는 걸 아는데도 왜 돌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어차피 죽을 걸 아는데 왜 사냐는 질문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친구, 그와의 추억, 가족들과의 추억, 일상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돌고 도는 삶을 사는 것 아닐까? 아빠는 출근, 퇴근의 반복적 삶을, 엄마는 집안일의 반복적 삶을, 어린이는 어제 놀았던 친구와 오늘도 놀고 내일도 놀 예정인 반복적 삶을 계속 살아간다. 회전하는 지구와 비슷하게 말이다.

 

그 시간 속에서 반복적인 일상은 절대 고리타분하지 않다.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말처럼 우리는 일상에서의 편안함과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한번 반복적 삶에서 나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곤 한다.

 

나도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털어 내기 위해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은 반복적인 일상에 무언가를 추가하고 바꾸어야 할 뿐, 완전히 일상에서 벗어날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일상이 고리타분하지 않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극을 보고 더 내 일상의 소중함과 생생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이 연극도 중독적인 템포가 극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되고 했던 대사들이 반복된다. 그리고 배우들끼리 빠르게 주고받는 노래들이 주를 이루어 공연이 끝나도 그 대사들과 리듬이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이 극을 보면 볼수록 더 흡수가 잘 되고 이해가 빠르고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공연을 준비했다는 것이 눈에 보였던, 손뼉을 열심히 쳐주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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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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