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의 흑역사', 웃어넘기기엔 참혹한 실수의 결과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실수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과들
글 입력 2019.11.17 09:1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인간의 흑역사_표지 입체.jpg


 
이 책은 정말 열심히 자료를 조사한 책이다. 인류의 발생부터 최근의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수많은 인류의 멍청한 실수들을 열심히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유는, 첫 번째로- 내가 회사에서 수많은 멍청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기 때문에 위로를 받고 싶었고, 두 번째로는 재미있는 역사책을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론은 '위로 받지 못한 채 약간은 절망스러운 상태'다. 인간들은 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분노까지 조금은 치밀어오른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책의 표지에 쓰인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기만 하는 종족임을 비판하고자 하는 걸까? 나는 여전히 인간이 실수를 반복하며 나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은 비관주의자처럼 보이는 작가에 대한 낙관주의자의 변론을 시작해본다.
 
 
 
1. 인간은 분명 환경오염과 생태계에 대해 멍청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네요


이 책을 읽으며 강하게 느낀 점이 있다. 인간은 멍청하고 자꾸만 자연을 바꿔놓으려한다는 것. 이 책에는 자꾸만 자의적으로 생태계를 바꾸려고 하다가 원래 있던 생태계를 교란시켜 골로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오스트레일리아에 20억 마리의 토끼가 있었다는 것은.. 지구인 1/3의 토끼가 있었단 것은.. 무섭고 놀랍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있어서 이러한 실수들은 정말이지 돈으로도 돌려놓을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자꾸만 이런 실수들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더라도 많은 사람들과 이를 공유하고 그들에게 이를 설득시키는 데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각자의 바보짓, 특히 지구의 무언가를 바꾸려는 바보짓을 서로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그 다음 실수를 막을 수 있을까? 전세계인들에게 접근 권한이 있는 트래커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환경오염 실태 및 해결방안 연구, 그리고 각성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환경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끊임없이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계속 오만하겠지만 그렇게라도 조금씩 나아지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2. 실수에 실수에 실수..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동물이 아니었던가요.

 

이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장까지, 끊임없이 실수를 맛봤다. 첫 번째 자동차 사고 희생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부터 단위를 잘못 맞춰서 몇억이 날아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불로초를 찾다가 수은에 중독되어 죽었다는 진시황의 실수도 만났다. 다만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던 건, 인간은 굉장히 멍청해서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런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백업 플랜을 세우기도 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우린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실수의 미학은 다음 번 실수를 방지하는 데에 있다. 실수가 있었다면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는 이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으면 된다. 물론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바보짓들은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책에 실릴 정도로 큰 실수라면 분명 그는, 혹은 그의 국가는 해당 바보짓을 막기 위해 어떤 방지책을 세웠을 것이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과연 그 방지책이 유용했는가 의심이 들기는 한다.)
 
 

+ 굳이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올 필요가 있었나요?


하지만 마음이 걸렸던 부분이 있다. 내가 글을 읽으며 느낀 작가는, 조금은 유머가 섞인 잘난 체를 좋아하고 역사의 뒷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 열정적인 이야기꾼이다. 그러나 그의 다음 문단은, 그의 의도와 성향을 의심케했다.

"물론 역사적 인물의 실제 성적 지향에 대해선 그저 추측만 가능하다. (그리고 서구 사회에서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의 인식이 명확히 자리 잡은 것도 150년 정도밖에 안 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루트비히 2세는 그냥 확실히 동성애자였다고 결론지어도 큰 무리가 아닐 듯하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루트비히 2세가 약속된 결혼을 미뤘다는 얘기 몇 문단과, 그가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 성(城, castle)에 집착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그 성들이 디즈니 만화와 로고 속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 그래서 해당 지역이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데, 루트비히 2세가 확실히 동성(性)애자였다는 것을 단정지을 필요는 조금도 없다. 전혀 없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그저 무례했고, 예쁘고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 남성은 게이라고 단정짓고 있을 뿐이다. 굳이 필요없는 이야기가 나와서 오히려 거북스러웠다.

*
 
나의 믿음대로라면, 인간은 분명 나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나아지기 위해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 가득 실린 수많은 실수에 대한 이야기 이후, 나는 그런 격려도 필요했다. "우리는 나아지고 있으니, 너도 나아질 것"이라는 위로.
 
시간 단위를 잘못 맞춰 수억의 돈을 날린 NASA가, 실수 이후에는 어떤 방법으로 이러한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게 되었을까? 실수를 통렬히 반성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수를 통해 성장한 이야기.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될 그 부분들. 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고, 인류도 그렇다고 믿기에 다음에는 이렇게 수많은 실수에 대처했던 우리의 자세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
  

 

[김나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