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들의 두 번째 삶을 상상해보는 시간, 뮤지컬 "우리들의 사랑"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 순간은 없다.
글 입력 2019.11.16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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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사랑"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


 

오래 기억될 노래들을 남긴 채, 이른 생을 마감하고 떠난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 그들의 찬란했던 음악의 향연을 듣고자 기다렸던 “우리들의 사랑” 뮤지컬을 보러 대학로를 향했다. 이미 공연장엔 그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젊은 시절을 추억하려는 멋진 중년층의 관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함께 공연을 보러온 모녀지간도 많았고, 젊은 층도 생각보다 꽤 되었다. 큰 포스터 앞에서 일행과 무리지어 즐겁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저분들도 우리와 같은 젊은 시절이 있었고, 그 기억들을 추억하며 현재를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공연 전부터 뭔가 뭉클뭉클하고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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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두 번째 삶도 코끝이 시큰하다.

 

처음 장면은 천국에서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이 다 함께 망자들을 위해 각자의 노래를 부르며 시작한다. 그들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지상의 사람들 속에 울려 퍼지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각자가 지상에서 미처 다 마치지 못한 인생사에 대한 푸념과 아쉬움 등을 논하며 김현식의 대사를 빌어 이야기한다.

 

“우리가 우리 노랠 두고 왔잖아.”

 

반면, 지상에는 19살부터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이초희가 10년 동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비춰진다. 우리는 흔히 한 달 음악이용권을 구매하여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무명가수인 이초희에게는 잔혹한 현실의 가격으로 매겨져 한 곡당 수익료 1원이 돌아갈 뿐이다.

 

노래만 하면 만사 다 행복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학자금대출 독촉 전화를 받아야 하고, 잔고 없는 통장과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딴따라를 집어치우라는 아버지의 반대는 줄곧 그녀를 짓누르는 무거운 현실의 무게이다. 그런 그녀를 힘든 현실 속에서 버티게 하는 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함께 버스킹을 하는 가난한 연극인 친구 림지언과 서로 의지가지하며 그들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꿈에 대한 실낱같은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술 취한 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새 강에 몸은 내던진다.

 

초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곳은 지상이 아닌 천국이었다. 그녀 앞엔 평소 그녀가 그렇게도 좋아하고 동경했던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이 자리했고, 믿기진 않지만, 먼 훗날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평생 기억할 “골목길”을 그들과 다 함께 합주하며 열창한다.

 

아직 음악의 깊이가 얕다는 유재하의 핀잔에도, 그런 거 상관없이 음악이 좋으면 계속하라는 김광석의 충고를 들으며, 음악 해서는 먹고 살기 어렵다는 김현식의 충고에도 초희는 그들을 만났다는 믿기지 않는 이 현실이 그저 마냥 좋다. 생각지도 않은 그들과의 연주가 너무나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지상에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생각한다. 이를 본 저승차사는 아직 그녀가 천국에 올 시간이 아니라며 그녀를 지상으로 돌려보낸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들이 이어진다. 저승차사는 초희 혼자만을 지상으로 내려보낸 것이 아닌 그녀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故 유재하, 김광석을 함께 내려보낸 것이다. 오랜만에 지상에 내려온 유재하와 김광석은 과거의 자신들이 사랑했던 음악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차분히 들려준다.

 

"음악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음에 더 음악을 오래 하고 싶었다"

 

라는 유재하의 대사를 들으며 그의 음악에 대한 절절했던 바람과는 다르게 너무나 일찍 세상을 등져버린 유재하의 현실이 오버랩되며 씁쓸했다. 유재하의 대사와 함께 그의 독주가 시작된다. 핀 조명 아래 피아노 반주의 선율이 울려 퍼지며 그의 명곡 “가리워진 길”의 노랫말이 들려온다.

  

 

가리워진 길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 갈길을 찾았나
 손을 흔들며 떠나 보낸 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자신을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故 유재하, 김광석을 만난 초희는 매우 기쁘고 행복하지만, 그들과 함께 내려오지 않은 김현식을 보고 싶어 하며 내심 기다린다. 초희의 버스킹 친구 지언도 그들의 존재를 처음엔 부정하지만, 술을 술고래마냥 좋아하는 그들의 성향을 확인하곤 신이 주신 잊지 못할 귀여운 에피소드쯤으로 생각하며 그들과 기쁘게 동참한다.

 

꿈을 이루고 싶지만 어떻게 이뤄야 할지 모르는 초희에게 김광석은 자신의 첫 소극장 콘서트이야기를 들려준다. 생전의 자신처럼 소극장 콘서트로 그녀의 꿈을 시작하라고 말이다. 망설여 하는 초희를 위해 김광석과 유재하는 그들의 노래와 연주를 들려주며 응원한다.

 

결국, 초희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과 함께 소극장 콘서트를 준비한다. 이 모든 과정을 천상에서 지켜본 김현식은 자신이 겪었던 녹록지 않은 현실에 빗대어 초희를 안타까워하며 그녀가 가수의 길을 포기하고 편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유재하, 김광석과 함께 그녀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싶지만, 한편으론 그녀가 자신들과 같아지길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진심을 외면한다.

 

어느덧 “초희와 유령들”의 첫 소극장콘서트 공연일이 다가왔고, 그녀와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맞추며 첫 곡 “지난날”을 연주하며 영원히 기억될 공연을 시작한다. 김현식이 빠진 아쉬움을 뒤로한 채, 두 번째 곡 “행복의 문”의 열창이 막 끝났을 무렵,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기타를 맨 김현식이 등장한다.

 

초희의 노래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보며 결국 그는 마음을 돌려 초희의 꿈의 첫 시작을 함께 응원하기 위해 마지막 멤버로 드럼연주가와 등장한다. 그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고, 지난 시절, 신촌 라이브콘서트의 붐을 일으켰던 김현식의 곡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려주며 관객들에게까지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초희와 유령들"의 밴드곡 “그리움을 그리다”가 이어지고, 마지막 초희 그녀가 작사 작곡한 노래가 이어진다. 그 조그마한 체구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더해져 홀로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열창하는 그녀가 무척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며 기타피크가 하늘로 향해 멈추었을 때, 초희의 꿈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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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삶에서 "우리들의 사랑"



공연은 이렇게 멋지게 끝이 났고, 그 이후엔 배우와 관객 모두 축제분위기가 되어 앵콜곡도 다 함께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골목길”, “먼지가 되어” 등의 앵콜곡은 각각의 연주들이 어우러진 밴드의 음악으로 더욱 풍성해졌고, 화려한 조명과 더불어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 그들 모두가 원체 대단한 음악가이기에 과연 배우들이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처음에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그것은 나의 큰 염려였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역을 소화하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어설프거나 실수가 잦았다면 아마 관객들은 이렇게 진심으로 흥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로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열과 성을 다하며 그들의 몫을 멋지게 소화해냈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크나큰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을 보며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의 대사들 속에서 그들의 일화도 알 수 있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먼저 떠나간 유재하가 그리웠던 김현식이 술을 많이 먹고, 3년 뒤 그의 뒤를 따라갔다는 얘기였다. 그 당시엔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음악가들이었던 그들이 현실의 외로움을 서로 다독이며 지내왔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그 뒤로 이어진 그들의 음악들이 조금 더 쓸쓸하게 느껴진 듯하다.

  

김광석의 스테디셀러 소극장콘서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맨 처음 부산에서 시작했던 김광석의 첫 소극장 콘서트는 공연준비 중 전기가 다 나가버렸다고 한다. 불도 들어오지 않는 무대에서 작은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마이크도 없이 그의 통기타 공연이 시작되었다. 지금껏 그의 수많은 후배가 그처럼 하고자 했던 공연의 모토 “핀 조명 하나에 통기타 하나”의 전설은 바로 이렇게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그의 공연 관람객은 총 세 명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공연이 끝난 뒤, 다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고 아마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그들만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듯하다. 김광석은 그의 대사를 빌어 

 

“그게 진짜였던 것 같아.” 

 

라고 말한다. 아마 김광석은 그가 죽기 전까지 언제고 또 한 번 그러한 날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그들의 음악으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우리에게 뭔가 가슴 찡한 감동과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그대 내 품에",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날들", "슬퍼하지 말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넋두리", "비 오는 어느 저녁" 등등 평소 익숙하고 자주 전해 들었던 그들의 노래는 역시 다시 한 번 명곡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은 우리의 삶 속에 더욱 깊숙이 스며드는 듯하다.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제목에는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그들의 음악을 여전히 지금처럼 쭉 사랑할 우리들의 마음 같기도 하고, 초희의 가수의 꿈을 몹시도 반대했던 그의 아버지도 사실은 다른 그 누구보다도 내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초희를 응원했을 것이며, 그들을 잊지 않고 이토록 멋지고 다양하게 기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는 후배들이 그들을 기리는 마음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 그들이 “우리들의 사랑”이라고 일컫는 것은 아마 음악에 대한 그들의 끝없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이 공연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예쁘게 가꾸고 매듭지어 선물하고 싶다.

 

  


 

 

[ 우리들의 사랑 ]

ACOUSTIC MUSICAL

 

 

*공연일자*

2019.11.01 ~ 2020.01.05

 

*공연시간*

11.01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7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공연장소*

대학로 예그린 씨어터

 

*관람료*

전석 50,000원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기획*

LP STORY

 

*제작*

㈜ 크림컴퍼니, LP STORY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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