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흥미롭지만 마냥 유쾌하지는 않은, 인간의 흑역사

글 입력 2019.11.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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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요즘, 그 말은 일견 진리처럼 느껴진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화상통화를 하는 정도의 기술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을 정도다. 터치센서를 이용해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감각을 공유하는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기술을 통해 인간은 생물과 자연을 맘대로 다루기도 한다. 동물의 영역에서는 아직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식물의 영역에서는 유전자 조작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의 영역에서도, 많은 국가에서 자연재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강우를 내리는 등의 기술을 개발, 시험단계에 있다. 이런 세상에서, 무의식적이라도 인간은 지구의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착각에 한순간이라도 빠지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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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인간의 오만함에 경고를 보내는 책이 있다. 바로 톰 필립스가 저술한 <인간의 흑역사>다. 제목에서부터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든, 이 책은 인간이 저지른 실수들을 망라해 놓은, 일종의 역사책이다.

 

내용 역시 인류의 발전 양상에 따라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첫 장에서는 인류의 생리학적 문제와 관련된 인간의 뇌에 관한 이야기를, 제2장에서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했단 이래로 저질렀던 실수들을, 제3장에서는 인간이 자연과 관련해서 저질렀던 실수들을 다룬다. 제4장에서 9장까지는 보다 복잡한 실수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각각 지도자, 대중, 전쟁, 식민주의, 정치, 신기술의 실수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뚜렷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위에서 말했듯 이 책이 ‘역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가설에 대한 것도 아니고, 추측에 의한 것도 아니고, 공상에 관해서 적은 책은 더더욱 아니다. 최대한 분명하게 역사적 사실을 밝혀 쓴 글이다. 그 때문에 지명과 인물 명이 더욱 구체적이고, 이는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이 책에 있는 내용을 보다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

 

역사책인데 당연히 사실적이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있는 일을 읽어도, 문자언어로 전달되는 이상 독자와 텍스트 간에는 일정한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책의 내용이 이 책의 내용처럼 쉽게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대해 적혀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책에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인류의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사실들이 적혀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 책이 역사책이 아니라 괴담 모음집이나 유머 모음집 등으로 느껴졌던 순간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때마다 보이는 실재하는 인물들이나 지명들에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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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쉽게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적혀있다는 책이라는 점은 바로 이 책의 두 번째 장점이기도 하다. 현실감각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다른 말로 말하자면 새로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으므로, 책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역사. 하면 과거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있었던 뻔하고 고루한 이야기들, 이라거나 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만 했기에 거부감을 가지게 된 분야 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의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책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엄격한 ‘역사서’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중간중간 작가의 사설이 자유롭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작가의 간섭 아닌 간섭이 이 책의 세 번째 장점이다. 작가는 책에 들어가 있는 사건들에 대해 자신의 주관을 거침없이 밝힌다. 각각의 사건들에 대한 사족들뿐만 아니라 사건 양상을 통해 볼 수 있는 제국주의의 병폐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현 미국 정권에 대한 교묘한 돌려 까기까지. 대담한 문체로 적어나간 이야기들은 책의 흥미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역사서에서 볼 수 없었던 통렬한 비판에 속이 시원해지기도 한다.

 

물론 이는 책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주관에 따른 책이기 때문에, 저자가 이 책의 1장에서 경고했던 것처럼, ‘뇌의 바보짓’에 속아 넘어갈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책에서 주어지는 사실과 그에 따른 시각이 틀릴 가능성이 있음이 충분하지만 이를 무시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금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종류의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의 초반에서 이야기했던,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문장에서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자만심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자만심을 바탕삼아 다양한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조금 더 편리한 도구를 발명함에 따라 하루하루 인간의 삶이 편해지고 있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후자의 사실을 잊고 살아갈 때 미래에 우리에게 허용되는 ‘흑역사’는 물론 ‘역사’ 자체가 없을 수 있음을 늘 자각해야 한다. 결국 이 책은 인류의 역사 속에 있었던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책이면서도, 인류의 자만심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권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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