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도서]

민혜영 작가의 『여자 공부하는 여자』(2019) 그리고 내가 글을 읽고 쓰는 이유
글 입력 2019.11.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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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글을 계속 읽고 쓰는 이유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글 쓰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 읽는 것은 힘들고, 글 쓰는 건 괴롭다. 너무 어렵다. 엄청난 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 같지도 않아 보이는데, 언어를 읽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내 생각을 언어로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 곁에 두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나를 흔들리지 않게 할 단단한 뿌리는 책이다.
 
책은 언어를 매개로 지식을 제공하고 사고의 폭을 넓힌다. 또 내가 가진 생각을 언어로 정제하게 하고, 나의 언어로 재창조하여 말할 수 있게 한다. ‘나’와 세계를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사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나’를 말한다는 것은 ‘나’에게 유일성을 부여하며, 명확한 논리와 삶의 방향을 가진 주체로 만든다. 즉, 나는 책을 통해 언어로써 세계를 바라보고 행동하며 자기 자신을 뿌리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괴롭지만 읽고 쓴다.
 

 

“언어는 곧 세계이고 철학이라는 것이다. 쓴다는 것은 그 철학을 실천하는 행위이다. 개인에게는 치유의 행위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고 세상을 전복할 수 있는 무기이기도 하다.” - p.106

 

 
 
 
무엇을 읽고 써야 할까

 

대학에 입학한 후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 세상은 마냥 아름답지 않았다. 세상엔 다양한 생각과 논리들이 있었고,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다. 여성으로서의 부당함과 분노를 경험했고, 그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 구조를 보았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 ‘너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물으면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피했다.
 
이렇게 단단한 뿌리 없이 대답을 미루다간 자칫하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려 내 생각이란 건 아예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생각과 경험들이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더 공부해서 그것들을 내 언어로, 뿌리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뿌리로 내 삶에 대해, 페미니즘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러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수많은 페미니즘 도서 중 어떤 것을 먼저 읽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가지고 서점을 둘러보던 중, 목차에 다양한 페미니즘 도서 제목이 나열된 『여자 공부하는 여자』를 발견했다.
 

 

“페미니즘은 젠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하고, 언어를 통해 기존의 프레임을 깰 수 있는 지식과 담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 p.106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여자 공부하는 여자』의 작가는 두 아이를 키우며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창업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회사 업무와 집안일을 모두 하면서 일상적이고 자질구레한 일들 사이에서 방황했다. 그리고는 ‘이렇게는 살 수 없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민과 의문을 설명해줄 언어가 ‘페미니즘’에 있음을 직감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3년 동안 페미니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렇게 읽은 책들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낸 책이 바로 『여자 공부하는 여자』이다.
 

 

“나도 페미니즘을 이용하고 싶다. 그 언어에 빚져서 삶을 해석하고 싶고 길을 찾고 싶다. 말할 수 있는 부분과 가슴의 통증으로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고 그 간극을 제대로 언어화하고 싶다. 그것을 말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읽는다.” - p.28

 

 
『여자 공부하는 여자』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기본서’라 할 만한 책들부터, 페미니즘의 이론들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고전, 그리고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나의 삶을 볼 수 있는 신간 도서들을 폭넓게 소개한다. 그냥 평범하게 ‘이 책은 이런 내용과 주장을 담은 책이다.’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드는 의문과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에 대해 자신이 책 속에서 찾은 답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때문에 페미니즘 입문자라는 동일한 입장에서 한 줄 한 줄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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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지만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던 나는 이 책을 통해 아주 친절한 안내를 받은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 분명 또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읽을 책이 많아졌다. 글을 하나 완성했고, 앞으로 쓸 글도 많다. 괴롭지만 좋다.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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