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의 흑역사 [도서]

글 입력 2019.11.12 00:4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9-10-12 23;11;54.jpg

 

 

이 내용은 책보다는 강연에 더 가까울 것이다. 텍스트로 읽히는 것보다 강연으로, 말로, 직접 들었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대부분 구어체이며 '인간의 어리석은 바보짓'이라고 농담 섞인 대사가 자주 나온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나 너무 자주 나와서, 조금만 '말 수'를 줄였으면 했다. 이렇게 수다스러운 책이 아니라 담담하게 나열했으면 오히려 내용이 더 와닿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

 

기상천외한 세계 역사 속 바보짓들의 향연이었다.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나는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흑역사를 다뤄서 내게 잔잔한 위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큰 전쟁이나 독재, 식민지, 전염병, 과학 발명 등 엄청 큰 거시적인 사건들을 다뤄서 당황스러웠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이렇게 유명하고 큰 사건들도 사실은 우리들이 행하는 것과 똑같은 '바보짓'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겠지. 그런데 너무 커서 얼떨떨했다. 길게 서술된 큰 사건 보다는 TOP 5, 6 이렇게 나온 소박한 흑역사들이 더 친근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인터넷에서 본 유명한 구절이다. 분명 이 책도 알고 사용했겠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패턴의 실수들이었다. 별 생각 없이 손쉽게 판단 내리기 위한 요령 내지 편법 - 처음 얻은 정보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점 휴리스틱', 가장 극적이고 인상 깊은 정보를 기준으로 잡는 '가용성 휴리스틱' 항상 패턴을 찾으려고 한 결과로 생기는 오류 '상관 착각' '군집 착각', 내 생각에 맞는 근거만 찾아내는 '확증 편향', 일 못하는 사람은 과대 평가하고 일 잘하는 사람은 과소 평가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 지나치게 탐욕적인 '소망적 사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부정적 외부효과' 등 다양한 오류를 설명하고, 부합하는 엄청나게 많은 실패의 역사를 서술한다.

 

특히 웃겼던 건, 술탄으로 두 번 제위하고도 한 번도 살해당하지 않았으며, '새장'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낸 모스크 왕국의 무스타파였다. 이 사람의 사주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런 생을 살 수 있다는게 우스웠다. 엄청나게 부럽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 경이로웠다. 나는 전쟁이나 잔인한 역사를 좋아하지 않아서 특히 읽기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돈 조금 더 벌자고 전세계 납중독을 유발한 과학자 마즐리는 참, 역시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구나. 인간의 고집과 아집도 대단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것도 참 한숨이 나온다. 처음 나무에서 떨어진 유인원처럼 말이지.

 

B급 감성으로 방대한 지식을 설명하는 책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흑역사 쌓는 중'이라는 결론도 B급스럽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역사적 사건을 예로 들어 '사실은 그게 아니라 이렇게 된 거지롱'하고 뒤엎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지겨울만한 내용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어투가 너무 가벼워서 반대로 잘 읽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강연으로 들었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위안은 크게 되지 않지만, 가볍게 그리고 가끔은 무겁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내 흑역사가 생각나지만, 이불킥할테니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하하하.

 


인간의 흑역사_앞표지 .jpg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언젠가 이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이 말은 거의 모든 상황에 적용되며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그 재치에 피식 웃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많은 공감을 했다. 이유는 이 말 안에 인간 특성의 한 단면이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뉴스에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 지치지 않고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쉽게 본다. 그래서 이 책은 친근하다. 바로 그런 우리의 모습을 조금 더 대규모로, 더 큰 피해를 입히며, 아주 화려하게 저지르는 바보짓들을 담았기 때문이다.

 

회계 장부에 계산을 조금 틀렸는가? 콜럼버스는 단위를 틀려 지구 크기를 아예 잘못 알고 있었다. 다단계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귀찮게 구는가? 스코틀랜드의 패터슨은 식민지 건설로 온 국민에게 그릇된 바람과 허영을 불어넣어 국부의 반을 허공에 날려먹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오해해 관계가 틀어졌는가? 호라즘 제국은 칭기즈칸의 편지를 잘못 읽어 지도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맞다,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 인간은 원래부터 그랬다.

 

예술, 문화, 과학, 기술, 외교, 정치 등 10개의 주제로 정리한 이 실패의 기록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나마 있던 인류애마저 저버리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참담하고 바보 같은 일이 남의 일일 것만 같은가? 정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지은이 : 톰 필립스

 

런던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이자 작가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 「버즈피드」 영국판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중요한 이슈에 대한 기사들을 세상으로 보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고고학 및 인류학, 그리고 역사 및 과학철학을 공부했고, 뜻밖에도 공부한 것을 실제로 써먹는 책을 쓰게 되어 흐뭇해하고 있다.

 

*

 

미리보기

 

우리 머리는 교향곡을 작곡하고 도시를 계획하고 상대성이론을 생각해내지만, 가게에서 포테이토칩 하나를 살 때도 무슨 종류를 살지 족히 5분은 고민해야 겨우 결정할 수 있다. ‘우리 뇌는 바보 중에서’ -20쪽

 

다시 말해 우리 뇌는 최고의 사고 기계를 목표로 세심하게 설계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저 요령과 땜질과 편법을 덕지덕지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26쪽

 

절대 권력자들이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막장짓을 벌이곤 했기에, 역사상 여러 나라에서 그 폐단을 줄이고자 ‘민주주의’라는 것을 시도하곤 했다. ‘대중의 힘’ 중에서-112쪽

 

전쟁에 수반되는 그 난리 법석과 폐쇄적 사고와 마초적 뻘짓을 보면 인류가 얼마나 다방면으로 망하는 재주를 타고났는지 알 수 있다. ‘전쟁은 왜 하나요’ 중에서 -130쪽

 

인간들의 역사란 멀리서 바라보면, 제국들이 흥했다가 망하고 서로 학살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식민주의의 화려한 잔치’ 중에서 -154쪽

외교란 한마디로, 대규모 인간 집단끼리 서로 개자식처럼 굴지 않는 기술이다. ‘바보와 현직 대통령들도 알 수 있을 만큼 쉽게 푼 외교 이야기’ 중에서 -192쪽

 

과학, 기술, 산업 시대의 태동은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제 우리는 우주에서도 사고를 칠 수 있게 되었다. ‘신기술에 열광하다’ 중에서 -216쪽

 

인간은 과거에 했던 실수를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반복하고 있다. ‘미래를 못 내다본 실패의 간략한 역사’ 중에서 -250쪽

 

 

[최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