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새로운 문화에 대한 도전
나는 전공이 미술이기도 하고, 전시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전시를 보고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트인사이트에서 다양한 문화 초대가 제공되어도, 주로 전시회를 많이 보러 가곤 했다. 일종의 '아는 것'에서 나오는 편안함이랄까?
02 전통예술에 발 들이기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오페라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전통예술과 관련된 공연을 보러 가야겠다!" 왜 오페라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케이크를 먹다 보면 김치가 먹고 싶어지는 나의 촌스러운 입맛과 비슷한 경우일까?
하긴, 생각해보면 좀 그렇다. 나는 나름 대학에서 예술과 관련된 학과를 전공하고 있으면서,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한국 회화'에 대해 공부하고 그림으로 풀어내는 학과에 재학 중이면서, 시간이 나면 외국 작가들의 전시회를 보러 가고, 클래식, 오페라 등 외국의 문화예술을 더 많이 향유하고 있으니. 과연 내가 '한국화'를 전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한국화/동양화/서양화의 범주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음.. 그렇다면, 그냥 혼자 양심에 찔린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03 신명나게 놀아보자 딴소리, 판!
익살스러운 탈놀음과 딴소리 허다한 판소리의 만남!
또한 이 공연의 특이한 점은 관객들도 극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관중들은 극의 구성원 중 일부가 되어, 소리꾼의 추임새에 흥을 맞춰 판을 키운다. 이는 마당에서 경계 없이 관중들과 어울려 놀았던 옛 연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공연의 구성>
1장. 춘향가의 판을 깨다.
2장. 심청가의 판을 깨다.
3장. 적벽가의 판을 깨다.
4장. 수궁가의 판을 깨다.
5장. 흥보가의 판을 깨다.
6장. 다시, 춘향가의 판이 시작되다.
7장. 결(結)
04 생각보다 재밌고 신나는 '우리 것'
며칠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극 뮤지컬을 보았다. 수많은 장면들이 인상 깊었지만, 가장 나를 가슴을 뛰게 했던 것은 백성들이 "달이 해를 삼켰네, 씹어먹었네."라는 말을 반복하며 강강술래와 풍물놀이가 합쳐진듯한 춤사위를 펼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신이 나고 통쾌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얼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원래 풍물놀이, 사물놀이 같은 한국의 춤사위를 좋아해 2학년 때 동양화로 그러한 장면을 그려내곤 했는데, 문득 그때 그림을 그렸던 상황이 어렴풋 떠오르면서, 그동안 우리의 것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아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졌다.
고등학교에서 동양화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서 항상 "우리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었는데, 그때는 그 말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었기에, 귀에 딱지가 앉겠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작 대학에 입학하고 한국화를 4년 동안 공부하면서 한국의 전통예술과 관련된 공연이나 전시, 책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곰돌이 푸, 외국 작가 사진전, 해외 작가들의 드로잉전, 오페라 등은 잘만 보러 다녔으면서...
조금 늦은 것 같지만, 이제라도 우리의 것에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즐기고, 어루만져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점에서, <딴소리, 판>은 나에게 소중하면서 정말 기대가 많이 되는 공연이다. 나도 이 '판'에 한바탕 뛰어들어 한국의 소리, 춤사위를 얼른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