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런 날것의 십대를 보았나 [영화]

글 입력 2019.11.1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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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연기가 자욱한 어느 반지하 월세방. 이곳은 주인공 화영이 학교도 가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자신이 월세를 감당하는 이곳에서 가출한 10대들이 옹기종기 모여 지내는 걸 즐기는 듯 화영은 이들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으며 하루하루 지낸다. 이들은 틈만 나면 누구 하나 도마 위에 올려놓고 험담에 욕지거리하기 바쁘다. 그 대상에서 화영 역시 제외는 아니다. 그들은 화영을 교묘히 이용할 뿐 친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화영이 그들에게 없는 집을 갖고 있기에 좋아하는 척 지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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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영이 가장 아끼는 친구인 “미정” 을 제외하고는 화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이 사실은 아는지 모르는지 화영은 미정은 포함한 또래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엄마”를 자처한다. 그리고 “늬들은 나 없으면 어쩔 번 봤냐?”라는 말을 자주 날린다. 자신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어필하는 듯 보이기도 하다.
 
결국 화영이 또래 아이들에게 “엄마”라고 불리길 원하는 것, 또 “늬들은 나 없으면 어쩔뻔 봤냐?”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는 것 모두 자신에게 하는 말 일지도 모른다. “나 얘네 없으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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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정”은 어떨까? 미정은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다. 미정의 남자친구 “영재”는 왜인지 미정이 화영과 함께 다니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정은 화영을 이용해 영재를 자극한다. 그러다 영재가 폭력을 행사하면 화영이 나서서 맞아준다.
 
미정은 알고 있다. 화영은 자신이 옆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뭐든지 다 해줄 것이라는 것을. 결국 미정은 겉으로는 화영을 좋아하지만 결국 교묘하게 이용할 뿐 진정한 친구로 여기진 않는 것이다. 미정의 곁에서 화영이 얻게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영재로부터의 자유도, 진정한 친구도. 이를 미정을 알고 있지만, 화영은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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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아이들에게 이용당하면서도 화영은 그들이 자신을 필요하다고 착각해야만 살 수 있다. 영화에서 화영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어른들 앞에서는 폭군으로 변하는 모습, 특히나 자신의 엄마에게 욕을 하고 폭언을 내뿜으며 돈을 요구하는 모습에서 화영이 누군가의 보살핌이 부족했기에, 그에 대한 결핍 양상에서 그렇게 돼버렸다고 짐작만 할 뿐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18살 소녀에겐 너무 가혹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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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필자의 이러한 해석은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며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썼던 결과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영화에서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비행청소년들의 일상적인 모습이기에 영화 중간에 ‘청소년 관람 불가’에 걸맞은 장면(성매매, 십대들의 임신)이 나올 때면 눈살을 찌푸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뉴스에서나 접해볼 사건들 일 테니. 또 눈으로 본적 없는 불편한 현실이 너무나 적나라하고, 현실감 있게 표현됐으니 말이다.
 
다만 이 작품의 의도는 비행청소년들의 일상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필자 역시 감독이 아니기에 단정할 순 없지만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함이 느껴졌다. 화자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숨이 막히는 장면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 영화 감상평에 “선뜻 권할 수 없는 영화”라고 남겼다. 맞다. 선뜻 권할 수는 없으나 평소 한 번쯤은 관심이 갖던, 혹은 경험이 있던 이들이라면 이 영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화영”은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장정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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