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백꽃 필 무렵' 속에 드러난 여성 혐오의 시선들 [TV/드라마]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여성 혐오 범죄
글 입력 2019.11.0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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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속에 드러난 혐오의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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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갇힌 여자가 저를 가둔 가타부타를 깨다 못해 박살을 내는 이야기. 그리고 그 혁명에 불을 지핀 기적 같은 한 남자의 얘기. 분명 뜨끈한 사랑 얘긴데, 맨날 사랑만 하진 않는 얘기. ‘진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쟨 좀 박복하잖아.” 여기 편견에 갇힌 한 여자가 있다. 아무도 그녀의 행복을 예상치 못한다. 우리 속 무심하고도 사소한 시선들이 그녀를 쉽게 재단하지만, 우리 속 무심하고도 사소한 배려들이 그녀의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은 현재 kbs2 채널에서 방영 중인 공효진, 강하늘 주연의 수목 드라마다. 최근 최고 시청률인 18.4%를 달성하며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이 드라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지 소외된 계층의 인생 이야기, 시골 남녀의 로맨스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지금 현대 사회에 퍼져있는 여성 혐오와 여성 혐오 범죄, 그리고 수 많은 편견과 차별이 녹아 있다. 드라마를 통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성을 향한 시선이 전혀 당연하지 않음을, 여성 혐오와 그로 인한 여성 혐오 범죄의 문제점을 살펴 보고자 한다.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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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동백 (공효진)은 어렸을 때 어머니가 힘든 생활고로 인해 그녀를 고아원에 버려, 어릴 적 친구들로부터 고아라는 낙인이 찍혀 소외를 당한다. 그토록 가족을 갖고 싶었던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졌지만 남자의 어머니의 완곡한 반대로 그를 떠나 그의 고향인 옹산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기 위해 ‘까멜리아’ 라는 술집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 좁디좁은 옹산에서, ‘술집을 하는 홀로 아들을 키우는 젊은 미혼모‘라는 이유로 동백은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야 했다.

 

물론 술집이 그런 술집이 아니라 단순히 술과 안주를 파는 건전한 술집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낙인이 찍혀버린 이상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다정하고 정겨운 옹산의 공동체에서, 동백은 철저히 혼자였다. 극 중에서 어떤 마을 사람은 “똑같이 하루 세끼 먹고산다고 다 똑같은 사람인 줄 아나”라며 그녀에 대한 혐오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녀는 단지 술집을 하고, 아들을 홀로 키우는 미혼모라는 이유로 이러한 혐오를 아무렇지 않게 당하고 있다. 유일하게 같은 과부인 간장게장 사장님만 동백이의 편이 되어 준다.


"웃어줘요. 생글생글 친절하게, 그게 본인의 일이잖아.“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극 중에서 그녀가 듣는 말들이다. 가게의 손님의 90퍼센트는 남성들인데, 그들은 동백이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동백이’ 라고 매우 친근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단 한 명도 그녀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이는 없다. 게다가 그녀의 가게 건물주는 그녀에게 땅콩을 서비스로 달라고 하고, 웃어 달라 진상을 부린다. 심지어 그녀의 손목을 잡고 협박을 하며, “땅콩을 그냥 서비스로 달라, 이 술만 마시고 가라.” 라고 한다. 그녀는 그의 술 주정을 받아 주지 않고, “땅콩 값은 8000원이고, 저는 술만 팔아요. 거기에 제 손 몫 값과 웃음 값은 없어요.” 라고 당당히 맞선다. 하지만 건물주는 자신에게 상냥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는 동백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 돈을 가지고 협박을 하기 까지 한다.


그녀의 어린 아들은 울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좋아하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난 그래서 울 엄마 좋다는 사람들 다 싫어요. 우리 엄마 사장이에요. 동백이, 동백이, 하지 마요.”

 

이 대사들에서 우리는 문제의식을 느껴야한다. 한 가게의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친근함을 근거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반말을 하며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한다. 게다가 건물주는 동백이가 자신에게 웃어 주지 않고 친근하게 대하지 않는 다며 건물을 빼라는 부당한 협박까지 한다. 이런 남성들의 태도로 인해 동백은 다른 여성들에게도 의심을 받고 미움을 산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받는 건 오로지 동백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보이는 모습이다. 보통 가게에서, 여성이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에게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쓰지만, 여성에게는 이모, 사모님 이라는 호칭을 쓴다. 그리고 같은 아르바이트생이어도 웃음과 친절함을 강요받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과연 그녀가 힘이 있었다면, 남성이었다면, 그녀에게 이런 말을 당연한 듯이 할 수 있었을까?

 

 

 

여성 혐오 범죄와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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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드라마에서는 마을에서 직업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일어난다. 범인은 ‘까불이’라고 불리는데, 마지막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동백이는 최근 까불이의 범죄 대상으로 경고 당한다. 그녀는 까불이 사건의 목격자라는 이유로 숨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황이 매우 억울하고, 까불이 때문에 자신이 장사도 하지 못하고 밖을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 싫다. 그녀는 아들도 키워야 하고 생계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그런 동백을 극 중 연인인 용식(강하늘)은 걱정한다. 그래서 늦은 시간 배달도 말리고, 당분간 가게를 쉬는 게 어떠냐고 하지만, 동백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까불이 때문에 가게를 못 열고 돈을 못 버는 게 억울하다고 한다. 용식은 그녀가 걱정돼서 그녀에게 숨으라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잘못한 건 까불이인데, 왜 동백이 숨어야 하나? 까불이를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맞는 말이다. 흔히, 사회에서 범죄를 당한 여성들에게 쏟아지는 말들. ‘그러게 여자가 조심했어야지’‘위험하게 왜 밤에 돌아다니냐.’ ‘웃어줘서 그런 거다.’ ‘짧은 치마를 입어서 그런 거다.’ 등등 가해자에 대한 비난보다는 피해자를 향한 비난이 더 많다.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들은 범죄를 당해도 침묵하고, 사회로부터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 드라마 속에서도, 가해자인 까불이는 범죄를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대범하게 범행을 실현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경고한다. “까불지 마.” 하지만, 피해자인 동백과 다른 여성들은 숨어야 한다. 까불이로부터 그리고 사회로부터.

 

하지만 용식의 대사처럼, 모두 걱정하는 마음에서 피해자를 향해 숨으라 하지만, 숨어야 하는 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이다. 우리는 이런 2차 가해를 멈춰야한다. 그래서 더 많은 피해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당연한 사람은 없다



“내가 고아가 되고 싶어 된 것도 아니고 미혼모가 되려고 그런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자꾸 재수가 없대요. 생긴 것도 박복하게 생겼다나 팔자도 더럽다고 막. 그런데 어쩔 땐 사람들이 그러니까 나도 내가 꼭 그런 거 같은 거예요.”


동백이의 이런 대사 처럼, 어쩌면,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보다, 사람들의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혐오 가득한 시선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모르고 당연한 행동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당연한 행동이란 없다. '동백꽃 필 무렵' 의 동백이가 까불이로부터 숨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것 처럼, 더 이상 피해자가 숨고 피하지 않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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