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바람이 불어오는 곳', 가을을 떠나보내는 김광석의 위로 [공연]

글 입력 2019.11.0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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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는 예술의 여러 분파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두 영역이다. 시가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노래를 듣는 시간이 시적인 경험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삶과 사회에 대한 애정, 혹은 비탄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미(美)와 경이를 노래할 수도, 짧은 일생의 애수와 번뇌를 담아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선형적으로만 흘러가던 시간을 잠시 정지시켜 과거에 대한 반추를 끌어낸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김광석의 명곡들은 한 편의 시에 가장 어울리는 멜로디를 입혀놓은 듯, 유유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번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는, 설레임과 두려움을 모두 안고 기차에 몸을 실은 한 여행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여행자에게 바람은 대자연이 건네는 위로이자,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이자, 희망의 열매가 매달린 나뭇가지다. 일상을 살아가는 범인(凡人)들은 그의 휘파람 소리에서 감정의 중첩을 경험한다. 바람의 선선함을 잊고 살았던 과거에 대한 회한과 미래의 행복을 향한 진취적 욕망이 동시에 차오르는 것이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2년 대구에서 초연한 이후 현재까지 600회 이상의 장기 공연을 한 작품이다. 소극장 뮤지컬로는 드문 이러한 성과와 행보는, 배우들의 혼신을 담은 연기와 노래, 그리고 섬세한 연출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7년간 생긴 고정 관객층 중에는 작품을 100번 이상 관람한 관객도 있다. 아마 그분은 김광석의 노래를 사랑했던 만큼, 그 노래의 가치를 잘 담아낸 이 뮤지컬을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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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담아내려 했던 김광석 명곡들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의 노래에서 기교를 통한 화려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담담하지만 편안한 목소리, 평범하기에 더 서정적인 가사,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쉬운 멜로디가 김광석의 특징이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위의 특징을 변형하기보다 제대로 포착하려 한다. 시놉시스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담았다.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김광석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지 어언 20년이 넘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뀔만한 세월의 풍파 속에서 한국 사회의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는 수많은 팬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 김광석이 꿈꾸고 그려냈던 예술 속에는, 가변적인 인류의 삶 속에도 불변하는 본질이 녹아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50줄에 접어든 부모들은, 1990년대의 감성을 궁금해하는 어린 학생들은 그의 노래를 듣는다. 후배 예술가들은 명곡을 리메이크하고 그의 창법을 모방한다.

 

만일 김광석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현재의 세대와 계층, 성별 간의 갈등을 매개할만한 온기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 부모와 자식이 함께 듣고 공감할 수 있는 노래도, 일상의 시민들이 생계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노래도 더 많아졌을 것이다. 비록 그는 우리의 곁에 없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같은 창작물을 통해 후손들은 김광석의 삶이 지녔던 의의를 반추해볼 수 있다.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꽃을 노래했던 그를 추억할 수 있다.

 

 

바람 공연 사진 7.jpg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팀 금구대학교 동아리 밴드 '바람'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하며 대학 시절 꿈과 사람 그리고 우정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멤버들에게는 자신들의 인생에서 꿈을 꾸고 노래를 하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평생 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군대, 취직, 결혼, 육아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바람 밴드는 자연스럽게 유명무실화된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완벽하게 적응해 살고 있는 멤버들은 문득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 밴드 멤버들은 누군가의 편지가 라디오 DJ의 목소리로 나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라디오에선 지금은 폐지된 MBC 대학가요제를 추억하는 DJ의 이야기와 함께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바람 밴드의 '와장창!'이 흘러나온다.

 

 

우리는 ‘생계를 위한 삶’을 영위하는 와중에 ‘존재를 위한 삶’이 가지는 의미를 망각하게 될 때가 많다. 밴드 ‘바람’의 멤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대학에서 함께 꿈과 사랑을 노래했던 시절의 행복함은, 취직과 결혼 후의 생계 앞에서 쉬이 잊히고 말았다. 하지만, 라디오의 매체를 통해 다시 되살린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은 그들을 다시 밴드의 이름으로 뭉치게 해주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김광석의 명곡 중 하나인 ‘서른 즈음에’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 하나 뜻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삶 속에서, 수백 명의 사람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마음 둘 곳은 어디에도 없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다. 청춘을 흘려보내고 있는, 혹은 이미 지나간 청춘을 후회하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쓸쓸한 가을을 떠나보내는 지금,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노래들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준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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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 -


일자 : 2019.11.15 ~ 2020.01.05

시간

11.15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SH아트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40,000원
 
기획/제작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이창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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