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후회해서 성장한다.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글 입력 2019.11.0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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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은 서른이 좀 넘어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 나는 스물의 초입에 그 노래를 노래방에서 처음 들었다. 유치하고 가식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쓸쓸한 느낌의 노래를 부르는 걸 보자니 마음으로는 비웃었던 것 같다. 가사를 곱씹었다. 노랫말에 투영된 외로움이나 상실감을 가창하는 이가 진정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쓸쓸함과 외로움을 자기 연민의 일종으로 해석하는 듯했다. 그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이해하기엔 자신을 너무 사랑했다.

 

나도 딱히 거기 내포된 의미를 온전히 이해한 건 아니었다. 들떠있던 때였다. 대학에 진학한 지 얼마 되지 않던 때라 어른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훈계하는 이도, 자유를 구속하는 이도 주위에 없었다. 하고 싶은 거 하면 됐다. 안 하고 싶은 건 안 했다. 미래에 그것을 어떻게 메꿔야 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걸 했다기보다 그냥 무엇도 잘 시도하지 않았던 때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게 내 자유고 의사였다. 내가 나를 통제하는 기분. 선생, 부모, 친구의 언어와 행동에 휘둘리지 않는 나는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어른 아닌지. 그 기분에 잔뜩 취해 있었다.

 

따지고 보면 나는 미성년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었다. 주민등록증이 발급돼 법적, 사회적으로 성인의 지위를 획득했지만, 실은 무엇 하나 책임지기가 불가능했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한 독립은 독립이 아니고, 대학에 잘 적응하는 게 맞는지 몰라서 시도 때도 없이 전전긍긍했다.

 

애당초 진짜 어른은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어른이지’라고 자평하지 않을 테다. 자신을 어른이라고 매번 의식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서른 즈음에’를 부르던 이를 실은 잘 몰랐다. 몇 번 마주한 그의 단편만으로 그를 유치하다고 평가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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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팀 금구대학교 동아리 밴드 '바람'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하며 대학시절 꿈과 사람 그리고 우정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멤버들에게는 자신들의 인생에서 꿈을 꾸고 노래를 하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평생 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군대, 취직, 결혼, 육아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바람 밴드는 자연스럽게 유명무실화된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완벽하게 적응해 살고 있는 멤버들은 문득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 밴드 멤버들은 누군가의 편지가 라디오 DJ의 목소리로 나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라디오에선 지금은 폐지된 MBC 대학가요제를 추억하는 DJ의 이야기와 함께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바람 밴드의 '와장창!'이 흘러나온다.

 

 

노래방에서 가사를 곱씹을 때 쓸쓸함과 공허함을 느꼈는데, 느낌과 별개로 내 인생은 쓸쓸함이나 공허함과는 무관할 거라고 짐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나온 발상인지 모르겠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미련두지 않고 지나온 궤적을 파헤쳐 두고두고 되새기는 일 같은 거 하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다짐했는데, 그런 다짐도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증명인 셈이다.

 

그때보다 별로 어른이 된 것 같지도 않은데 5살이나 더 먹었다. 그때는 어른이 됐다는 감각에 좋아했다. 지금은 내가 어른인지, 미성년인지 어떤 위치인지 계속 자문하고 종종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느낀다. 어른은 책임지는 사람이었다. 내가 만난 어른이라고 할 만한 이들은 적어도 자기 자신 하나 정도는 책임지는 이들이어서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내가 나 하나쯤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 묻게 된다.

 

그리고 내 삶은 후회할만한 것들이 즐비했다. 앞으로도 즐비할 거 같다. 후회의 이유는 다 나 때문이었다. 못나고, 바보 같고, 이기적으로 굴고 때때로 멍청하고. 그리고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릴 줄 모르는 나였다. 그게 다 후회됐다. 상기할 때마다 반성하지만 반성한다고 하여 다음에 그렇게 하지 않으리란 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예상한 적 없는 시간을 맞닥뜨리고 우연에 의해 관계를 형성한 당신과 나는 어떤 순간에 그것들 모두 단절하는 경험을 한다. 또다시 해본 적 없는 경험과 낯선 이를 조우하지만 그것 역시 찰나에 지나지 않아서 금방 단절된다. 사람은 그런 단절과 실패의 경험을 후회하면서 성장하고 김광석도 그걸 아는 듯하다.

 

그래도 쓸쓸하고 후회스러운 건 어쩔 수 없어서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를 부른 듯하다. 그가 어떤 맥락에서 이 가사를 썼는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짐작 정도는 해본다. ‘서른 즈음에’ 말고도 그의 노래 대부분 후회와 관련된 철학이 있었다. 김광석은 아마 사람이 사람다운 건 후회하기 때문이라고 여겼을 거다. 그의 노래를 빨리 듣고 싶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 -


일자 : 2019.11.15 ~ 2020.01.05

시간

11.15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SH아트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40,000원
 
기획/제작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박성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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