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엔, 재즈(Jazz) : 2019 서울숲 재즈페스티벌 [음악]

글 입력 2019.10.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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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19. 9. 28 ~ 29
 

음악과 산책을 좋아하는 나는 가을이 참 좋다. 아무래도 요즈음의 봄에 산책이란,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서일까. 그에 반면 가을은 하늘도 맑고, 온도도 적당하고, 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것이 내 마음 속의 산책 에너지를 끓어오르게 한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봄이었는데, 가을로 바뀐 것은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듣는 특별한 경험 덕분이었다.

9월 말의 어느 주말, 지방에 살고 있는 나는 아침 일찍부터 서울행 버스를 탔다. 바로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에 가기 위해서였다. 서울숲도 처음 가 보고, 재즈페스티벌은 더더욱 처음이었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뛰노는 페스티벌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터라,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이 끌렸다.

숲의 초록초록한 색감을 좋아하는 나로선 넓은 서울숲이 참 좋았다. 서울은 자주 와도, 오랜만에 와도 여전히 사람이 많고 정신없지만, 참 매력있는 곳이다. 그 매력 중 하나는 높디높은 건물이 가득한 도심 사이에 잘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나 공원일 것이다. 서울숲도 마찬가지다. 도심을 헤쳐 들어가면 숲으로 이루어진 공원이 나온다. 영국에서 갔던 시야가 확 트인 공원과는 달랐지만, ‘서울숲’이라는 명칭답게 서울 시민들이 사랑하는 공간처럼 보였다. 특히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한 남자 아이와 아버지의 모습이 아주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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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게 산책을 하려 했으나, 조금 늦게 도착해 사람이 많았던 터라 서둘러 티켓을 끊고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항상 돔이나 경기장같은 실내 콘서트만 경험해봤던 공연장 안으로 입장해 돗자리만 깔면 좌석이 되는 이러한 야외 페스티벌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특히나 이 페스티벌은 공연장이 신기한 구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 공연장이 펜스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서 또 A존과 B존으로 나눠진다. 주 공연장 바깥은 C존으로, 티켓 없이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무료 존이다. 물론 주 공연장에서 듣는 것보다 음악 소리는 옅게 들린다.

공연은 2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데, 한 아티스트의 공연이 A존에서 이루어지고 나면, 그 다음 아티스트의 공연은 B존에서 이루어지는 식이었다. 그래서 간혹 A존과 B존에서 동시에 공연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자칫 들으면 양쪽에서 음악이 나오니 집중이 안 되고 산만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풍부한 소리가 현장을 채웠고,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즐거워했다. 어쩌면 ‘재즈’라는 음악의 장르적 특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재즈는 듣기에 편안한 음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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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밴드 '윤석철 트리오'

 
사실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을 예매한 것은 다소 충동적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재즈 피아니스트의 SNS를 팔로우해두었는데, 그가 하고 있는 밴드가 이 공연에 나온다는 게시물을 보고 그 날 바로 티켓을 예매해버린 것이다. 이전에 그의 공연을 본 후 너무 좋았던 적이 있었기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만 아는, 다소 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공연 순서가 되니 사람들이 전부 짐을 들고 앞좌석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질세라 나도 얼른 앞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재즈의 맛, 매력을 알게 해준 아티스트라 그런지 공연은 정말 좋았다. 사실 좁은 공연장에서 들었던 그 때보다 음악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새소리와 풀숲과 바람이 내는 소리, 햇살과 가을이라는 계절이 어우러져 비로소 완벽한 음악이 되었다. 모든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음원보다 더 생동감 있고, 감성적으로 들렸다.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 순서를 기다리던 중, 옆 존에서 들려온 매력적이고 깊은 음색의 여성 보컬이 자꾸만 생각났다. 같이 간 일행과 대화를 하면서도 그분의 멜로디에 대화를 멈추고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이 공연에 오기 참 잘했다-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돗자리를 깔고 앉는 그 순간부터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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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방식은 다양했다. 따스한 가을 햇살을 즐기는 사람, 그늘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사람, 사랑하는 연인들, 친구들, 부러울 정도로 먹을 것을 단단히 싸온 사람들, 맨 앞자리에서 아티스트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사람들, 페스티벌 막바지에 일어나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관객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 가을을, 이 재즈를 즐기고 있었다.

예쁘게 해가 넘어가면서 노을이 질 때엔 모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공연을 즐기는 방법은 전부 다르지만,  바쁘던 일상 한가운데서 여유를 찾으러 온 사람들이란 사실은 다르지 않아보였다.  내년엔 또 어떻게 가을을 누리게 될 지 모르지만, 그 날, 그 순간 가을의 초입에 들었던 그 재즈를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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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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