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31살 7개월 9시간 4분 20초를 기다리며, "웰컴 투 더 유니버스"

글 입력 2019.10.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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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좋아한다. 화학이나 생물은 관심 없었지만, 지구 과학만큼은 따로 인터넷 강의를 찾아서 들을 만큼 열성적이었다. 대학에 와선 교양과목으로 우주 관련 강의를 듣기도 했고,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닐 타이슨이 호스트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보고 또 봤다. NASA에서 매일 우주 사진을 받아보고,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나 SF 장르의 영상매체를 즐겨봤다. 한 마디로 나는 우주광이다. 그러나 깊게 파지는 않았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들을 메모했다. 이 글은 나의 단편적 메모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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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_사는_우주

 

『웰컴 투 더 유니버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전문적인 지식을 담고 있다. 천체물리학과 1학년이 된 기분이다. 온갖 전문 용어와 수식 사이를 헤매다 보면 친숙한 이름들이 나온다.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등 유명한 천체물리학자들이 위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과정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보기 전엔, 우주가 나와 이렇게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 몰랐다.

 

우주 안에 살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우주는 나와 분리해 생각했다. 내가 닿을 수 없는, 저 멀리 있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이 생각은 서문을 읽으면서 와장창 깨졌다. 세상에 6인치 하드드라이브에 담을 수 있는 정보에 궁극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천체물리학자가 발견했다고 생각이나 할까? 내가 태어난 지 31년 7개월 9시간 4분 20초가 되면 내가 10억 초를 살았다는 것을 알 수나 있었을까?

 


#명왕성_왕_작아서_퇴출당한_줄_알았는데…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태양계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이뤄져 있었다. 10여 년을 그렇게 알고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태양계는 수금지화목토천해까지란다. 1930년부터 행성 지위를 달고 있던 명왕성이 어떻게 그 타이틀을 박탈당했을까. 기억은 왜곡되어 명왕성이 퇴출당한 이유를 크기 때문으로 알고 있었다. 나의 잘못된 지식이 고쳐지는 순간이었다.

 

명왕성은 혜성과 더 유사하다. 혜성, 특히 얼음 혜성은 태양 가까이에 오면 수증기가 증발하여 긴 꼬리가 만들어진다. 명왕성은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결코 태양에 가까이 오지 않기 때문에 꼬리를 만들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라 명왕성의 성질 또한 태양계 행성에 낄 수 없었다.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은 크게 지구형 행성과 거대 기체 행성으로 나뉜다.

 

지구형 행성은 태양과 가까워 행성이 따뜻하고, 수소나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가 높은 온도로 가열되어 행성의 중력을 벗어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거대 기체 행성은 지구형 행성보다 멀리 있어 더 차갑고 수소와 헬륨을 행성 안에 품을 수 있어 크기가 커질 수 있다. 명왕성은 이 둘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한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없다. 책에 ‘과학자라면 지식이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질문 그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문장이 나온다. 과학자뿐만 아니라 내게도 통용되는 말이다.

 

어떤 사실이든 변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어야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려면 질문하기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혼날까 봐, 창피당할까 봐 질문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은 그 자리에 머문다. 고여있는 지식은 독이다. 후에 나보다 젊은 친구들에게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지 않으려면 언제든 흐르는 사고를 해야 한다.

 


#조각을_무시하지_마라

 

블랙홀을 발견한 사람은 독일의 천문학자 칼 슈바르츠실트다. 그가 찾은 건 빈 공간에 점 질량만 있는, 블랙홀의 해다. 블랙홀을 구성하는 시공간의 모든 지점은 산발되어 있다.

 

이 조각을 계속 이어 붙이며 더해나가면, 결국엔 완성된 옷처럼 모든 지점을 만족하는 종합 해가 나온다. 아이디어도 같다. 산재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엮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지. 그러면 나도 블랙홀처럼 모든 사람을 빨아들이는 좋은 광고를 만들지도 모르니!

 


#우주는_방대하다_이_책처럼

 

책은 우주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유명 천체물리학자들의 이론, 또는 그들이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의 배경, 일에 대한 철학이나 견해를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이 세상엔 우주의 수만큼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나는 너무나도 작아 내가 사는 지구가 제일 커 보인다. 그래서 내 앞에 일어나는 일들이 크게 느껴진다.

 

모든 일에 초탈하고 싶을 때 우주를 본다. 우주 사진을 보면 나는 너무나도 작아, 개인의 일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우주를 대하는 마음을 달리 먹기로 했다. 먼지보다 작은 인간이 이루어낸 수많은 업적, 그를 향한 신념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다 보니 자극을 받는다. 우주를 규명하는 사람은 되지 못하겠지만, 우리라는 우주를 이어줄 작품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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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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