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게 정말 내가 사는 세상이라고? '웰컴 투 더 유니버스' [도서]

글 입력 2019.10.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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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더 유니버스


 

천문학이니 천체 물리학이니 하는 단어는 어딘가 나와는 한참 떨어진, 전혀 다른 사람들만의 학문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빈약한 지식으로 당장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은 망원경으로 우주를 살피거나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암호 같은 식을 그리는 과학자들의 모습이다. 옆에 높인 휴대폰도 지금 두드리고 있는 노트북도 모두 과학 기술의 결과물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과학이라는 두 글자는 낯설기만 한데, 하물며 저 멀리 우주를 다루는 일이라고만 느껴지는 천문학이니 천체 물리학이니 하는 단어는 어떻겠는가? 저 하늘의 해와 달이 내게 너무나 멀리 있듯, 그렇게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니까, 그래서 500여 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손에 넣었을 때의 당혹감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표지에는 떡하니 우주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웰컴 투더 유니버스” 우주에 온 것을 환영한단다. 그런데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다.

 

*

 

여기서 나의 천문학적 지식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지구는 움직인다, 둥글다. 우주는 아주아주 넓고 팽창하고 있다. 그 시작은? 빅뱅! 태초에 무언가의 폭발로 시작되어, 그 후로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는게 아닌가?(아니면 말고) 그리고 별들은 아주아주 멀리에 있다. 정말 아주아주 멀리. 뜨거운 것은 더 파랗고 덜 뜨거운 것은 더 붉다.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우주에 대한 이해의 대부분이 되겠다. 우주는 아주 크고, 인간은 아주 작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다지만 그 원리는 모른다. 이 정도가 전부다. 얼마나 이 분야에 관심이 없었는지 감이 좀 오리라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천체 물리학 _ 비유의 매력



마음을 다잡고 책을 쓱 훑어보니 알 수 없는 식들이 있었다. 수학도 먼 나라 얘기다. 꼼꼼히 읽어볼까? 하지만 이것으로 시험을 볼 것도 아닌데. 고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책을 읽기로 했다. 알 수 없는 수식은 뛰어넘는다. 대신 흥미롬고 재치 있는 비유들을 상상해 본다.

 

이 책에는 이해를 돕는 유쾌한 비유들이 많다. 이를테면 거리에 따라 변하는 별의 밝기를 버터를 빵에 쏘는 ‘버터 총’에 비유한다. 별을 나무로, 별의 내부를 견과류 대포로, 견과류를 여러 진동수의 광자로 비유한 뒤, 나무에 사는 다람쥐가 어떤 견과류를 잡는지, 빠져 나온 견과류 중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알아보는 비유로 별의 스펙트럼을 확인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블랙홀의 모습은 깔때기로 비유되고, 우주의 팽창과 수축은 럭비공으로 비유된다. 블랙홀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궁금증은 대학원생을 블랙홀 안으로 보낸 교수의 비유로 설명된다. (끔찍한 일이다. 대학원생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나와 우주



그래, 나는 우주 안에 있었다. 내가 사는 지구 밖에 우주가 있고, 그 우주는 내게 너무나 먼 별천지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생각했다. 우리가 우주 안에 있는 것이었다. 내가 이 집 안에 있고, 내 집이 이 나라에, 이 나라가 지구에, 그리고 지구가 우주에 있다. 나는 우주의 일부였던 거다. 왜 이 당연한 사실을 새삼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을까.

 

이 책의 초반부에서부터 후반부까지 ‘코페르니쿠스’라는 이름이 꾸준히 등장한다. 지구가 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한 코페르니쿠스의 발견, 혹은 깨달음은 너무나 대단한 것이어서, 다른 분야에서도 어떤 기존의 견해나 사상이 크게 뒤바뀌었을 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다.

 

우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또 어마어마하게 오래된 이 우주에서 인간은 티끌처럼 작고 아직 찰나의 순간을 살아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존재는 고작 이것뿐인가, 하고 낙심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대단하다. 너무도 작고 너무도 짧은 우리는 이 방대한 우주를 계속해서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하지도 않고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우주와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에 대해서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는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다. 우주가 언제 시작되었고, 은하와 별과 행성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다."

 

- p.496

 


천문학은 무척 빠르게 발전해가고 변해가는 학문이다. 백 년 동안 인류는 백 년 전에는 알지 못했던 엄청난 것들을 발견해왔다.

 

 

"나는 8살 때부터 천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에는 (명왕성을 제외하고는) 발견된 카이퍼 벨트 천체도 없었고, 외계행성도, 펄사도, 블랙홀도, 케이사도, 감마선 폭발도 없었고 우주배경복사도 관측되지 않았다. 이 지도는 불과 천문학의 한 세대 동안 얼마나 많은 발전이 이루어 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 p.423

 


아무리 천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한가지 변화는 알 것이다. 그건 바로 명왕성에 대한 이야기다. 분명 아주 어릴 적에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 그렇게 외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이 책의 9장에서는 명왕성이 어떻게 해서 행성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 중 한 명인 닐 타이슨은 명왕성의 지위 변동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명왕성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다. 블랙홀은 어떻게 생겨날까?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이 대체 무엇일까?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과거로 갈 수 있다는데, 그것이 사실일까? 그런데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왜 불가능할까? 와 같은 어렴풋 들은 듯 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다양한 궁금증들을 상세히 해결해 준다. 황도대의 별자리가 실은 12개 아니라 13개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지금껏 잘못 알고 있던 상식을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이게 정말 내가 사는 세상이라고?


 

가장 흥미로운 것은 천문학의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우주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하여, 굉장히 공간적인 학문일 것이라 지금껏 얄팍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웬걸. 그야말로 시간적인, 역사적인 분야였다.


우리가 우주를 보는 것은 과거를 보는 것이다. 빛이 빛의 속도로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먼 곳에서 그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이제야 우리에게 도달한다는 것이다. 망원경은 과거를 향하는 타임머신이다. 정말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책의 후반부, 현대의 새로운 이론들을 접하면서 어떠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스스로를 만들어내는 다중 우주, 수 많은 거품우주, 쉬이 상상하기 어려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증발해 버릴 블랙홀,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은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정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기만 하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하였듯, 천문학, 천체물리학은 정말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학문이다. 이십 년 뒤에, 혹은 오십 년 뒤에 이 책을 다시 보게 된다면 어떨까?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변하고 더해질까?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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